해수부와 수협 사무실에 개인어항 하나씩을...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

 우리 어릴 때 학교의 교실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어느 교실이던지 창가에 작은 어항 하나씩은 있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안에서 놀고 있었던 물고기가 그리 값나가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어항 안에서 헤엄치는 금붕어나 작은 물고기의 모습은 참으로 정겹게 다가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또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학교 교실에서 어항이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작은 어항속에서 수초사이를 오가던 작은 금붕어 몇 마리도 어릴 적 추억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금의 교실에는 어항 대신 무엇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생명력 넘치는 작은 어항은 그 자체로 어린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호기심과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산 공부였다. 작은 생명을 위해 물을 갈아주고 먹이를 주는 것을 통해 생명의 존귀함과 경이로움을 스스로 배우고 정서적인 안정감도 주었다. 살아있는 교육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리라 생각한다.

 요즘은 살아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려면 아쿠아리움이나 수족관이 설치된 곳에 가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아쿠아리움이 20개가 넘으니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문하려고 하면 비용이나 시간 등 큰맘을 먹어야 한다. 육지와 우리 주위에서 물고기 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끔 횟집근처를 지나다 보면 어린 아이들이 횟집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보며 신기해 하기도 하고 놀라워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가끔은 무서워 하는 아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물고기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끄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고 보면 유치원이나 학교 교실에 어항이 한 개 정도씩 있다면 아이들에게 충분히 호응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물을 갈아주거나 먹이를 주는 일 또는 어항이 넘어져 깨지거나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먹이를 주는 일 등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 정수기를 렌털 업체에서 청소와 관리하듯이 소위 ‘관상어 관리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어항을 관리하고 철에 따라 어항과 물고기도 바꾸어 주는 것이다.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수요와 니즈(needs)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인프라가 가능한 도시 학교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욕심을 내자면 바다가 없는 내륙의 도시부터 말이다. 우리나라 전국 학교에 교실수가 20만개가 넘으니 대단한 수요가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사전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친아이들적인 어항의 디자인이나 색상 그리고 물고기 선정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어항을 통해 물고기를 알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당연히 바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 소중함을 인식하지 않을까! 더불어 정서가 안정된 아이들의 학습능력도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이 어린이들이 바다인류 호모씨피엔스요 바다시민이다.

 우리나라의 관상어 산업은 6,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50조에 달할 정도로 거대 산업으로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다. 우리나라 관상어 애호가 인구는 100만명에 달하는데 요즘은 반려 관상어인 ‘아쿠아 펫’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동남아 국가에 비해 관상어의 다양성이나 양식 등에 있어서 어려운 여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계 10위권의 관상어 산업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관상어 산업은 관상어 생산과 유통 관리, 그리고 전시와 여가 등이 모두 포괄되는 그야말로 6차 산업인 것이다. 이제 ‘1교실 1어항 갖기’ 운동을 통해 우리 관상어를 성장산업으로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우선 해수부나 수협부터 일하는 책상마다 작지만 멋있는 어항 하나씩을 비치해서 붕어 한 마리라도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여건상 1책상 1어항이 어렵다면 사무실 마다 작더라도 어항 하나씩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부터 솔선해 보자. 사무실에 있는 화분이나 난을 화원에서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관리해주고 또 철마다 바꾸어 주듯이 우리 어항도 그리하면 되지 않겠는가. 관상어 관리사가 미래 청년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직업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바다와 수산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상징으로 어항만한 것도 없다. 해수부와 수협에는 어항이 놓여 있어야 한다.

 학교교실과 사무실의 어항속에서 반려물고기 아쿠아 펫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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