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물고기가 들어 있는 나라 몽골
“몽골은 현실을 다루는 정치 세계의 최고 지도자와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지난주 유럽의 내륙국가 해양강국 스위스에 이어 아시아로 눈을 돌려 보자. 유라시아 대륙의 초원에 위치한 내륙국가 몽골은 누가 보아도 바다와는 무관한 나라로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면 몽골은 해양국가이다. 아니 해양 민족이다.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몽골인들의 자랑은 징기스칸에서 시작해서 징기스칸으로 끝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징기스’라는 말의 뜻이 바로 대양(ocean), 사해(四海) 라는 의미이다. 곧 징기스칸은 바다의 왕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아시아는 물론 러시아와 동유럽에 이르는 대륙을 정복하고 지배했던 초원의 왕이 바다의 왕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또한 몽골의 종교는 티벳에서 유래된 라마불교인데 라마불교의 최고승은 바로 달라이 라마(현재 인도에 망명중이다)이다. 이 ‘달라이’라는 의미가 바로 바다 (sea)라는 뜻이다. 곧 달라이 라마는 바다의 스승이 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몽골의 국기에는 소욤보라는 몽골의 문양이 들어 있는 데 여기에는 바로 물고기 두 마리가 포함되어 있다. 국기에 물고기가 들어있는 국기를 가진 나라를 본 일이 있는가? 이렇듯 몽골은 현실을 다루는 정치 세계의 최고 지도자와 정신세계를 관장하는 종교 지도자의 호칭이 모두 바다와 맞닿아 있다. 거기에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에까지 물고기를 포함하고 있으니 우리가 몽골을 해양국가라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물리적으로 바다가 없다고 하여 해양국가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몽골이나 스위스에서 보듯이 그리 옳은 말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바다가 넘치게 있어도 바다가 귀한 줄도 모르고 소홀히 하는 국가가 해양국가가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몽골에는 홉수굴이라는 큰 호수가 있는데 몽골인들은 이 호수를 ‘어머니의 바다’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면 몽골인들의 생각과 피속에는 바다의 DNA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듯하다. 수억 년 전 몽골 평원이 바다였을 때의 그 바다 DNA가 이어져 있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티벳고원도 한 때 바다였으니 당연히 몽골 평원도 바다였으리라. 이렇듯 바다가 한 자락 없어도 몽골은 틀림없는 해양 국가이다. 그러기에 필자는 2015년 겨울 해양수산부 차관 시절 몽골을 방문하여 우리나라와 몽골간의 해운분야의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바다 없는 몽골과 삼면이 바다인 우리가 해운협력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할지 모르나 몽골의 바다를 향한 꿈과 열정은 지구상에 바다를 가지고 있는 어느 국가보다도 뜨겁고 강했다. 아시아 대륙의 깊은 곳에 있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12월은 영향 30도에 가까운 혹한이 몰아쳐 코가 시릴 만큼 엄청 추웠지만 몽골인들의 바다를 향한 열정과 의지는 그 추위와 얼음을 녹이고도 남을 만큼 뜨거웠다.

 몽골의 꿈은 해양국가이고 그들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아니 열정과 의지가 있는 한 몽골 그들은 이미 해양 국가이고 몽골인들은 바다인류 즉 호모 씨피엔스라 부를 만하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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