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있는 몇몇 얘기가 작게 다수의 여론인 양 포장돼
기다렸다는 듯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수산신문 기사를 보거나 문영주 편집발행인과 이야기를 나눌 때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가 있다. 시중에 나도는 얘기를 전하듯 하면서 해수부 해체론을 말할 때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다. 전에는 대놓고 꺼냈는데 요즘은 본인은 그렇게 생각지 않지만 그런 여론이 있다라고 말하니까. 부 해체론이 거론될 때마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얼마나 사기가 죽는지 아는가! 재결합해서 잘 사는 부부에게, “너희 얼마 못 살고 또 이혼할 것 같아, 너희 곧 또 이혼한대며?”라는 얘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잘살고 있느냐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때만 되면 나오는 해수부 해체론
과연 해수부가 해체될까? 해체되면 누구에게 이익일까? 과연 수산에 이익일까? 누가 득을 보기에 이런 말을 심심찮게 꺼낼까? 대선이 있고 새 정부가 들어설 때면 관련 학회 등에서 정부조직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그림을 그리곤 한다. 많은 경우 정부조직에 대한 철학이 없거나 객관성이 부족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주 의혹이 들게도 한다.

몇 달 전에 조직학회 등의 이름으로 진행된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세미나에서는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를 통합한 국토해양부를 제시했고, 통계청을 처로 승격시켜 총리실에 두자고 주장했다. 이 세미나에는 정부 부처 중에 유독 통계청장만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토론에 통계청 국장이 참여했다. 이 세미나에서 발표된 조직도를 보면 농림축산식품부에는 아무런 변화없이 농진청과 산림청을 두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수산을 국토해양부에 두어서 국토계획, 건설, 교통과 같이 한 부처에 두자는 것이다, 발표자료대로라면,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아무런 철학도, 논리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자료에 나와 있는 조직도에 많은 정부 부처가 술렁이고 공무원들이 한숨과 기대를 뱉어냈다.

문 편집인에게 수산계에서 옛날-농수산부의 외청-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들이 누구고 왜 그러는지를 묻곤 했다. 대체로 이런 대답들이다. 지금 해수부에서 수산출신들이 인사상 소외됐다, 업계에서 해수부에 아는 사람이 없다(전화할 사람이 없다) 등이 대부분의 이유 들이다. 초기에는 예산이 소외됐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얘기는 없다.

해수부 해체되면 수산 어디로
우선 해수부가 해체된다고 해서 옛날, 수산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산정책실로 편입된 적이 있다. 이제는 옛날이라 하면 이명박 정부 시절일 수 있다는 얘기다. 어느 게 좋은지는 지금과 이명박 정부 시절을 비교해 보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인사에서 소외됐다, 본부에 전화할 정도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수산직에 관한 말일 것이다. 사실 수산청 시절에는 특정학교, 그중에서도 기술고시(수산직) 출신들이 장악하다시피 했다. 다른 학교 수산직 기술고시 출신들은 아웃 사이더였다. 우리가 그분들의 이름을 떠 올리면 다 아는 일이다. 그 당시 수산직이라도 특정학교 출신이 아니었던 사람들, 또 수산직이 아닌 행정직등 다른 직렬 사람들의 분위기나 불만 등을 떠올려보면(사실 말도 못하고 지냈다) 그 순혈주의의 폐해가 얼마나 컸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특정학교 출신 수산직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15년간 해수부에 온 기술고시 수산직은 17명이었는데 그중에서 특정학교 출신들은 4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숫자가 줄어든 것은 해수부가 되어서가 아니고 기술고시 수산직의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꼭 수산 관련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기술고시에 합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학부에서 수산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새로운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과 바이오시대에 수산의 신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데 적합하다.
또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관계를 맞으려는 노력을 안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굳이 수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순환 보직제이기 때문에 해양정책이나 해운 등 다른 분야도 1-2년 마다 사람이 바뀌고 있으며 또 세종으로 옮겨 간 이후 더 커지는 간극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것은 업계나 해수부나 같이 책임질 문제이다. 실력있고 열심인 사람들이 서로 오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서로 노력해서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가면 된다.

수산, 농업과 다르고 해운과도 다른데
사실 농업과 수산업은 같이 있기 곤란할 정도로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농업의 바탕인 땅은 주인이 있다. 바다는 국유이다. 땅과 바다는 공간적으로 겹치지 않는다. 땅 위의 농작물은 주인이 있다. 바다의 수산물은 주인이 없다, 먼저 잡는 게 임자다. 농작물은 주인이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출하시기를 조정한다. 수산물은 지금 내가 안 잡으면 남의 것이 되기 때문에 잡아야 한다. 따라서 농업에 없는 치어 문제 등이 발생한다. 두 번 경매가 이루어지는 유통도 다르고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다르다.

물론 수산은 해운과도 많이 다르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출범한 이유처럼, 같은 공간을 쓰고 있고 선박이나 선원 등 같은 요소들을 활용하고 있다. 항만을 건설하고 항로를 설정할 때 어장과 어업인의 피해를 먼저 당연히 살피게 된다(부처간 칸막이가 있을 때 보다 훨씬 면밀하게 협의한다). 바다는 해수부 출범 이전에는 육상의 온갖 오염, 폐기물을 버리는 곳이었다. 해수부가 되고 나서 해양 환경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 어선들의 안전 항해를 위한 기술 개발, 관제 등도 해수부가 되고 나서 더 발전한 영역들이다. 어촌과 어항에 관광 개념 도입 등 기능을 다양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해수부가 해체되어 옛날로 돌아가도 이룰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그렇게 되고 있을까?

기능 쪼개져 있을 때 생각해야
해수부를 만들던 1996, 해양행정은 10개 부처 3개청에서 나뉘어 수행되고 있었다. 단순하게 지금의 해양수산부의 기능이 13개로 쪼개져 각 부처에서 수행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각 부처에서 바다에 관심이나 있었겠는가! 그러다보니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해양수산업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해양수산부를 만든 것이다. 외부에서 정치적, 철학적인 이유로 정부조직을 개편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불만이 있는 몇몇 얘기가 마치 다수의 여론인 양 포장되어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판단은 대한민국 수산업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이익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새로운 해양경쟁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해양행정도 달라져야 합니다.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해양행정기구가 필요합니다1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김영삼대통령이 해양부 신설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 인사 얘기를 하면서 수산신문에서 쓰는 수산직의 범위는 갈수록 넓어져 왔다. 처음에는 특정대학 출신들에서 범 수산직으로 넓어지더니 요즘에는 해수부 출범 당시인 1996년도에 수산청에 있던 행정직들까지 수산직으로 보는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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