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연구본부장/수산업, 지금 기후변화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탄소중립 시계·메가 FTA 확대·신냉전 체제로의 전환 등

정부, 수산업계 한계 상황 돌파 위해 정책 틀 전환 필요

사회안전망 확보·어촌 소멸 방지 위한 선제 대응 등 필요

수산업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규제 혁신·규제 합리화

 최악의 코로나19 상황을 잘 헤쳐 나왔지만, 더 크고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3년간은 코로나19에 모든 이슈가 집중된 시기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수면 아래에 있던 이슈들이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이슈들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 환경변화 중에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들도 있다. 기후 위기 대응, 규제규범 강화 및 메가 FTA, 신냉전 체제로의 전환, 동유럽분쟁, 물가 상승 등 다양한 이슈들은 수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탄소중립 시계 가속화=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 상승하는 시기가 더 짧아지면서 탄소중립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상향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 비전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수산업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산업 중 하나이다. 화석연료 사용이 많은 어선어업 등 생산과정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과 더불어 다운스트림과 업스트림 과정의 탄소배출 전반을 고려하여 기존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시대 대응을 위해서는 수산업 부문 온실가스 추정이 필수다. 전과정평가 시스템 적용을 위해서는 공식적인 통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신뢰할만한 데이터 구축을 위한 라이브러리 구축이 시급하다. 향후 수산물 경쟁력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탄소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선어업뿐 아니라 양식업, 수산 식품까지 탄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메가 FTA가 확대=올해부터 CPTPP 가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미국 주도의 IPEF 가입과 협상 개시도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CPTPP, IPEF 등 메가 FTA는 환경 규범, 노동 규범도 다루고 있다. 메가 FTA의 영향과 범위가 커질 전망이다. 수산업 부문 국제규범은 생태, 환경, 윤리적 생산 등 친환경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친환경 생산을 제도적 이행뿐 아니라 데이터로 검증하는 책임을 지우고 있다. 앞으로의 모든 메가 FTA는 가입국의 환경 책임이 강화될 전망이다. 국제규범 수용을 위한 국내법 마련과 데이터 검증 능력을 통한 제도 이행의 신뢰성 확보가 관건이다. 미래에는 모든 수산물 수출입과 유통에서 생산정보, 위생정보, 환경정보, 노동정보 등이 포함된다는 생각으로 단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신냉전 체제로 전환=세계적으로 신냉전 체제로 전환되면서 경제와 안보가 결합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안전한 필수 물자 공급망 확보를 위한 거대국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미·중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동유럽 전쟁 발발 이후 신냉전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수산업도 이미 그 영향의 범위에 들어와 있다. 러시아는 미국, EU와 함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오호츠크해 일본어선의 조업을 중단시켰다. 일방적인 러시아의 일본어선 조업 중단 사례는 러시아 수역에서 베링해 자원을 이용하는 한국도 관련되어 있어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시 소비급감 우려=수산업에 있어 예정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이다.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는 시점부터 인접국인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급감이 우려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해 생산, 가공, 유통, 소비과정의 투명성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소비자 신뢰 구축이 소비급감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한 선결 과제이다. 수산물 유통의 시작점인 전국 위판장 검역을 강화하고, 시설현대화를 통해 수산물 위생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소비자와의 신뢰 회복이 원전 오염수 문제 해결의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전례 없는 물가 상승 경험=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양적 완화에 공급망 붕괴까지 겹쳐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동유럽 전쟁에 의한 유가 상승, 식량 가격 상승은 전례 없는 물가 상승의 신호탄이 되었다. 곡물 수출이 많은 동유럽 지역의 전쟁은 곡물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겨 에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중국의 봉쇄 영향, 동유럽분쟁 등 이슈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대중성 어종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에 대응한 상시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수산물 방출 및 할인 행사 강화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리상승 우려 확대=세계은행은 최악의 경우 향후 2년간 세계 경제가 제로 성장에 가까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은 금리상승 폭을 확대했다. 그 여파로 한국은행도 금리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41년 만에 최고 물가 수준을 기록한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소비감소에 따른 피해 등이 누적된 생산자, 유통업자, 가공업자들이 다수 있다. 조금의 충격으로도 도산 위험에 직면할 한계 어가들이 많이 있다. 급격한 금리상승은 수산업계에 도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정금리 적용 및 상환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책이 필요하다.

 수산업계의 한계 상황 돌파를 위해, 정책 틀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어선어업 생산량은 100만톤 이하로 떨어지고, 김, 굴, 넙치, 전복 등 우리나라 양식산업 성장을 주도 해온 대표 품목 외에 추가 품목이 출현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자연에 의존적인 양식업으로 재해에 따른 피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우리 수산업의 해외 진출을 선도했던 원양 산업은 국제적인 규제 강화로 더 이상의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다. 원물 중심의 냉장․냉동 수산물 유통이 지속되고, 가공품을 통한 부가가치 향상은 여전히 요원하다. 비대면 거래 확대로 유통혁신이 지속되지만, 생산자를 포함한 업계는 변화된 유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수출시장에서 K 브랜드에 힘입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무역역조 현상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수산업계의 한계 상황으로 극복하고, 수산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책의 틀을 과감하게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안전망 확보 우선돼야 혁신에 성공=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경제 양극화는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불안정, 빈곤 위험도 증대되고 있다. 거대경제권 통합으로 무역장벽은 한층 더 낮아지고 있다. 이미 세계 수산업은 기술, 자본 중심의 무한 경쟁체제로 돌입하였다. 이제 글로벌 산업 경쟁력에서 비교우위 확보를 위한 수산업의 기업화, 규모화, 스마트화를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산업 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연적 과정이지만, 고용불안정과 빈곤 위험 극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가 우선될 때 달성될 수 있다.

 ▶공익형 직불제 확대 및 도시민 수준의 사회보장 필요=수산업·어촌의 중심축인 어업인, 수산업, 어촌 공간에 대한 새로운 혁신을 통한 성장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생산 중심의 소득정책은 수산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어가소득 정책의 틀을 생산에서 환경과 사람을 고려하는 정책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업소득 외 환경적 가치 향상을 위한 공익형 직불제를 더욱 확대하고, 수산업 종사 인력의 유지, 유입을 위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도시민 수준 이상으로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수산업 인력 유지가 중요=수산업 전반의 혁신을 위해서는 미래 수산업을 책임질 젊고 유능한 신규인력이 유입되어야 한다. 인구가 급감하는 국면에서 현재의 정책으로는 수산업 종사와 어촌지역 거주의 동기를 유발하기는 역부족이다. 어촌소멸 과정에 어촌에 거주하며 수산업을 영위하는 어업인 한명 한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귀어·귀촌을 위해 새로운 인력을 유입시키려는 노력과 더불어 지금 어촌에 거주하는 어업인 유지를 위한 노력이 더 강화되어야 할 시기이다.

 ▶어촌지역 소멸 방지를 위한 선제 대응이 필요=우리나라 국토 외곽지역 소멸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촌지역은 국토의 끝이 아닌 영토의 시작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어촌 공간의 입지 여건에 따라 맞춤형 공간정책으로 새로운 활력을 증진 시킬 수 있다. 우선 일반 농산어촌 개발에 있어 해수부 전담 구역을 조정하고, 소규모 낙후 어항은 정비하는 한편, 스마트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 소득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으로 어촌 지역소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식량안보 차원의 수산업 지속성 유지 필요=자급률 유지를 위해서는 연근해어업을 통한 어패류 생산량 회복과 식량안보에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한 양식업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어패류 자급률은 48.9% 수준이다. 현재 자원량을 고려하여 탄소 발생이 많고, 노후화된 어선을 우선 감척하되, 자급률 수준을 현저히 저해하지 않도록 점진적 감척과 TAC 중심의 강화된 자원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수산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모화, 첨단화, 저에너지, 선원복지 등을 고려한 생산 효율성이 높은 어선의 신조 사업도 지속해야 한다.

 ▶생산단계 유통혁신 필요=코로나19로 가속화된 유통혁신, 비대면 거래, HMR 시장 확대 등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중심으로 생산, 유통, 가공, 소비 시스템 전반을 혁신할 때이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산지 유통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산지 유통혁신의 시작은 위판장 풀필먼트 도입과 온라인 경매시스템 도입이며,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 유통플랫폼을 활용한 수산물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출하 단위, 품질 등급 표준화, 규격화 등 유통조성기능 확충을 위한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산지수협 중심의 가공 및 상품화 역량 강화를 통한 수익사업 발굴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산물 소비 동기 유발 중요=최근 1인 가구 증가로 HMR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HMR 수산식품의 약 68%는 수입산 원료이다. 국내산 수산물의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량 출하를 위한 계약거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생산자들이 차별화된 가정간편식 제품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제는 수산물 소비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고령친화식, 유아식, 환자식 등 특수목적 식품을 개발하고, 상품화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씨푸드테크 등 차세대 식품을 개발해야 한다.

 수산업에 있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규제 혁신과 규제 합리화이다. 수산업은 자원, 환경보호를 위해 민간의 산업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대표적인 규제산업 중 하나이다. 그러나 생태, 환경, 안전, 보건 등 꼭 필요한 규제는 규제 수단과 기준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어장환경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가 있다면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국제규범을 국내법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모든 일을 정부가 관리, 감독할 수 없다. 과감하게 민간 자율에 맡기거나, 민간이 직접 참여하여 관리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신뢰를 구축해 나간다면, 규제와 자율의 조화 속에 공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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