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로타리/ 창간 19주년을 맞아/ 문영주 편집국장
"농민신문처럼 농민 이익 대변하는 근사한 신문 만들던지 전문지 통합해 영세성 벗어나게 하던지"

 

 

난 2004년 수산신문 창간호에 ‘신문을 만든 우리의 변(辯)’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마지막 글을 이렇게 썼다.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많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비용을 치를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 전문지도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대가를 기꺼이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 올망졸망한 신문들이 아무런 질적 차이 없이 존재하는 이런 풍토는 이제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개선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수산계가 동참해야 한다. 마치 남의 일처럼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보고 사람들은 무모한 도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용기는 역경이 있어 빛이다"는 보브나르그의 말을 오랫동안 가슴에 새겨 둘 것이다”

 그리고 벌써 19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했다. 그러면 옛날식 관념대로 해도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이다. 그럼 그때와 지금 수산전문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전문지 19년전과 달라진 게 없어
 유감스럽게도 변화와 개혁을 얘기했던 그때 전문지는 어디론가 실종됐다. 지금 수산전문지는 전문지 다운 심층 기사도 없고 잘못을 지적하는 통렬한 기사도 없다. 감시와 비판이 언론의 기능일진대 그저 정부나 수협, 산하기관이나 단체서 보내주는 기사를 검증이나 분석도 없이 배달부 노릇을 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개혁을 얘기하면서 용기도 없었다. 가십성 기사나 표피나 자극하는 기사로 도배질을 하고 마치 그것이 전문지 기능의 전부인 것처럼 행세해 왔다. 웃기는 얘기다. 전문지가 왜 있어야 하는지 존재이유를 모른 채 그저 세월 따라 19년을 보낸 것이다. 19년 수산신문 역사 중 수산인이나 어업인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게 뭔가?

이런 식이라면 수산신문 미래 또한 절망적이다. 신문이 신문의 기능을 못하면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지에 난 기사를 정부나 국회, 해당 기관에서 관심있게 보거나, 때론 두려워 할 정도는 돼야 한다. 또 전문지에 난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인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지다. 그런데 기사가 나도 아무런 반향 없이 그냥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면 전문지가 왜 필요한가.

굳이 변명을 하자면 여기에 한몫하는 게 수산계다. 수산전문지가 문제가 있거나 방향이 잘못됐으면 이를 바로 잡도록 수산계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전문지냐며 목소리도 내야 한다. 그래야 바뀐다. 물론 언론이고, 신문사도 기업인데 어떻게 우리가 나설 수 있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신문은 기업이지만 사익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수산공동체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게 수산전문지다. 전문지가 무단횡단을 하면 혼내고 과속을 하면 딱지를 떼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수산신문이 19년을 버텨온 것도 이런 운 좋은(?) 환경 때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문지 역할과 기능 어느 때보다 중요
 지금 수산계는 안팎으로 곱사등이 되고 있다. 안으로는 자원감소, 어촌 고령화, 기후 변화 등으로 미래를 전망하기 쉽지 않다. 자원감소, 어촌 고령화는 이미 현상이 됐고 기후 변화는 한반도 어장을 한꺼번에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또 밖으로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체결이 기다리고 있고 남미공동시장과 무역협정을 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이런 협정이나 협상은 정부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수입 관세를 철폐하는 일이어서 수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수산전문지들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 맥을 찾고 기사를 발굴하고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또 어업인이나 수산인의 알 권리 충족과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제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과 의지만으론 할 수 없다. 신문사 환경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처럼 올망졸망한 신문사로는 이런 일을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

차기 수협회장 선거가 불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 새로운 회장이 오면 수산전문지가 제대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농민신문처럼 농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근사한 신문을 만들던지, 전문지를 통합해 영세성을 벗어나게 해야 한다. 이제 누군가 통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 창간 19주년을 맞아 떠오르는 상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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