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9주년 특별기획/기후 변화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김도훈 부경대 교수

김도훈 부경대학교 교수

 세계적으로 지구 기후시스템의 온난화는 자명한 사실이며, 특히 1950년대 이후 관측된 변화들은 그 이전 시기에 비해 훨씬 빠른 기후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해수면 수온 상승 속도는 1993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고, 해양 폭염 발생 빈도 역시 1982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

 국제기후변화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기후변화 영향에 따라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 어획잠재력은 최대 2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북극은 최대 76%, 남극은 최대 54% 이상의 해빙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해수면 상승 등으로 2100년 연안지역 침수 피해 규모는 최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거에 100년에 한번 발생했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향후에는 1년에 한 번씩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높은 파도와 같은 극한 피해를 매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업 분야의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며, 수산자원 등 자원 재분배에 대한 갈등 및 경제적 취약지역 리스크 증가 등이 크게 우려된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50년간 한반도 주변해역 표층수온은 약 1.2℃ 상승해 전 세계 평균(0.5℃)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전 연안의 평균 해수면은 매년 3.12㎜씩 상승했고,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00년에는 최대 73㎝ 증가될 것으로 전망돼 연안지역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기후변화와 함께 전 세계 해양의 산성화도 진행되고 있으며, 1875년 이후 pH 농도가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PCC에 따르면, 향후 2100년까지 pH 농도가 0.065~0.315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우리나라 주변 해역도 해양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특히 울릉분지의 산성화 정도는 전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광양만, 진해만 등 연안 내만에서의 해양산성화도 진행되고 있어 패류 양식업 등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수산자원 역시 난류성·표층성 어종(멸치, 고등어, 삼치, 방어 등)은 증가하고 있고, 한류성 어종(명태, 도루묵, 임연수어 등)과 저서성 어종(갈치, 강달이, 병어류 등)은 감소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라 주요 어획대상 어종의 대체, 아열대성 어종 출현 빈도 증가, 어종별 서식지 및 산란장 북상, 그리고 주어기 및 산란기·회유시기 변화 등 매우 다양한 영향이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 연근해어업의 기후변화 취약성을 기후 노출(E)(수온, 염분), 민감도(S)(어종별 기후변화 민감성), 그리고 적응능력(AC)(어업인의 능력)의 각 지표를 가중 합산(E+S-AC)해 분석한 연구(김봉태 외, 2018) 결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다소 상이하게 나타났다.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시나리오(RCP8.5) 하에서는 연안개량안강망, 연안들망, 연안선망, 연안자망 등의 연안어업과 근해안강망, 근해장어통발 등 일부 근해어업의 취약성이 높게 평가됐다. 그리고 온실가스 저감이 상당히 실행되는 시나리오(RCP4.5) 하에서는 연안개량안강망과 근해장어통발은 여전히 취약성이 높았지만, RCP8.5와 달리 근해연승, 연안통발, 연안복합, 서남해구외끌이중형저인망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두 시나리오 모두 공통적으로 근해어업보다는 연안어업의 기후변화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예측되어 향후 연안어업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능력 향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면 양식품종의 기후변화 취약성을 분석한 연구(Kim et al., 2019) 결과에서는 동일한 품종 내에서 생산 지역 간의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품종 간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노출이 크게 나타난 김, 미역과 같은 해조류가 가장 취약했고, 이들 품종을 양식하는 지역 중 재난피해 영향이 큰 서해안 지역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지락과 멍게가 그 다음으로 취약성이 높았는데, 전자는 품종의 민감도와 적응능력이 상대적으로 열위였고, 후자는 수온 상승에 노출된 정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굴, 홍합은 중간 수준이었는데, 기후 노출은 높지 않았으나 바지락과 같이 양식품종의 민감도가 높고, 적응능력이 낮았기 때문이다. 어류, 새우, 전복, 다시마 등은 기후 노출이 낮은 데다 민감도가 양호하여 일부 적응능력이 낮은 생산 지역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기후변화 속에서도 양식업이 안정적인 수산물을 공급하고 어업인의 생계를 유지하며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잠재적인 영향을 결정짓는 노출과 민감성을 줄이고, 적응능력을 향상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양식하느냐가 중요하며,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 개발도 시급하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 김과 미역은 고수온을 통제할 수 있는 양식어장 재배치, 고수온에 강한 신품종 개발 등이 필요하다. 이들 품목은 지역의 적응능력 또한 높지 않은데, 특히 김은 생산가치가 큰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인 파급이 크다는 점에서 적응능력의 보완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해조류 다음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 바지락은 염분 변화에 따른 노출 정도가 컸고, 멍게는 수온 상승에 많이 노출되어 이러한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어장 재배치 등이 필요할 것이다.

 어류, 전복, 새우는 고수온에 덜 민감하고 양식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정도가 높아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그러나 넙치를 제외하면 해상 가두리 또는 축제식 양식방법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조피볼락은 넙치 다음으로 생산이 많은 어종이지만 다른 어종에 비해 고수온에 약하고, 다른 어종들도 서식 수온 한계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양식 적정 수온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스마트 양식 기술을 접목해 기후변화 영향을 통제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IPCC 보고서 등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생산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연근해어업의 생산량이 20% 감소할 경우 어업과 레저형 낚시 그리고 관련산업 등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연간 4조 이상의 피해와 3만명 이상의 고용 감소가 초래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기후변화 수산업의 피해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수산자원 및 어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수산자원 영향 분석 및 예측 강화 등의 과학적 조사·연구가 강화돼야 한다. 그리고 수산업 및 어촌지역의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와 사회경제적 리스크 저감을 위한 적응정책 수립이 확대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수산업 기반 구축, 기후변화 대응 어업 및 양식업 생산 신기술 개발, 기후변화 대응 피해저감 기술 개발, 그리고 수산자원 및 연안 생태계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수산업 기반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도훈 교수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 부경대 교수 등 연구기관과 공직, 학계를 두루 섭렵해 시야가 넓은 이론가다.
 부경대에서 수산경영학을 전공해 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델라웨어대학에서 해양정책학(수산경제학)으로 2003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해 KMI에 들어와 책임연구원으로 수산 정책 분석 연구를 하다가 2005년 국립수산과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해양수산연구사로 수산경제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2012년 다시 대학으로 건너가 부경대 교수(해양수산경영학과)로 수산경영경제 강의 및 연구를 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세계수산대학(World Fisheries University)에서 수산사회과학 강의 및 연구도 하고 있다.

 OECD 수산위원회 정부대표,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 사회경제분야 한국측 대표 전문가, 해양수산부 자체평가위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청렴감사관, 해양수산부 책임운영기관 운영심의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해양수산총론 등 8권과 1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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