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9주년 특별기획/기후 변화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해수부 윤현수 해양환경정책관

윤현수 해양환경정책관

 명태는 한때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을 견인하는 핵심적인 수산자원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국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제는 국내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어종이 되었다. 명태 자원 급감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남획이 지적되어왔으나 최근에는 해양의 기후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조양기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 동해안 주요 명태 산란지의 수온은 1980년대 초반에 비해 약 2℃ 가량 상승하였다. 기후변화는 명태의 산란지 이동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 수산업의 구조와 국민들의 밥상을 바꿔놓았다. 이제 우리 밥상은 원양산 명태가 차지하고 있다.

 명태가 수산자원 변동의 대명사로 거론되기는 하지만, 해양생태계 전반으로 눈을 돌리면 유사한 사례는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열대성 어종으로 제주도 일대가 주 서식지였던 자리돔은 서식지 북상으로 독도 인근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하며, ‘울릉도’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오징어는 이제 동해가 주요 어장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서해에서도 많이 잡히고 있다. 또한, 제주 해역에서는 열대성 돌산호류가 기존에 서식하던 연산호, 해조류와의 경쟁에서 우점종이 되어 서식처가 확대되고 있다.

 위 현상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온난화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50년간 해수온은 세계 평균 약 0.5℃ 상승했다. 이에 비해 한반도 연근해의 해수온은 같은 기간 1.2℃나 상승했다. 바다는 산업화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의 20~30%를 흡수·저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세기 동안 바다에 누적된 영향이 이제는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심각해진 것이다.

 해양 온난화는 바다 안의 모습을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육지에도 영향을 준다. 뜨거워진 바다와 대기의 상호작용은 태풍을 강화하고, 평년값을 크게 뛰어넘는 폭염·폭우를 야기한다. 이로 인해 연안 저지대 침수와 이상고파 등으로 연안 지역의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안 재해는 특히 해수면 상승과 결합하여 미래에 더 큰 위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의 사례들과 같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어 그 영향이 전세계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국제적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양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등 국제 네트워크에서도 해양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UNFCCC 체제에서는 ‘해양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당사국 간 대화 채널이 연례적으로 개설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가속화되고 있는 자연의 변화와 국내외적인 정책 여건 변화 추세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근본적으로 해양의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해양수산업계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이를 위해 2021년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작년 12월, 해양수산부는 국가 시나리오의 이행을 위해 해양수산분야 2050 ‘탄소 네거티브’ 목표와 해양수산 각 분야의 주요 정책 수단을 마련해 ‘해양수산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했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 406만톤에 이르는 해양수산분야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324만톤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우선 수산·어촌 분야의 경우, 2018년 304만톤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 11.5만톤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어업, 양식업에서 수산물 유통·가공단계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 단계별로 저탄소 모델을 마련한다. 특히 수산업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선어업의 저탄소 전환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 어선의 노후기관 교체와 노후어선의 대체 건조를 지원해 어선의 연료 사용 효율성을 개선한다. 또한, 2025년까지 LPG, 하이브리드 추진 저탄소 어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2026년부터는 시범적으로 대체 건조 수요의 일부를 저탄소 어선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양식업과 수산가공업 분야에서는 에너지절감장비 보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히트펌프, 인버터 등 기존에 양식장, 수산물 가공공장에 보급되고 있던 장비 보급을 촉진하고, 더 폭넓은 업종으로의 확대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공정의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스마트 양식·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스마트양식클러스터와 스마트 수산가공단지 등 건립을 통해 스마트기술의 확산도 적극 지원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수산업 시설물을 기반으로 하여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 설치 확대를 지원한다. 양식장은 유휴부지 및 유휴수역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 보급 방안을 마련한다. 어항시설의 경우도 국가어항을 중심으로 특성에 알맞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신재생에너지 시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해운 분야에서도 어선과 마찬가지로 저탄소·무탄소 선박으로의 전환을 중점 추진해 우리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을 촉진한다. 민간 친환경선박 확산의 마중물로써 정부가 앞장서 저탄소·무탄소 선박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노후 관공선을 단계적으로 친환경 전환해나간다. 동시에 민간선사 대상 재정·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항만시설 이용 제도 개선 및 연료공급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자발적인 친환경선박 전환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2050년에는 수소와 암모니아 등 국제 해운 물류망에서의 무탄소 선박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탄소 흡수력을 증진해 온실가스에 감축하는 정책 방안도 마련했다. 갯벌·바다숲은 천연 탄소 흡수원으로, 육지의 산림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된 우리나라 갯벌은 생태계 다양성의 보고일뿐만 아니라 매년 자동차 20만 대가 일 년 동안 내뿜는 탄소량과 맞먹는 49만톤의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대응에도 기여한다. 이런 갯벌의 흡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훼손된 갯벌과 갯벌 상부 염생식물 군락을 복원한다. 또한, 기존에 수산자원의 서식처 유지·복원을 위해 시행하고 있던 바다숲 조성 사업을 확대하고,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해역별 특성에 적합한 품종으로 전환해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수산자원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병행해, 기후변화로 빠르게 변화하는 자연·사회 환경에 해양수산업계와 어촌·연안 지역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의미있게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예상되는 수산자원의 서식지 분포, 자원량 변화를 선제적으로 예측해 수산업계가 활용 가능한 기초 자료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등 스마트기술 적용을 확대해 예측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한편 열대성 해파리, 갯끈풀 등 해양생태게 유해·교란생물의 분포와 위해성 평가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필요시 저감·제거하여 해양생태계 교란과 불측의 생물재난을 미연에 차단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해역 환경의 변화로 다양해지는 수산 질병, 기후재해 피해로부터 지속가능한 어업 활동 유지를 위한 대책들도 추진한다. 어업인과 수산 질병 현황에 대한 소통을 강화해 수산 질병 정보 공유를 더욱 활성화하고, 감염성 질병의 진단법 개발 및 백신·치료제 등 의약품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한편, 양식보험에서는 어업인의 선택권을 넓혀 기후재해로 인한 피해 대비를 두텁게 한다. 최근 늘어나는 고수온 재해를 감안해 고수온 특약 상품에 가입하는 어가의 특약보험료 정부 지원 비율을 상향한 바 있으며, 후속하여 지원 기간의 연장도 검토한다. 전복 해상가두리 양식장의 태풍 보장 전용상품 도입 등 맞춤형 양식재해보험 상품도 다양화해 나갈 계획이다. 수산업 기반시설 차원에서는, 기후재해에 취약한 어항시설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성을 평가하고 지속 보강한다.

 아울러 연안·항만의 근본적 피해 원인 규명과 연안 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연안·항만 방재연구센터 건립에도 박차를 가한다. 센터 건립을 통해 실제 해양환경을 재현해 고파랑, 태풍 등에서 비롯되는 연안 재해의 대응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 연구를 추진한다.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연안정비 사업은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체계를 재정비하고, 연안침식관리협의회의 내실있는 운영으로 지자체·지역주민·전문가 소통을 강화한다.

 해양의 기후변화 영향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으나, 이제는 해수면 상승으로 태평양 도서국가들이 물에 잠기고 수산자원이 떠나가는 등 눈에 보이는 피해가 늘어나며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해양수산업계와 연안·어촌에 상상하지 못한 어떤 변화와 피해가 나타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해양수산업계와 연안·어촌의 생명·재산 피해 방지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업계, 지자체 및 지역사회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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