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에 우리 모두 ‘Seatizen’이 되어 보자
"볼리비아, 바다 빼앗겼어도 바다의 날에는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들까지 모두 나와 기념식 하고 행진하면서 잃어버린 바다를 기억한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5월 31일은 27회 째 맞는 바다의 날이다. 바다의 날이 1996년 제정됐으니 같은 해에 출범한 해양수산부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 부두 야드에서 열린 제1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해양수산부 신설을 발표했으니 참으로 우리 바다가족인 호모 씨피엔스들에게는 소중하고 기억해야 하는 날이다. 5월 31일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세운 날을 기념해 정해진 유서 깊은 날이다. 필자는 1996년 당시 해운항만청 인사담당자여서 대통령의 훈.포장 수여식 준비관계로 현장 기념식 행사에 참석했는데, 해양수산부 신설을 발표하는 당시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흥분되고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 모습과 느낌이 눈앞에 있는 듯이 생생하다. 아마도 당시 현장에 있던 모든 참석자들이나 그 소식을 들었던 우리 국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한다. 연설중 “오늘 우리가 서있는 이 자리는 대륙의 끝이 아니라 태평양의 시작입니다”라는 대목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또한 당시 해양수산부를 발족시키기 위해 기초를 놓으시고 헌신적인 노력을 하신 영원한 바다사나이 김재철 회장님, 홍승용 전 차관님과 같은 많은 분들(founder)을 꼭 기억하고 기려야 한다.
 
 우리나라에만 바다의 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5월 22일, 영국은 6월 8일로 각기 바다관련 역사적인 날을 바다의 날로 기념한다. 이웃 국가인 중국은 정화가 대 항해를 떠난 날인 7월 11일, 일본은 7월 3째 주 월요일이다. 특히 일본은 바다의 날이 국경일로서 공휴일이다. 우리로 보면 소위 빨간 날인데 거기에다 월요일이기에 황금의 3일 연휴이다. 그러기에 일본인 모두가 바다의 날을 기억하고 또 즐긴다. 일본의 바다의 날 제정 이유에는 “바다의 은혜에 감사하고 해양국 일본의 번영을 기원한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일본이 바다를 보는 시각을 잘 나타내 준다. 우리나라는 일본 못지않게 경제와 기후와 생활에서 바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바다의 날이 수십 개의 국가 기념일중의 하나에 불과 한 것은 많이 아쉽고 또 안타깝다. 일본이 바다의 소중함고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관심을 끄는 것은 남미의 내륙국가인 볼리비아가 3월 23일을 바다의 날로 기념한다는 사실이다. 애초 볼리비아는 태평양 연안을 가진 엄연한 해양 국가였으나 1883년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그만 태평양 연안에 있던 우리 남한 면적 정도의 땅을 빼앗겨 내륙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기에 볼리비아 국민들은 지금도 바다의 날에는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들까지 모두 나와 기념식을 하고 행진을 하면서 잃어버린 바다를 기억하고 기필코 회복하리라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볼리비아가 남미 최대의 호수 티티카카호에 수십척의 해군 함정과 수천명의 해군전력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다는 있을 때보다 없어져 보면 소중함을 더 크게 깨닫게 된다. 볼리비아가 주는 교훈은 매우 크다. 그러고 보면 볼리비아는 내륙국이지만 진정한 바다의 나라라 부를 만하다.

 이제 또다시 27번 째 바다의 날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과 역동성 그리고 바다가 미래의 터전이라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고 또 많은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들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바다가 얼마나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것인지 아쉬움이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맞는 바다의 날도 그동안처럼 우리끼리 기념하고 또 그냥 보내는 하루의 기념식으로 머물지 않았으면 한다. 더욱이 새 정부 출범후 맞는 첫 번째 바다의 날인 만큼 새로운 정부가 가지는 바다정책과 지향점에 대해 국민들과 공감하고 공유하는 하루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욕심을 좀 더 내자면, 3년 후인 2025년 30주년 바다의 날에는 온 국민이 국경일이자 공휴일이 된 바다의 날을 기억하고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5월 31일 바다의 날 하루만이라도 바다를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가 바다시민 ‘Seatizen’이 되어 보자.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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