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바다식목일은 세계에서 우리가 최초로 제정 기념
그만큼 우리 바다 숲과 바다 환경이 심각하다는 반증
해조류 숲의 회복과 푸르름, 바라기만 해선 이뤄지지 않아

윤학배 前해양수산부 차관

 지난주 5월 10일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일이기에 당연하다고 말할지도 모르나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5월 10일은 열 번째 바다식목일 이라는 사실이다.

 바다 식목일은 바다에 해조류를 심어 바다 숲을 조성하고 바다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로 산과 들에 나무를 심는 식목일의 바다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열심히 나무도 심고 또 열성적으로 가꾸어서 과거의 민둥산이라 불렸던 곳에도 이제는 나무가 우거져서 푸르고 또 푸르다.

 바다 식목일은 세계에서 우리가 최초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우리의 바다 숲과 바다 환경이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빨리 깨달은 만큼 단지 바다식목일 지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푸르거나 갈색이거나 또는 초록이든, 바다 속과 해안에 수많은 해조류가 번성하여 물고기 등 해양생물에게도 쉼터와 숨터를 제공하고 우리 인류와 지구에게는 기후변화를 견디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10년이라는 기간은 자연으로 보면 매우 짧은 찰나의 시간이다. 육상의 식목일이 해방 후인 1949년부터 시작되어 70여년 이상 지속되면서 지금 우리가 매일 피부로 느끼는 푸른 산이라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바다도 앞으로 20주년, 30주년 바다식목일을 맞이할 즈음에는 백화현상과 같은 바다 숲의 황폐화를 딛고 푸르고 갈색으로 뒤 덮힌 바다의 해조류 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다 숲은 곧 바다 자원의 회복과 우리 수산자원의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조류 숲의 회복과 푸르름은 우리가 바라기만 해서는 이뤄지지는 않는다. 우리 어민과 우리 바다사람들이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앞장서서 바다를 아끼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일반 국민들도 이에 동참하여 국민운동으로 확대 발전되어 나갈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산림의 경우는 봄철에 산불감시원들이 활동하면서 산불조심이나 산림자원을 관리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우리 바다에도 바다 숲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기구나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어민들이 앞장서고는 있으나 중과부적인 것이 사실이다. 어촌에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나 퇴직하신 경험 많은 분들을 활용하여 연안이나 해안의 쓰레기도 수거하거나 정화하는 작업을 하면서 해조류 가꾸기와 관리도 같이 해 나가면 어촌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지 않을 까 한다. 아무리 예산을 들여 바다에 해조류를 심고 인공 어초를 투입해도 사후에 이를 잘 관리하고 가꾸어 나가지 못하면 울창한 바다 숲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5월 12일은 여수 세계해양박람회 10주년
 지난주 우리와 같이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 호모 씨피엔스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날이 또 있다. 5월 12일은 우리 바다 사람들이 꼭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날이다. 바로 10년 전 여수박람회가 개막한 날인 것이다. 2012 여수 세계 박람회는 해양을 주제로 한 박람회로 다른 박람회가 산업박람회라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고 유래가 없는 박람회였던 것이다. 2012 세계박람회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 이라는 주제로 바다의 도시 여수에서 2012년 5월 12일부터 3개월간 개최됐는데, 총 입장객만도 800여만에 달하는 등 우리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바다의 중요성과 바다환경의 보호 필요성을 인식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물론 여수 박람회는 여수는 물론 전남 동부권의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는데 여수로 가는 도로가 개통되고 여수역이 신설되어 KTX가 바로 여수시내까지 연결됐으며 이순신대교 등의 건설로 전남과 남해안 지역의 교통이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SOC의 신설로 박람회 이전에는 단지 오동도나 둘러보던 관광지 수준으로 연간 방문객이 300만명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1,4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여수는 세계 EXPO를 통해 재탄생하게 됐던 것이다.

 그런 이러한 외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수 박람회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2013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해양수산부가 다시 부활하게 됐다. 또한 여수 박람회의 마스코트인 여니와 수니도 바다 생물에서 따왔으며 엠블럼도 바다의 역동적인 모습에서 유래했다. 그러고 보면 바다 식목일과 여수세계 박람회는 바다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 여수 세계 박람회가 개최되는 시기에 맞추어 바다환경과 바다 숲 등에 대한 관심이 제고됐기에 바다식목일이 기념일로 제정되는 한 요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두 행사가 모두 10주년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히 아닌 것이다.

 나부터 나서자
 우리는 이제 5월을 바다 식목일과 여수박람회 10주년이라는 시간의 개념으로 보기 보다는 바다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로 삼고 우리 바다사람들의 의지를 되새겨야 한다. 기념일 행사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왜 바다식목일이 제정됐고 여수박람회가 개최됐는지 근본적인 취지를 다시 한번 살펴 보았으면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주 언론보도 등에서 전혀 언급이 없을 정도로 바다식목일이나 여수세계해양박람회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관심 정도는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가적 행사였던 세계박람회를 언제 개최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여수박람회의 정신과 그 유산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 본다. 산에 나무를 심는 식목일 행사처럼 주요 지자체 장이나 공공기관의 장들이 솔선수범해서 바닷가로 가서 해초를 심거나 해안을 청소하는 모습을 TV에서 보고 싶다면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바다는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그 문을 열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바다식목일과 여수박람회 10주년을 생각하면서 중요하다(important)와 기회(opportunity)라는 말이 바다에서 유래했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중요하고 기회인 바다를 우리 후세들이 최소한 우리가 누렸던 만큼은 누릴 수 있도록 우리 세대가 잘 관리하고 가꾸어서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는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10년을 넘어 50년 아니 100년을 내다보며 바다 식목일에 해조류를 심어보자.

 어느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우리, 아니 내가 먼저 나서야 할 때다.
 바다는 아끼는 만큼 우리에게 내어준다는 것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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