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우리국민 한사람 먹는 수산물 일본·노르웨이보다도 휠씬 많아
올림픽에 수산물 소비 종목 있다면 금메달은 우리가 '떼놓은 당상'

윤학배 前해양수산부 차관

 우리의 주식은 쌀이 아니고 수산물이다


 우리 국민들의 수산물 사랑은 참으로 대단하다. 1년에 우리국민 한사람이 먹는 수산물이 60kg이 훨씬 넘는다. 이는 수산물을 가장 많이 소비한다고 알려진 일본 52kg나 노르웨이 54kg와 비교해서도 휠씬 많이 소비하는 것이다. 아마도 올림픽에 수산물소비라는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은 우리가 따 놓은 당상이다. 그런데 수산물 소비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의 수산물 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30kg정도이고 세계 평균이 20kg 정도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수산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의 주식은 다 아는 것처럼 쌀이다. 그런데 이 쌀 소비량은 1980년 130kg에서 2020년에는 57.7kg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서 수산물보다 더 적게 소비하고 있고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육류도 60kg정도로 수산물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 수산물 사랑은 대단하다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산물 소비량은 1999년 39.3kg에서 2001년 42.2kg, 2006년 54.2kg, 2018년 61.1kg, 2020년 65kg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수산물로 몰리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수산물 소비량이 많은 것은 서양과는 수산물 소비 패턴이 좀 다른 것에도 그 이유가 있기는 하다. 서양 사람들은 주로 생선의 살 위주로 튀기거나 구워서 먹지만 우리는 생선은 물론 해조류와 젓갈 가공품 등 거의 모든 수산물을 회로 먹고 삶고 볶고 조리고 탕으로 먹는 등 다양하게 먹기에 실제로 소비하는 양은 통계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많다고 보여 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주식은 이제 쌀이 아니라 수산물이다.

 슬로우 라이프 시대, 슬로우 푸드 수산물

요즘은 서양 생활과 문화의 영향으로 한편에서는 패스트 푸드가 인기이고 빠른 것이 좋다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슬로우 라이프와 슬로우 푸드가 또 다른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우 시티로 선정된 청산도에도 슬로우 라이프와 함께 슬로우 푸드인 수산물이 있기에 더 의미가 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우리네 전통 생활이 슬로우 라이프이고 우리네 음식이 슬로우 푸드이다. 유럽 등이나 초원 민족과 달리 우리는 전형적인 정주 민족으로 농사를 생활기반으로 하는 민족이다. 여기에서 우리 음식을 슬로우 푸드의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숙성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김치가 대표적이고 수산물에서는 젓갈이 대표적이다. 즉 발효음식이야말로 슬로우 푸드의 대표선수이다. 이동성이 강한 서양에서는 딱딱한 바게뜨 빵이나 햄버거, 샌드위치 등 간단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손으로 먹는 패스트 푸드형 음식이 발달했는데 유목민족인 몽골 등에서 육포 등이 발달한 이유와 동일한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한곳에서 진득하게 버티면서 익혀먹는 발효음식인 김치나 젓갈류가 발달한 것이다. 정주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이동해야 하는 곳에서 어떻게 젓갈문화와 김치문화가 나올 수 있었겠는가? 약간은 답답해 보일수도 있으나 한 자리에서 기다릴 줄 아는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에서 그 기다림과 인내보다 더 값진 시간의 맛이 스며들어 맛이 배가된 발효음식 젓갈이 탄생한 것이다. 슬로우 라이프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우리 수산물이다. 요즘은 새롭고 빠른 것만 찾는 젊은이들도 슬로우 라이프에 관심이 많고 또 즐기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젊은 세대들이 슬로우 라이프와 더불어 슬로우 푸드의 대명사인 수산물도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수산물을 이용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식품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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