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유통가공업서 짐 싸는 유진수산 장공순 회장
18세 때 수산물 유통가 첫발… 60년 외길 종사
신라·롯데호텔, 삼성 등에도 납품하며 새길 열어

장공순 유진수산 회장

“사용하지도 않은 노량진수산시장 사용료 내라 하고 지자체 갑질에 환멸”


“법대로 하면서 살아 왔는데 현실은 '법 외면' 5월까지만 유통 가공업하고 그 이후 손 뗄 터”

 수산물 유통가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던 장공순(78) 유진수산 회장이 지자체와 수협과의 갈등 때문에 조만간 수산물 유통가공사업을 접을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장공순 회장은 지금부터 60년 전인 1962년, 동대문 수산물 상가에서 점원으로 수산물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18살 때 일이다. 이후 27살 때 직접 수산물 유통회사를 차린 후 전설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대원각, 청운각, 오지남 등 내로라 하는 요정에, 또 까다롭기로 유명한 신라·롯데호텔 등에 수산물 납품을 시작한다. 수산물 유통업자가 이런 곳에 수산물 납품을 시작한 것은 장 회장이 처음이다.

 요정은 요정 정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시대의 권력자가 찾던 곳. 때문에 가장 좋은 물건을 납품하지 않으면 발도 붙일 수 없는 곳이었다. 장 회장이 이곳에 납품을 할 정도니까 그에 대한 업계의 신뢰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이후 그는 유진참치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원양산 참치를 국내 시장에 유통시켜 참치회를 대중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일본에서는 최고의 횟감으로 알려진 참치가 국내에서는 전혀 소개가 안되던 때다. 또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납품을 시작한다. 그가 가는 길마다 수산물 유통의 새역사가 쓰여졌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친 건 2017년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때. 시장 현대화를 놓고 구시장 상인과 시장 운영권자인 수협과의 갈등과 대립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엉뚱하게 파편이 장 회장에게 튀었다. 시장 외곽에 자리 잡은 장 회장 사무실 겸 수산물 처리장은 구시장 일부 상인들과 법인과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전기와 수돗물이 끊기고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장 회장은 이곳에서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부천 서운동 유진수산 공장에서 작업을 하기위해 가공공장을 증설했다. 또 국가로부터 수산물 안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HACCP 인증을 받기 위해 2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시설을 현대화했으며 공장을 증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한 대뿐이 없다는 훈제연어기계를 도입한 것도 바로 이 때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에 터졌다. 계양구청에서 40년 가까이 쓰던 가공공장 일부에 가건물이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장 회장은 “계양구청은 매년 정기검사를 해 오면서 한번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갑자기 계양구청이 일부 건축물에 문제가 있다며 원상복귀를 명령한 것이다”고 했다. 300여명 가까운 직원들이 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당장 대형마트 납품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장 회장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40여년간 우리는 법대로 했다”며 계양구청에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계양구청은 요지부동이었다. 문제가 있으니까 일부 가건물은 철거하라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와중에 수협노량진수산시장은 사용하던 시장 외곽 건물을 부당 사용했다며 부당이득 반환금으로 2억여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장 회장은 “전기와 수돗물이 끊겨 사무실 사용을 하지 않았는데 임대료를 내라고 한다"며 "돈도 돈이지만 억울해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했다. 가뜩이나 계양구청 때문에 화를 삭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겹치면서 장 회장은 수산물 유통 사업에 염증을 느낀 것 같다.

 “내가 수산물 유통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가 딱 60년입니다. 60년 동안 어려운 일들을 몸으로 헤쳐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법을 지키면서 법대로 해 왔는데 돌아온 건 구청의 차가운 규제와 수협의 부당한 횡포뿐이었습니다”

유진마트 주차장

 사재를 털어 백만인 회밥 먹기 운동을 펼치고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온 건 차가운 시선뿐이 없었다고 장 회장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법대로’ 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운동 유진마트 주차장 한쪽 벽면에는 그가 그동안 벌여 온 ‘백만인 회밥 먹기 운동’과 과거 그의 활동, 그의 공장을 찾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 등의 사진이 “수산보국 가로막는 전봇대 행정, 이게 나라입니까”라는 구호들과 함께 걸려있다.

 장 회장은 “5월 경 수산물 유통가공사업을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60년간 오직 수산물 유통이란 외길 만을 걸어온 그가 유통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산물 유통업계 한 원로는 “그는 우리나라 수산물 유통의 선구자이며 수산물 유통업계의 산 증인”이라며 “연간 몇백억원 어치 수산물을 사가 이를 유통시킨 공로자를 이렇게 쓸쓸하게 떠나 보내는 것은 수산인들의 할 짓이 아니다”고 아쉬워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중도매인 88번, 그의 중도매인 인생이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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