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새우 작업하다 2년 전부터 칼을 잡았어요”
신선도 살린 가공 수산물 군·학교급식으로 공급
해썹·에워샤워는 기본, 4중 이물질 검사로 안전

김민주 씨

  인천 학익동에 사는 김민주(54) 씨는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 7시 10분쯤 집을 나선다. 15분 거리에 있는 수협 인천가공물류센터가 그의 직장. 얼굴을 스치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따갑지만 얼른 동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가볍다.
 8시 30분 작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1시간 남짓 시간. 같은 전처리작업실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위생복으로 환복하는 등의 준비를 하며 “오늘도 힘내자”고 서로 등을 토닥인다. 이 시간이 좋아 그는 1시간이나 일찍 나온다.

 수협 인천가공물류센터는 2010년 수협중앙회가 어획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안전한 양질의 수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어류, 연체류, 갑각류, 양념 젓갈 등에 대해 해썹 인증을 받는 등 엄격하고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의 가공 수산물을 공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루에 40톤, 연 1만톤 이상의 수산물을 가공할 수 있다.  

 눈 깜박할 사이 오징어 한 마리 손질
 김민주 씨가 일하는 전처리작업장은 이곳에 도착한 원물이 일단 냉동창고에 들어갔다 필요한 시기에 가공을 위해 가온·가습 해동을 거친 것을 손질하는 곳이다. 머리나 내장 등 먹을 수 없는 부분을 제거하고 깨끗이 세척한다. 그는 처음엔 새우작업을 하다 2년 전부터 칼을 잡았다. 오징어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데 재빠른 손놀림으로 눈 깜박할 사이에 오징어 한 마리를 정리해 버린다.

 “미싱일도 해보고 선물포장 일도 해봤는데 이곳 일이 제일 재밌다. 이곳에서 일하다 정년퇴직한 아는 언니가 이곳을 알려줬다. 그때는 인원 충원 계획이 없어 다른 곳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사람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다. 우리 식구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깨끗이 손질하고 있다.”

 

 이곳 가공과정 중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 전처리작업장이다. 1년에 2,000톤 가까이 가공하는 오징어가 주를 이루는데 김민주 씨가 한 손질작업 뒤 세척해 컨베이어벨트에 가지런히 눕히면 절단기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이를 다시 동결실로 들여보내 16시간 정도 얼린다. 당일 작업한 물량이 다음 날 아침 배송되는 시스템인데 자동시설과 사람 손길이 적절히 어우러져 작업이 이뤄진다.

 자숙오징어 등 가공 다변화
 산지에서 올라온 수산물은 이곳에 들어와 완제품이 돼 나갈 때까지 위생을 위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콜드 체인 시스템(Cold Chain Sysrem)’으로 가공된다. 신선도를 유지하고 맛을 살려 최대한 빠른 시간에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공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곳에서 가공된 수산물은 군급식과 학교급식, 기업 단체급식 등으로 납품된다. 또한 본사에서 진행하는 홈쇼핑용 ‘바다애찬’ 수산물도 가공된다. 군급식으로 나가는 품목은 총 15개로 오징어 등의 반가공물 6개, 마른 멸치 등 건어류 6개와 순살 형태의 코다리, 오징어·낙지젓갈 등이다.

 전량 국내산으로 신세대 군인들이 좋아하도록 비린내와 가시를 없애는 등의 가공을 한다. 올해부터 오징어를 한 번 데친 튀김용 자숙오징어도 납품하고 있는데, 나날이 세분화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공 방법을 연구하고 적용한 결과다.

 
 단체급식은 냉동, 패류, 갑각류, 건어류 등이 480여개 품목으로 나가고 있다. 요청하는 조건에 맞추다 보니 한 가지 수산물이라도 십수 가지 품목으로 가공된다. 학교급식과 단체 급식은 단체급식사업단이 맡아 영업과 배송을 책임지고 있는데 현재 서울과 경기, 세종, 당진 지역 1,100여 학교에 납품하고 있다.

 인천시의 지역제한 때문에 센터가 위치한 인천 소재 학교에는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본사가 서울인 관계로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 인천시청에 지속적으로 시정요구를 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지난해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다. 3월~5월 사이엔 아예 등교금지로 급식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평년대비 매출이 4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는 그래도 80%까지 끌어올렸다. 11월 2주간 위드코로나 때는 90%까지 오르기도 했다. 센터의 전체 매출 또한 작년 600억에서 올해 800억으로 올랐다.

 김민주 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시간에 늘 감사하고 있다. 아무리 장갑을 낀다 해도 겨울에 찬물로 손질하다 보면 손가락이 얼얼하지만 잠깐씩 뜨거운 물에 녹이고 밀린 곳을 서로 도와 끝내주려는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 오후 5시 반 무사히 하루 작업을 끝낸다. “아이들 학원비도 줄 수 있고 내 스스로 경제력을 가진다는 게 무엇보다 좋아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여기서 정년퇴직하고 싶다 말한다.

 해썹 아닌 건어물도 4중 이물질 검사
 센터의 건어물 작업공간 또한 눈길을 끈다. 사실 건어물은 해썹 인증 품목이 아니다. 그런데 이곳은 에어샤워를 거치고 마치 수술실처럼 솔로 손을 문질러 씻은 다음에야 들어갈 수 있는 청정구역이다.
 산지에서 올라온 멸치의 경우 박스를 뜯어 일단 색채선별기에서 1차 이물질을 걸러낸다. 이후 작업자들이 육안으로 다시 이물질을 거르고 중량에 맞춰 자동포장된 다음 금속검출기, X-Ray 이물질 선별기를 통과한다. 1.5mm 크기까지 잡아내는 이 장치로 혹시 모를 돌 등을 골라낸다.

 센터에서 가공된 수산물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실험실에서 이곳에 입하된 원물 샘플을 채집해 중금속검사, 노로바이러스검사, 식중독균 검사 등의 기본 검사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감마핵종분석기로 요오드, 세슘 검사도 한다.

 센터는 올해 FDC(소비지분산물류센터) 사업도 시작했다. 지난해 말 시설을 완공하고 FPC(산지수산물유통거점센터)를 통해 올라오는 수산물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서울·경기도권으로 분산해 소비자에게 유통단계를 줄인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한다. 하지만 사업 초기 계획한 만큼 되지 않아 힘들었다. 현재는 거래처의 분산을 맡는 등을 통해 창고 80%가 찬 상태다.

 권태철 수협 인천가공물류센터장은 “지속적으로 수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맛을 최대한 살린 수산물을 가공하는 것은 물론 군납 수의계약 종결을 대비해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모색하려고 한다”며 “내년에는 FDC 사업 또한 정상 궤도에 올리며 이곳에서 일하는 148명 작업자들의 행복한 직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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