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금어기·금지체장 설정 시 자원회복 효과 분석
‘어선세력구조조정’서 ‘어업 경영여건 개선’으로
어업현장 부합하지 않는 규제 특성 반영해 합리화

김준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어업인들을 만나보면 대부분이 어업활동 하기가 녹록치 않다고 한다.

 실제 1980년대 중반 152만톤에 이르던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최근 90만톤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하여 답보상태에 놓여 있고, 자산 대비 부채비율도 12.7%로 농가(6.6%)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높다. 또한 수산계 고교 출신자의 수산업 취업률은 30% 수준이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외국인 어선원 고용도 쉽지 않아 어업활동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또한 일부 어업현장에서는 총허용어획량(TAC), 금어기·금지체장 등 자원보호 조치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TAC제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고등어 등 회유성 어종에 대해 우리 바다 자원평가 결과만으로 TAC 할당량을 설정하는 점과 국내적으로 일부의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TAC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한계를 주장하기도 한다.

 TAC제도 관련 자원평가 범위 확대, 정확도 제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이 되나, 꽃게, 전갱이, 키조개, 대게 등 주요 TAC 관리어종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TAC 적용업종의 생산액도 5년 전 대비 20.6% 상승하는 등 그 효과성은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근해와 연안어업의 어선당 영업이익은 2017년 대비 각각 23%, 39% 상승했고, 2020년 어업 총생산금액은 약 8조 7천억원, 부가가치는 3조 5천억원으로 증가추세인 점을 감안할 때 어업 생산성은 오히려 향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어업현실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어업활동이 가능한 어업경영 여건 확보”를 목표로 현 제도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TAC, 체계적 어구 관리 등 자원관리형 어업정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한편, 어업현장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들은 업종·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합리화하는 등 제도 내실화에 집중하고자 한다.

 금어기·금지체장 제도 개선
 수산자원의 포획·채취 금지 기간(금어기)과 크기(금지체장·체중)를 업종별·해역별 어업현실을 반영해 정비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어린물고기 보호를 위해 44개 어종의 금어기와 42개 어종의 금지체장(체중)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복잡한 어구·어법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금어기·금지체장의 일률적 적용으로 인해 현장 수용성이 낮아지고,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신설·강화된 금어기·금지체장 제도의 자원회복효과와 어업소득에 미치는 영향 등 전반적인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도의 신뢰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그간 별도로 효과평가를 하기 어려워 금어기·금지체장 설정 시 자원회복 시나리오를 도출·활용했으나, 앞으로는 실제 자원회복 효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또한 넙치, 삼치 등 해역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어종에 대해 지역별 생태연구를 추진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비의도적으로 어획된 금어기·금지체장 어종의 혼획물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치망 등 비선택적 어업은 선상 선별 시 대부분의 혼획물이 폐사해 해상에 버려지고, 금지체장 미만의 어획물은 사료로 불법 유통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혼획의 개념 및 허용범위, 판매장소 지정 등 혼획물 관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며, 지역별·업종별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허용범위를 초과한 혼획물의 처리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어업 경영여건 개선을 위한 감척사업 추진
 그간 자원관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감척사업의 정책목표를 “어업 경영여건 개선”으로 재설정하고, 어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업종별 규모와 중장기 적정 감척척수를 도출하고자 한다. 우선, 정책목표와 관련해 현재는 중간 목표 성격의 “수산자원 대비 과도한 어선세력 구조조정”으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수산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더 잘 사는 어업인’, 즉 모든 어업주체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소득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결국 감척사업도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도록 “어업 경영여건을 개선”하는 감척사업으로 방향키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어선세력 규모, 그에 따른 적정 감척 수준을 도출하는 것이다. 먼저 과학적 조사를 통한 우리 바다의 잠재 수산자원량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지속가능하면서도 어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어획량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적정 어선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어선원 수와 수급방안, 어구 제작, 어선 건조, 가공, 유통 등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감척사업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어업 경영여건의 변화, 전·후방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감척 규모 설정 등 중장기 감척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으로 감척사업은 앞서 언급한 중장기 감척 계획에 따라 진행하되, 집행단계에서는 현장 어업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수용성을 높이고자 한다. 가능한 한 자율감척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직권감척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직권감척은 금년 대상자의 86%가 이의신청을 제기할 정도로 순응도가 낮았는데, 감척 선정기준과 절차를 정비해 수용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또한 감척 대상 어업인의 안정적 퇴출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평년수익액 3년분의 90%만 지급하고 있는 폐업지원금도 내년 100%까지 확대하고, 현재 일부 근해업종이 실시하고 있는 감척 대상 어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자금 조성을 타 업종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TAC 중심의 어업자원 관리체계 정착
 총허용어획량 관리제도(TAC) 중심 자원관리형 어업구조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현재 12개 어종에 대해 TAC를 적용하고 있는데, 내년 7월부터 갈치, 참조기, 삼치 등 3개 어종을 새로이 TAC 관리어종으로 추가 도입한다. 아울러 자원감소 징후를 보이고 있는 멸치(기선권현망 어업)에 대해서도 TAC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갈치, 참조기 등 3개 어종을 TAC 관리어종으로 편입시킬 경우, 현재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29%에 불과한 TAC 관리비중도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50%, 2030년 80%까지 TAC 관리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정확한 자원 조사, 평가체계를 구축해 TAC 제도에 대한 과학적 신뢰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금년 개발을 완료한 ‘생태계 기반 자원평가 모델’을 활용해, 기존 단일 어종 중심으로 실시하던 자원평가를 개선하여 생태계 전반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하고 어종·어업·생태계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는 동해권역을 시작으로 해역별 자원평가를 추진하고, 남해, 서해, 제주도 인근 해역으로 조사해역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주요 자원평가 대상종도 55종에서 60종으로 확대한다.

 그리고 매년 3월, 8월 두 차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진행하는 한·중 잠정조치수역 내 자원조사에 내년 시범적으로 대학 실습선, 우리 근해어선(대형 트롤) 등을 추가로 투입하고 조사범위도 한·중 잠정조치 수역 외에 제주 남쪽 먼바다까지 확대함으로써 고등어, 참조기, 갈치 등 회유성 어종에 대한 자원평가 정밀도를 더욱 향상시킬 계획이다. 또한 이를 통해 해수온도 상승 등 변화된 해양환경에 대응해 우리어선들이 전통적으로 조업하던 한·중 잠정조치수역의 경제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곧이어 동 수역에 우리어선들이 활발히 재출어함으로써 우리 EEZ 경계에 집중된 어선들의 조업 경쟁도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어구관리시스템 개발 
 금년 12월 TAC 기반 규제완화 시범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하고 기업형 신고어업 방지를 위해 거주요건을 강화하는 '수산업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4,000억원에 이르는 폐어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어구실명제, 판매량 제한 등 체계적으로 어구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체계적 어구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우선 전자어구관리시스템 개발을 통해 어구실명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어업 현장에서의 관리를 강화하고자 한다. 지난 2006년 해양수산부는 자망, 통발 등 부설형어업에 대해 어구실명제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어구실명제를 표시하는 깃발이 조류·해풍 등으로 훼손·유실되어 식별이 어렵고, 지도·단속에도 한계가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되고 있다.

 어구실명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어업인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RFID)을 활용해 어구의 종류, 위치, 사용량 등을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전자어구관리시스템 기술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향후 해상 통신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지속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개발 완료시점에 전자어구식별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어구는 어업관리당국이 회수·처리하는 제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구 생산·판매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어구 판매량과 판매방법을 제한하는 등 어구의 생산과 판매 단계부터 관리를 강화해 어구실명제 등 사용단계에서의 어구 관리체계를 보완토록 하겠다. 이와 더불어 어구보증금제를 도입해 어구의 자발적 회수를 촉진하고자 한다.

 바다숲 등 자원조성사업 관리 강화
 2022년 자원조성을 위해 바다숲 2,386ha(누적 2.9만ha), 산란·서식장 5개소를 추가로 조성하고, 조성이 완료된 바다숲 조성지 129개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바다숲 사후관리를 강화하고자 한다. 현재 4년간 국가에서 바다숲을 조성·관리한 후 지자체로 관리업무를 이관하고 있는데 지자체의 예산·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사후관리가 미흡해 바다숲 조성효과가 반감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조성을 완료한 바다숲 조성지 129개소의 상황을 전수 조사해 체계적인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 조성한 129개소를 양호~미흡 등 등급화해 차별화된 사후관리 주기·방법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조성-지자체 사후관리”의 틀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도의 승려 법구(法救)가 작성한 '법구경'에는 “뿌리가 깊이 박힌 나무는 베어도 움이 다시 돋는다.”는 말씀이 있다. 수산업이라는 나무에게 있어 어업은 바로 그 뿌리와 같은 존재이다. 수산업의 근간인 어업이 굳건하게 받쳐주지 못한다면 어선원, 어구·가공 등 연관산업, 더 나아가 어촌지역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점을 항상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산업의 근본인 어업이 거센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탄탄한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김준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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