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칼럼/문영주 편집국장
공청회 앞두고 회장 임기 연장 필요 등 본질 벗어난 얘기 돌아
해수부 직선제 검토는 첫째가 투표인 수 적어 돈 선거 유혹 때문

 

조합원 직접 참여로 회장선거 새판 필요..46명만 확보하면 15만명 대표

직선제 문제 많더라도 직접민주주의 표의 등가성 문제 해소 할 수 있어

수협중앙회장(이하 수협회장)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앞두고 혼란스러울 만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임준택 회장 임기를 연장해 다음 회장 선거 때부터는 신임 조합장들이 회장을 알고 선출해야 한다는 얘기에서부터 회장의 연임제한 철폐 등 혼란스러운 얘기들이 여기저기 떠돌고 있다. 22일 수협회장 선거제도개선 공청회 자리에서도 아마 이런 얘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것은 수협회장 선거제도 개선의 본질이 아니다. 회장 선거제도 개선의 본질은 한 마디로 ‘직선제’다. 현행 제도의 폐단이 적지 않다는 까닭에서다. 해양수산부도 이런 지엽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굳이 공청회까지 열겠다는 생각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장 임기조정은 지엽적 문제
 현재 일각에서 거론되는 회장 임기 조정 문제는 현 제도를 땜질해 쓰겠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회장을 뽑는 제도는 괜찮은데 이런 점이 문제가 있으니까 고치자는 미봉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제가 잘못됐다. 나무를 옮기지 않으면 병이 들어 고사할 수도 있는데 나무에 난 상처를 가지고 무슨 약을 발라야 한다는 등 이래저래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본적인 혁신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는 것이다.
 또 나가는 조합장도 신임 조합장 못지않게 회장 뽑을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은 사람들이다. 물론 같이 호흡을 맞출 사람이 새 회장을 뽑는 게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관행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각이지만 현 회장 임기 연장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대목이다. 

 회장 연임 제한 해제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제도에서 먼저 연임 제한부터 풀자는 것은 앞뒤 순서가 잘못됐다. 직선제 등 제도개선을 하고 그렇게 회장을 뽑으니까 이제 연임 제한 족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순서상 맞다. 지금 얘기는 문제가 있어 혹을 떼려는데 거기에 혹을 더 부치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제도 개선과 역행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직선제 거론 왜 나오는 지 이유부터 알아야
 수협회장 선거제도 개선은 직선제 얘기가 지금 왜 나오는지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행 수협회장 선거제도는 지난 10월 21일 농해수위의 수협중앙회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 얘기처럼 91명 조합장 중 46명만 적당히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면 수협회장이 될 수 있다. 투표인수가 몇백명이라면 몰라도 46명만 확보해 당선될 수 있다면 솔직히 후보는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수협회장 선거가 혼탁한 돈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해양수산부가 수협회장 선거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첫 번째 배경도 아마 거기에 맥이 닿아 있을 것이다.

 또 직선제가 시행되면 전체 조합원이 선거에 참여해 조합원 의사가 최대한 반영된 민주적인 선거가 치러짐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이 확보되고 이것이 회장의 대표성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처럼 91명의 조합장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선거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선거가 협동조합의 본질을 성숙시킬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민주적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표의 등가성인데 표의 등가성 훼손을 막을 수도 있다. 20명 조합원을 가진 조합장도 한표이고 1만명의 조합원이 있는 조합장도 한표라면 아무리 협동조합에 기여도가 높다고 해도 너무 기울어진 제도다. 또 근년 들어 회장 선거가 업종별 조합에서 대를 잇는 ‘업종별 조합의 잔치’가 되는 의미도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직선제 비용 좋은 후보 선출 시 상쇄
 물론 직선제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직선제를 실시할 경우 직접 선거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선거가 91명 조합장을 상대로 한 선거였다면 직선제는 15만여명을 상대로 해야하는 선거다. 그런 만큼 선거관리에다 선거운동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투표 참여 비용은 조합장 선거와 같이 투표를 하면 되니까 별도 참가 비용이 들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비용과 효과다. 선거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검증된 사람을 뽑아 수협이 이익을 볼 수 있다면, 또 능력은 있지만 돈이 없거나 세력이 없어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면, 돈 선거로 능력이 모자란 사람이 회장이 돼 손해가 나는 것보다 몇배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비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정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처럼 모바일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해 봄 직하다. 수협조합원 상당수가 고령화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선례가 있어 충분히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정치권처럼 지역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비대면 선거운동과 선거공영제 실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면선거운동은 후보들이 지역이나 권역으로 나눠 합동연설회를 한번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유튜브나 수협방송을 통해서 조합원과 만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수협방송의 네트워크나 유튜브를 통해 후보들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후보들 간 상호 토론 자리도 마련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제도가 될 수 있다.
물론 직선제를 위해선 조합원 정비도 선행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조합원 정비는 어느 정도 정비가 돼 가고 있고 그 수가 미미할 것으로 보여 회장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조합원 수가 많은 조합과 그렇지 못한 조합이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논리가 너무 비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회장을 직선제로 뽑는다고 지금 중앙회 지배구조나 회장과 조합장과의 관계가 크게 변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회장의 비상임, 명예직, 연임제한 등 현행 제도는 얼마든지 전향적으로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조합원이 가장 민주적인 절차로 회장을 뽑았는데 회장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 경영인이 필요한 영역을 제외하고, 또 너무 제왕적 회장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1,118명 조합장이 회장을 뽑는다. 지난 2월 대의원제에서 직선제로 바꾼 농협법 개정 때문이다. 이런 농협법 개정은 협동조합이 조합원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협동조합 정신을 반영하기 위한 농정당국과 농협, 농민들이 꾸준히 노력해 얻은 결과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 수협회장 선거제도도 조합원의 의사가 더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직선제로의 개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수협인들의 전향적 자세가 모아지지 않는다면 이번 시도 역시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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