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문 닫고 싶지만 직원들 눈에 밟혀 못 하고 있다”
15년 동안 아무런 얘기 없다가 갑자기 가설건축물 일부 문제 삼아 철거 처분
장공순 회장 “20억원 들여 HACCP 설비해놨는데 철거 말이나 됩니까”

장공순 회장

 “아니 정식 승인을 받고 20년 동안 해 왔던 공장을 어느 날 구청에서 와서 뜯으라고 그래요. 가설건축물 일부가 건축법 위반이라면서요. 그동안 2년 만에 한번씩 공장에 와서 불법 여부를 검사했던 그 구청은 계양구청이 아니고 도대체 어느 구청인가요. 그래서 거기에 몇십억원을 들여 HACCP 시설 등을 설치했는데 이제 와서 뜯으라고 하니 기가 막혀서 얘기가 안 나와요”

 우리나라 수산물 유통의 역사를 새롭개 써 왔고, 또 쓰고 있는 유진수산 장공순(78)회장은 아직 분이 덜 풀린 모양이다.

 “모 홈쇼핑에서 며칠 전에 상품(수산물) 4만 2천개 주문이 왔어요. 코로나 때문에 일할 사람이 없어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해요. 그런데 이런 마당에 천장에 패널을 하고 가설 건축물 일부에 문제가 있다며 시설을 뜯으라고 하면 공장을 하지 말라는 것 아네요. 식품 위생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공들여 지은 공장을 뜯으라고 하니 돈도 돈이지만 정말 울화가 치밀어요. 대통령에게 호소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요”

 아니나 다를까 부천에 있는 공장과 유진수산 마트에는 “대통령님께 묻겠습니까. 수산보국 가로막는 전봇대 행정, 이게 나라입니까”라는 플래카드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사연은 이렇다. 유진수산은 40년 된 수산회사다. 우리나라서는 처음 유진참치라는 이름으로 참치를 보급했고 청와대, 신라호텔을 비롯해 삼청각, 오지남 등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요정에 처음 수산물 납품을 시작한 회사다. 이런 역사를 만들어 온 건 창업주인 장공순 회장이란 걸출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

 장 회장은 40년 전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에 참치를 보관할 수 있는 영하 40도가 넘는 초저온 냉동창고를 짓고 가공시설과 함께 우리나라서는 처음 이곳에 훈제 기계를 설치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수산물만 몇천억원이 넘는다는 게 장 회장 얘기다. 그가 중도매인으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입하는 수산물만 연간 100억원 정도, 여기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사들인 패류 등을 합치면 한해 200억~300억원 어치는 족히 됐다는 것이다.

 이 공장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키 위해 2007년 증축을 위한 가설건축물 승인을 계양구청에 요구한다. 유진수산은 승인을 받은 뒤 시설을 현대화 하는 등 투자를 확대했다. 그리고 15년 동안 계양구청 공무원들이 수차례 공장을 방문해 불법 시설물을 점검했으나 그 때마다 계양구청은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계양구청이 갑자기 그간 해왔던 공장 일부가 불법 건축물이라며 지난 8월 5일 자진철거하라고 행정처분을 통보했다.

 계양구청은 처음 가설건축물 승인 당시 문제가 있으면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됐다. 또 승인 연장 시 해당 건축물에 대한 정비 요구를 했으면 즉시 개선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계양구청이 15년 동안 수차례 공장을 방문해 검사도 했다. 그러나 아무런 정비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장 회장은 이후 여기에 20억원을 들여 공조, 냉장, 탈의시설 등 HACCP 주요 설비를 설치했다.

 장 회장은 “시설물에 문제가 있으면 구청에서 매번 검사를 하니까 시정하라고 했으면 즉시 개선했을 것 아니냐”며 “아무런 정비지시도 없어 여기에 10~20억원을 들여 최신 HACCP 설비 시설을 해 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철거하라고 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유진수산은 계양구청에 행정처분 부당성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계양구청은 가설 건축물 연장 시 위반사항 확인 없이 승인한 사항에 대해서만 해당 건축과에 주의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구청 직원들의 근무 태만과 업무 불성실로 민간업체에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면 충분히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손해 배상 청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산물 유통계에서도 “40년간 운영해 왔으며 메인시설이 설치된 건축물임을 감안해 시설을 보완토록 지시하거나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게 맞다”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 기초 조직에서 오히려 일자리를 뺐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장공순 회장은 “구청의 이 같은 횡포에 다른 사람 같으면 진즉 공장 문을 닫았을 것”이라며 “나도 당장 문을 닫고 싶지만 여기 근무하는 직원들이 눈에 밟혀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해안에서 어민들이 잡아오는 연어를 지금 가장 많이 구입하는 회사가 유진수산”이라며 “우리가 사지 않으면 값이 4,000~5,000원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공장 문을 닫으면 어업인들한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유통가의 큰 손으로, 부천 이 공장에서만 20년간 4,000~5,000억원 어치 수산물을 만들어 판매해 온 장공순 회장이 구청의 이런 처분에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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