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도매시장 중도매인 코로나 속 경영 위기
수협, 노량진수산시장 임대사업을 주 사업 생각하는 것 같다
이태욱 조합장, ”시장 중심에 중도매인 있다는 것 잊어선 안돼“

이태욱 중도매인조합장

 수도권 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이 지금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계절적으로 물건이 반입되는 시기가 아닌데다 코로나가 겹치면서 분산이 안 되기 때문이다. 수산물을 사가야 할 자영업자, 식당 등 거래처는 방역지침이 강화되면서 대부분 영업활동을 중단하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태욱 노량진수산시장 중도매인조합장은 지난 23일 “6월까지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럭저럭 버텼지만 7월부터는 한계에 와 있다”며 “이 상태가 더 지속된다면 대부분 중매인들은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지난 6월 상장 물량은 4,079톤, 그러나 7월 물량은 이보다 747톤이 적은 3,332톤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도 491톤, 12%가 낮은 수준이다. 중도매인들의 영업환경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얘기다.

김광겸 냉동부 조합장

 이날 조합사무실에서 부류별 조합장들과 같이 기자를 만난 이태욱 조합장은 “작년 171명의 조합원들이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움 속에서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250억원 어치를 분산 처리했으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이윤이 적더라도 출하주와 거래처를 생각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제 바닥이 났다”고도 했다.

 수도권 도매시장 중 상장수수료를 제일 많이 받는 곳은 현재 노량진수산시장. 가락시장이 4%, 구리시장이 3.8%를 받고 있는데 노량진수산시장은 4.3%를 받고 있다.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수협이 오히려 영리를 위해 중도매인 목을 죄는 형국이다. 이중 경매에다 상장수수료까지 다른데 보다 더 많이 받음으로써 중도매인들의 영업환경을 최악의 상태로 만들고 있다. 게다가 장려금(0.42%)지원도 극히 적어 있으나 마나 할 정도라는 게 중도매인들의 얘기다.

이옥식 고급부 조합장

 이날 이 자리에 동석한 이옥식 고급부류 조합장은 “일주일에 꽃게를 20박스(박스당 200kg)는 처리해야 하는데 지금은 겨우 5박스 정도만 거래하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후다(중도매인 면허권) 한 장에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었던 옛날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얘기다.

 김광겸 냉동부류 조합장은 “1일 600만~700만원은 거래해야 하는데 최근 1/10로 거래가 뚝 떨어졌다”며 “한달에 1,000만원 드는 냉장고 보관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급부류 역시 마찬가지다. 이옥식 고급부류 조합장은 “지금 민어가 가장 비쌀 때인데 활어가 kg당 4만~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거래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민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6~7만원에 거래됐으며 최고 비쌀 때는 10만원을 넘기도 했다. 이는 물량도 물량이지만 그만큼 소비가 안 되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서삼식 대중부 조합장

 그런데도 중도매인들이 한달 지불해야 하는 돈은 물값, 얼음값, 냉동창고, 임대료, 직원 월급 등을 합하면 평균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버는 것이 신통치 않으면 경비나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서삼식 대중어류 조합장은 “다른 것은 줄일 수 없으니까 먼저 사람부터 줄인다”며 “1차적으로 경리를 줄이고 그다음 판매직원을 정리하면 나중에 주인하고 직원 1명만 남게된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도매시장은 농안법 상 권리가 보장된 중도매인 위주로 영업을 해야 하는데 중도매인 대신 판매상 위주로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욱 조합장은 “수협이 임대사업 위주로 영업을 하다보니까 도매시장 순기능이 없어지고 있다”고 현재 운영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다른 중도매인들 역시 수협중앙회장이 판매상인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들으면서 왜 중도매인 애로사항은 외면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 조합장은 “도매시장 본연의 임무는 서울시민에게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게 목적”이라며 “수협은 임대사업 대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박세형 수협노량진수산 사장도 수협중앙회에 “시장이 무슨 임대사업소냐”고 항변을 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수협이 가져가는 시장 사용료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시장 관계자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수협은 시장 사용료를 통상 5% 정도 가져간다. 이는 가락시장(0.5%)의 10배가 넘는다. 시장을 사는데 들어간 금융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중도매인들은 “수협중앙회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년 120억원에서 150억원 정도 가져간다”며 “가져가는 돈 중 50억원 정도라도 시장에 재투자한다면 지금 시장보다 훨씬 안전하고 쾌적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태욱 조합장은 과거 전임 회장과는 달리 시장을 관리하는 법인에 대해 협조적이다. 법인과 각을 세우지 않고 법인 주요 회의에 참석하고 시장발전협의회에도 참석한다. 공생을 하기 위해서다. 중도매인협동조합을 만들어 조합원들의 경제적인 기반을 다지고 있는 이 조합장은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을 롤모델로 삼아 공동구매사업 등 조합 구성원 복리 증진을 위한 다양한 공동 수익 사업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협에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시민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수협중앙회는 시장 중심에 중도매인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살아야 어업인이 살고 수협도 삽니다”<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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