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특별기고/이남수 KMI수산정책사업본부 수산업관측센터장

이남수 KMI수산정책사업본부 수산업관측센터장

양식업, 수산업 생산량의 2/3... 생산금액은 1/3로 규모로 성장

넙치와 조피볼락 한국 어종 양식 95% 차지
넙치 환경문제 등으로 시설 확대 제한적
주로 횟감용으로 소비돼 시장 수요 한계
수입 연어, 방어 횟감용 대체제 소비 급증 생산정체 원인 작용

 

 세계적으로 수산 양식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다. 그러나 양식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양식은 기원전 1800년경 이집트 마에리스(Maeris) 왕이 연못을 만들어 22종의 어류를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도 이미 기원전 500년경에 팡리(도주공)가 식량 생산을 위해 잉어 양식을 권장했으며, 이에 대한 내용이 『양어경』(養魚經)에 기록돼 있다(김병호 등, 2012). 그 외에도 많은 나라에서 예전부터 양식이 이루어졌음이 다양한 서적에 기록돼 있다. 세계 수산 양식의 기원은 대부분 하천이나 연못, 호소(湖沼) 등을 이용한 ‘내수면 양식’이 주를 이루며, 대상 품종도 ‘잉어’, ‘송어’ 등 소수의 품종에 한정됐다.

 우리나라 양식업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조선 인조(仁祖) 때 시도한 김 양식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주로 자연산 채취 위주의 생산이었으며, 산업적 양식업의 시작은 일제 강점기부터이다. 우리나라 어류 양식업은 1929년 경상남도 진해(현, 창원시)에 국립양어장이 세워짐으로써 잉어, 빙어, 가물치 양식이 본격화됐고, 그로부터 14년 뒤인 1942년 강원도 평창에도 국립양어장이 세워졌다. 또한 강원도 양양에는 연어의 인공부화 및 방류를 목적으로 국립양어장이 건립됐다.

 자원회복 위한 방류 목적으로 시작
 체계적 양식업 발전을 위한 정책 노력이 본격화된 것은 1967년에 시작된 수산진흥계획 시행에 의해서이다(김병호 등, 2012). 결과적으로 한국에서의 산업적 어류 양식업의 기원은 1920년대로 볼 수 있으며, 민간이 아닌 ‘정부주도의 산업화’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세계 양식업 기원과 마찬가지로 식량 확보를 위한 내수면 어종이 그 대상이었으며, 다른 측면으로는 수산자원 회복을 위한 방류 목적의 양식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70년 우리나라의 수산물 생산량은 93만톤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 2020년에는 371만톤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일반해면어업(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지난 50년간 1.3배 증가한 반면, 천해양식어업 생산량은 19.4배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량 증가는 양식업이 중심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어업별로 보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973년 100만톤을 상회한 후 10여년 후인 1986년에는 170만톤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생산량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6년 이후에는 100만톤 이하의 생산고를 보이고 있다. 그와 반대로 천해양식어업 생산량은 1970년 12만톤으로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12.7%에 불과했으나, 1993년 100만톤을 상회했으며, 2017년 230만톤을 기록한 이후 그 수준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산물 생산은 2000년대까지 연근해어업이 주력이었으나, 2006년 이후 그 자리가 천해양식어업으로 전환됐다. 2020년 현재 천해양식어업 생산량은 231만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2/3 수준에 가까운 62.2%를 점하고 있으나, 연근해어업은 25.1%에 불과한 93만톤 수준이다. 생산금액으로 보면, 여전히 연근해어업 생산액이 가장 많으나, 2010대부터는 천해양식어업이 원양어업의 생산규모를 앞섰다. 생산량과 달리 생산금액 측면에서는 여전히 연근해어업이 우리나라 수산업의 주력 어업임을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 연근해어업 생산금액은 4조 3,496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인 49.9%를 점하며, 천해양식어업은 2조 8,938억원으로 33.1% 수준이다. 즉 천해양식어업의 생산량은 전체의 2/3이고, 생산금액은 1/3 규모로 정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수산업에 있어 양식업이 주력 어업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다소 상이한 결론에 봉착하게 된다.

 생산량 증가는 양식업이 중심
 양식업은 크게 바다 또는 바닷물을 이용하는 ‘천해양식어업’과 민물을 이용하는 ‘내수면양식어업’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내수면양식어업 생산량은 연간 3만톤 수준으로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0.9%에 불과한 규모이며, 주로 뱀장어, 메기, 송어, 붕어, 향어, 잉어 등 특정 어종에 한정된 소규모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천해양식어업운 생산량 230만톤 중 대부분인 76.3%가 김,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이며, 그 외 18.0%는 굴, 전복, 홍합 등 패류이다. 결과적으로 양식 어류 생산량은 연간 9만톤 이하로 양식업 생산량의 3.8%에 불과하다. 이는 노르웨이를 포함한 세계 주요 양식 선도국의 대상 품종이 연어, 송어, 틸라피아 등 어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어류보다 해조류나 패류를 중심으로 한 양식업이라 할 수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까지 양식 어류 생산량은 연간 1,000톤 미만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는 한국의 대표적 양식 어류인 넙치 생산량이 1987년 20톤이었다는 통계에서도 알 수 있다. 넙치의 학명은 Paralichthys olivaceus, 영명은 olive flounder이며, 일반적으로 광어(廣魚)로 더 알려져 있다. 한국의 넙치 양식 시초는 1980년대 정부 주도로 시작됐다. 국립수산진흥원(현, 국립수산과학원)은 1981년 경남 거제군 외포리에 성숙한 자연산 친어에서 확보한 수정란을 이용해 넙치 종묘생산을 시도했다. 그러나 산업적 규모의 양식은 1990년대 제주도에 대규모의 양성장이 건립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김경길 등, 2016).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양식 넙치 생산량은 1981년 20톤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는 2만톤, 2000년대에는 4만톤 수준으로 확대됐다. 특히 2009년에는 5만 4,674톤을 정점으로 이후 현재까지 4만톤 수준의 생산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넙치 다음으로 한국의 대표적 양식어류는 단연코 조피볼락이다. 조피볼락의 학명은 S. schiegelii, 영명은 korea rockfish이며, 일반적으로 우럭이라고 한다. 조피볼락은 연안 정착성 어류로 방류에 의한 자원조성 효과가 높은 어종이며, 한국 남해안의 자연 수온에서도 월동이 가능해 넙치 다음으로 많이 양식된 품종이다. 조피볼락 양식도 넙치와 마찬가지로 정부 주도로 1980대 중반 시작됐다. 1990년대 방어 치어 채포 부진에 의한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서의 방어 생산 격감으로 대량의 인공 종묘생산이 가능한 조피볼락 해상가두리 양식이 본격화됐다(황형규 등, 2017). 양식 조피볼락 생산량은 1993년 679톤을 시작으로 2000년대 2만톤 수준으로 확대됐다. 특히 2007년에는 3만 5,564톤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세를 보인 후 현재는 2만톤 수준의 생산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양식 어류 생산량 연간 9만톤 이하
 넙치와 조피볼락은 한국 양식어류 생산량의 75%를 점하는 대표적 품종이다. 한국의 양식어류 생산량은 2000년대 중반 이후 15년간 9만톤 전후의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육상수조식으로 생산되는 넙치의 경우 환경문제 등으로 양식시설의 확대가 제한적이라는 점과 함께, 주로 횟감으로 소비되는 소비행태의 특성 상 시장에서의 수요 또한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소비가 급증하는 수입 연어나 방어 등 횟감용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어종의 다양화도 우리나라 양식 어류의 생산 정체의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조피볼락의 경우 대부분 해상가두리에서 양식된다. 이는 면허확대의 제약에 따른 생산측면에 한계와 함께 어가 인구 감소 및 노령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에 따른 생산 정체의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피볼락의 경우에도 넙치와 마찬가지로 소비측면의 제약요인도 무시될 수 없는 요인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류 양식업 지난 15년간 정체 또는 감소
 이상으로 우리나라 어류 양식업의 기원과 현황에 관해 간략히 살펴봤다. 한국의 양식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현재는 우리나라 수산업에 있어 주력 어업임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양식이나 굴, 전복 등 패류 양식을 통한 생산 증가에 따른 성장이며, 어류 양식업은 지난 15년간 정체 또는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정부는 스마트양식, 외해양식, 아쿠아팜 4.0 등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양식업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대상이 다름 아닌 대부분 양식 어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 10년 또는 30년 뒤 우리나라의 어류 양식업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필자도 몹시 궁금하며, 한편으로는 희망을 가져본다.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