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8주년 기념 특별기고/ 김준석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코닥처럼 미래 예측하고도 방향 설정못하면 120년된 기업도 시장서 퇴출
변혁 시기 중요한 것 방향 설정…수산업도 제대로 방향 설정못

 

손에 쥐고있는 것 지킬게 아니라 더 큰 것 잡기 위해 한걸음 더 내디뎌야 할 때

 “카메라 필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코닥(Kodak)社이다. 1888년 설립된 코닥은 100년 이상 필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했다. 1910년대부터 미국인들은 필름을 코닥이라고 부를 정도로 코닥은 필름의 대명사였다. 전성기였던 1976년 코닥의 필름 부문 미국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코닥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코닥의 아성은 디지털이라는 변혁으로 인해 내리막길로 치닫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필름 시장의 몰락을 가져온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사실 1970년대 코닥이 가장 먼저 개발했다는 것이다. 코닥은 1975년 필름 카메라를 대체할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고, 1979년에는 ‘2010년 시장은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된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필름 수익을 포기할 수 없었던 코닥은 시장의 변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기존 필름 시장을 사수하는데만 집중했다. 결국 디지털로의 전환에 소극적이었던 회사는 2012년 파산을 신청하게 된다. 사회 전환의 시기에 미래를 예측하고도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하지 못하면 120년 이상 된 기업도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필름의 대명사 코닥 왜 사라졌나
 지금 우리 수산업도 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다. 기후변화, 인구 고령화,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와 함께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구조의 전환은 우리 수산업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152만톤에 이르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자원고갈로 인해 최근 90만톤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어가인구는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작년 말, 사상 최초로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어촌소멸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다자간 FTA로 대표되는 글로벌 통상구조 변화도 우리 수산업계에 글로벌 스탠다드 도입을 지속적으로 종용하고 있다. 식품시장도 급격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간 1인 가구,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꾸준히 성장하던 수산물 간편식 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작년 주요 유통사의 수산식품 온라인 판매 증가율은 80%를 넘어섰다. 바야흐로 생산, 소비, 유통, 수출을 비롯해 수산업·어촌 전 분야에 있어 대전환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변혁의 시기에 중요한 것은 방향 설정이다. 수산업 각 분야별로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지키는데 애쓸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잡기 위해 한걸음 더 내디뎌야 할 때이다.

 ◇수산업도 변혁의 시대 도래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수산업 환경 변화를 감안해 수산업·어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다.
 먼저 생산의 방향성이다. 기후변화와 수산물 소비 증가로 수산자원이 감소하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의 문제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생산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수산 생태계를 고려한 어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생태계기반 어업관리(EBFM, Ecosystem-Based Fisheries Management)를 강화하고 있으며, EU와 일본도 TAC를 핵심으로 하는 자원관리를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  양식 분야도 마찬가지다. 생산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해양환경 관리와 함께 친환경 인증에 초점을 두고 산업을 육성 중이다. 대표적인 양식 국가인 노르웨이를 비롯해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생산 방향성 재정립 필요
 우리 어업도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중장기 방향을 설정해야 할 때이다. 감소하는 수산자원의 회복과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친환경 양식으로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어업에는 방향 설정을 위한 선결과제가 있다. 바로 갈등 해결을 위한 소통 강화이다.

 사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은 어구어법과 제도가 매우 복잡해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족 자원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다 보니 이러한 갈등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생산이 감소한 업종이 주력 품목이 아닌 타 품목에 눈길을 돌리게 되고, 이로 인해 TAC를 준수하고 있는 업종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복잡한 제도와 업종별 이해관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어업’이라는 방향 설정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할 때, 우리 어업의 방향 설정은 수산분야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 의사 결정이 아닌, 현장의 다양한 이견과 업종별 이해관계를 듣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만들며, 지속적으로 다듬어가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생산의 방향성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기존 복잡한 제도는 단순화하는 한편, 현재 업종별 허가를 어종별 조업허가로 전환 가능한지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자원관리를 위한 TAC 제도도 어선별 할당방식(IQ)을 도입하는 등 내실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소통과 협치를 바탕으로 방향을 설정할 예정이다.

 ◇소통과 협치 바탕으로 방향 설정
 둘째, 어촌의 방향성이다. 현재 어촌 인구감소가 심각한 상태이다. 최근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 5년 전 대비 어가 수는 20.7% 감소한 4만 3천 가구, 어가인구는 23.7% 감소한 9만 8천 명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화율도 36.2%로 5년 전 보다 5.7%p 높아졌다. 2019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어촌지역 490개 읍면동 중 58%인 284개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농촌보다 감소 속도가 빠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어업 활동인구에만 관심을 가졌던 어촌 정책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신규 유입되는 인력은 없는데, 기존 고령화 어업인들의 이탈이 발생하니, 어촌 인구가 늘 수 없는 구조다. 이제는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양수산부는 어촌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어촌이라는 공동체 유지다. 어업인의 외연을 확대하고, 외부 인력의 수혈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외지인의 진입이 쉽지 않은 어촌계의 폐쇄적 구조를 개방형으로 바꾸고, 청년들이 먼저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어촌 정주여건도 바꿔야 한다. 사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사람이 찾아온다. 어촌이 도농 수준에 근접할 수 있도록 어촌뉴딜300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금년 하반기까지 가칭 “어촌어항재생개발계획”도 만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어촌의 빈집을 활용하고, 청년들에게 어선과 유휴 양식장을 임대해 일자리를 지원하는 한편, 퇴직한 도시민들의 여유자금을 어촌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어촌인구 감소는 어촌정책 한계
 셋째, 재정 투자의 방향성이다. 수산업은 대표적인 1차 산업으로 그간 각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통한 산업 육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다자간 FTA 확산 등 통상 구조 변화를 비롯해 IUU 근절, 자원 고갈 방지 등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강화됨에 따라 과잉어획을 유발하는 보조금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수산업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재정 투자 방향을 재검토 해야할 시점이다. 어업인을 단순 수혜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수산업의 주인이자 바다를 지키는 주체로 인식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때이다. 자발적 어획자원 보호, 친환경 생산을 이끌려는 노력에는 합당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공유재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혜택의 제한이 가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금년부터 본격 도입된 수산분야 공익형 직불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재정투자 방향 설정 시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사회 변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예전과 같이 단순히 생산에만 집중해서는 수산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생산-가공-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수산업 밸류 체인 전체를 놓고 고민을 해야한다. 매력적인 제품, 국민이 찾을 수 있는 수산식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식품산업 관점에서 투자의 가치를 높이도록 하겠다.

 이러한 재검토를 통해 해양수산부가 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방향은 수산업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기존 어업인 중심의 전통적 수산 정책을 넘어 수산업 종사자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수산 정책을 구현해 나가고자 한다. 수산업에 가치를 부여하여 매력적인 산업으로 만들고, 종사하는 분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는 수산업을 바꿔가겠다.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정확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수산업계에 오래 종사하신 업·단체장, 학계 전문가를 비롯해 새롭게 수산업에 진출한 청년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의 경험은 수산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표지석이다. 경험에서 빚어진 혜안(慧眼)이 변혁의 시대, 수산업 정책 방향 설정에 훌륭한 나침반이 되길 기대하며, 앞으로 현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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