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창간 18년, 참 숨 가쁘게 달려왔다. 한해도 편안한 해가 없었다. 안팎으로 열악한, 척박한 환경과 싸워야 했다. 의욕만 앞섰을 뿐 내부 환경이 열악했고 외부의 견제와 압력이 생각 이상이었다. 

 수산신문은 수산전문지 중 가장 늦게 출발한 신문사다. 이미 시장은 신규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레드오션이었다. 선두주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후발 업체가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왜 그런 시장에 뛰어드냐고 만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창간 후 3년 만에 닥친 외부 충격은 신문사 몸통을 흔들었다. 이종구 수협중앙회장과 장병구 수협 신용대표의 갈등이 수산신문으로 번지면서 오랫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그러면서도 수산신문은 외롭게 그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18년. 지금 수산신문은 독자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신문의 존재는 어떤 일 하느냐 중요

 기업 역시 마찬가지지만 신문사 역시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단기필마로 많은 역경을 물리친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버티는 데 있지 않다. 살아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말 신문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존재는 본질에 우선할 수 없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로 모든 게 바뀌고 있다. 인간 삶의 형태가 바뀌고 경제 패러다임이 바뀐다. 가진 자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고 못 가진 자는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 청년들 희망은 잿빛으로 변하고 코로나로 인한 폐쇄성 때문에 새로운 범죄가 등장하고 있다. 또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풀린 돈 때문에 지금 세계는 인플레이션 서막이 펼쳐지고 있다. 이것이 세계 경제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모른다. 모든 것이 불확실성 시대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뉴노멀 시대, 수산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수산업 미래다. 지금 수산업은 생산, 자원관리, 소비, 식품 안전, 국제기구의 압력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또 코로나 악재 속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라는 또 다른 악재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소리 없이 밀려오는 세계무역기구(WTO)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주장하는 수산보조금 폐지도 언제 우리 수산업계의 숨통을 누를지 모른다. 수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수산물 생산구조를 바꾸고 안전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산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혜가 더없이 필요한 때다.

 이런 상황에서 수산신문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거대한 담론을 만들지는 못한다 해도 최소한 주요 현안에 대해 공론의 장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지금 수산신문은 수산업과 어업·수산인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본질은 외면한 채 변방의 곁가지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가십성 소재로 기사를 만들고 그것이 전부인 양 손을 놓고 있다. 욕을 먹더라도, 외부의 압력이 있더라도 ‘할 말을 다 하는 신문’이 아니라 ‘할 말이 뭔지도 모르는 신문’이 돼가고 있다. 어업인과 수산인의 알 권리나 복지 증진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기들 입에 풀칠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는 수산신문 뿐만 아니라 수산전문지 모두 해당되는 문제일 수 있다. 또 책임감도 없다. 자괴감을 느껴야 하는데 자괴감을 느끼는 구석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언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려는 모습이 내가 보기에도 측은할 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길 밖에…

 창간 기념호 때마다 이런 고해성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수산신문은 초심으로 돌아가 ‘힘 있는 신문, 부끄럽지 않은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잘 될 때는 그냥 묻어가도 된다. 하지만 수산계가 어려울 때는 힘이 돼야 한다. 그게 수산신문이 수산계에 있어야 할 이유다. 신문을 많이 사준다고, 또 광고를 자주 해준다고 알려야 될 사실에 눈을 감는 ‘장님 행세’도 이쯤 해서 끝내야 한다.

정언(正言)’, ’정심(正心)’, ‘정행(正行)’

 창간 기념호를 만들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다. 신문을 만든다고 하니까 80이 넘은 어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호리병박에 ‘정언(正言)’, ’정심(正心)’, ‘정행(正行)’이란 글귀를 써주셨다. “바른 마음으로 바르게 얘기하고 바르게 행동하라”는 당부의 말씀이신 것 같다. 돋보기를 쓰시고 우리 신문 창간호를 꼼꼼히 보시던 어머니의 그때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정말 보고 싶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지금 우리 신문을 보고 뭐라고 하실까. 밖에서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면 사무실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호리병박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마치 수산신문처럼….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