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8주년 기념 특별기고/송상근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연근해어선 하이브리드형 어선 개발선령 1선선령 15년 이상 어선  친환경장비로 대체지원

갯벌 복원과 갯벌 식생조림 지속적으로 확대해조류, 굴패각 블루카본 추가 인정위한 협력

 

 

 

올 하반기 중 해양수산  탄소중립 로드맵 발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50년(1968~2017년) 사이 연평균 표층수온이 1.23℃ 상승해 전세계 평균(0.48℃)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울릉도 등 동해 지방의 대표적인 특산물이었던 오징어의 서식지가 서해와 남해로 이동하고 있고,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와 멸치가 우리나라 해역에서 많이 잡히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과 같이 지속될 경우, 해안도시는 현재 100년에 한번 꼴로 찾아오는 ‘슈퍼태풍’과 같은 극한현상을 2050년 즈음에는 매년 겪게 될 것이다. 해양 온난화로 해양생물이 극지방으로 빠르게 이동할 경우, 우리 수산업과 연안의 해양 생태계에도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우리가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사회·경제 모든 영역에서 대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서울에서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열렸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5월 26일 ‘바다를 통한 푸른 회복(Blue Recovery)’을 주제로 ‘해양 특별세션’을 개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온·오프라인으로 약 2,8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바다를 통한 푸른 회복’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고 건강한 바다와 사람, 번영이라는 공동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바다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바다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우리가 앞장서서 변화해야 한다.

 첫째, 어선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저탄소·지속가능한 어업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친환경어선 건조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전체 어선의 51.4%를 차지하는 연근해업종의 하이브리드형(전기복합추진) 어선을 개발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연료소모량을 30% 이상 감축할 것이다.

 국내 어선의 48.3%를 차지하는 선령 15년 이상의 노후화된 어선의 경우, 신조건조 또는 저효율엔진·기관을 고효율 친환경장비로 대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류절감장치, 매연저감장치 등의 보급을 확대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둘째, 어선 뿐만 아니라 모든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해운의 탈탄소화와 녹색 해상 공급망의 구축을 달성해야 한다.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는 약 590억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과거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중 약 10억톤이 국제 해운 분야에서 배출되고 있다.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LNG와 같은 저탄소 선박 보급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소·암모니아와 같은 무탄소 선박을 완전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월, 이를 위한 법적 근거로서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소유한 관공선을 모두 친환경선박으로 건조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제1차 친환경선박 개발·보급 기본계획'을 수립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로드맵에 발맞춰 우리 국적선사인 HMM 역시 지난 5월 열린 P4G 해양 특별세션을 계기로 'HMM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해운의 탈탄소화를 위해 HMM을 필두로 우리 해운산업이 전세계에 모범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정부 역시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을 위한 R&D 투자 등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깨끗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녹색 해상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친환경선박과 함께 수소 항만 인프라 또한 마련할 것이다. 항만은 해양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이 용이하며, 국가 간 수소의 수출입 및 내륙으로의 공급 거점으로서 수소의 해상운송과 저장이 용이한 최적지이다.

 수소 에너지의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수소항만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2040년에는 한국 수소 총 소비량의 60%인 연간 300만톤 이상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항만 기반시설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다의 온실가스 흡수원을 적극 확충할 것이다. 바다는 전세계 온실가스의 약 30%를 흡수하는 거대한 흡수원이며, 연안갯벌과 염생식물 등 연안 생태계가 저장하는 탄소를 의미하는 ‘블루카본’을 통해 이산화탄소 저감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서남해 갯벌을 보유하여 블루카본에 뛰어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갯벌 복원과 갯벌 식생조림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54,000ha 이상의 바다숲을 조성해 2050년 1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블루카본으로 흡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조류, 굴패각 등이 추가적인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도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금년 하반기 중으로 해양수산 탄소중립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담아 '해양수산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바다는 기후변화로 인해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기후변화 해결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기도 하다. 화석연료 그 이후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바다에 주목하고 행동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1만 2,400대가 넘는 수소차가 달리고 있다. 세계 수소차 보급 물량의 33%에 달하는 양이다. 도로에 수소차가 달리듯 해상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선박과 어선이 운항해 바다에서 탄소 제로를 달성하고, 한발 더 나아가 갯벌·바다숲과 같은 탄소흡수원을 확충해 바다에서는 ‘탄소 네거티브(negative)’를 달성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져 2050년 우리의 후손들이 건강한 해양환경과 풍요로운 바다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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