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기획기후변화와 수산업-특별기고/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

2080~2100년에는 이상 고수온 현상 20~50배 증가

세계 어업자원2000년 초반 대비 20~25% 감소 

"우리나라도 2016년 이후 서·남해 중심으로 심각한 이심각한 이상고수온 현상 발생 피해 우려"


이상 기후로 인한 수온과 해수면 상승은 우리 바다의 생태계를 빠르게 바꿔 놓고 있다.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물 피해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종(種)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또 적조, 태풍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이상기후에 따른 수산업 피해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기후변화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국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더욱 증가되고 있다.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 노력을 강조한 파리 협약의 발효(2016.11)는 지난해 미국의 탈퇴로 힘을 잃었으나 올해 초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탄소중립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과 미국의 파리 협약 재가입 선언 등으로 다시 한 번 기후변화 대응과 협력에 대한 희망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10년 이후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마련, '이상기후보고서' 발간, '2050 저탄소 발전전략' 수립 등을 통해 전 부처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힘을 모으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해양수산부문 종합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해 해양수산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역량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증가되는 기후변화의 중요성에 따라 '해양수산 분야 탄소중립 로드맵 작성', '해양수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5월 30~31일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P4G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는 해양 특별 세션을 개설해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 등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과 기술방향을 제시했다.

 이상기후 발생 강도·빈도 커져 수산업 피해 증가 예상
 증가하는 온실가스의 배출 증가에 따른 수온과 해수면의 상승, 그리고 해양산성화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다양한 시나리오별 기후변화 예측을 통해 그 위험성이 공개되고 있다. 최근에 더욱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지속되는 기후변화 영향에 따른 급작스러운 변화(Extreme and abrupt changes) 즉, 이상기후에 따른 영향이다. 2019년 발간된 IPCC의 「해양 및 빙권에 관한 특별보고서(SROCC)」에서는 이미 이상고수온 현상(Marine Heatwaves)의 발생빈도가 1980년대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기후모델의 결과에 의하면 2080~2100년에는 1850~1900년에 비해 이상 고수온 현상이 일어날 빈도가 20~50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수온 상승과 이상고수온 현상으로 전 세계 어업자원의 최대 잠재 어획량이 2100년에는 2000년 초반 대비 약 20~2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동물성 단백질 공급을 수산자원에 의존하고 있는데 앞으로 심각한 식량문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고수온 발생으로 양식생물 피해 증가
 이상고수온 현상의 심각성은 2000년대를 접어들면서부터 전 세계 해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이후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심각한 이상고수온 현상이 나타나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IPCC 보고서에도 우리나라 해역을 이상고수온이 나타나는 주요 해역으로 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다른 나라 해역에서 발생하는 이상고수온의 영향은 주로 서식지 환경변화, 해조류 감소, 상업성 어종의 회유경로 변화, 포유류 및 바닷새의 폐사 등이 있다면, 우리나라 해역에서의 영향은 양식생물의 대량폐사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는 우리 연안에서의 심각한 고수온 발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양식장이 수심이 얕고 좁은 해역에 위치하고 있고, 특히 적정 밀도보다 더 많은 양식생물을 입식시켜 키우는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상수온의 빈번한 발생에 따라 양식업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나타난 것은 2010년대부터였다. 2010~2011년, 2017~2018년 겨울철 한파에 의한 저수온 발생으로 양식 피해금액은 각각 132억원, 103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2016년 폭염에 의한 고수온에 의한 피해금액은 184억원을 상회했고, 2018년 여름철에는 고수온과 태풍 피해가 혼재되어 가장 많은 피해액인 60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이 여름철과 겨울철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상기후에 대응하고 수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2017년부터 이상수온 특보 발령 기준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이상기후와 기후변화 대비 대응방안 마련 필요
 이상기후에 따른 우리 수산업의 대응은 주로 양식생물의 대량 폐사를 감소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름철 폭염에 따른 고수온과 겨울철 한파에 의한 저수온으로 수산생물의 서식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은 향후 주요 상업성 연근해 어종의 산란과 성육 등 생태적인 변화에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로 몇몇 단편적인 연구를 제외하고는 기후변화와 이상기후가 우리나라 해양생태계와 수산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는 안타깝게도 미흡한 상태이다. 이에 많은 수산과학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철저한 연구와 정책적인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측·예측 기술고도화 ·기후변화 적응 기술개발 중요
 급격하게 변화하는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어업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시간 수온정보와 단기 예측정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2020년까지 전국 연안에 120개의 실시간 수온 관측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는데 2024년까지 80개소를 더 추가해 총 200개소까지 확대할 예정이며, 수산과학원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각 해역의 실시간 수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수온정보는 이상수온을 시나리오별로 예측할 수 있는 해양모델에 입력치 자료로 사용된다. 보다 많은 관측정보와 정확한 예측기술 개발은 이상수온에 의한 수산피해 최소화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수산업의 기후변화 적응 기술 개발도 매우 중요하다. 고수온에 적합하면서 상업적으로 유용한 양식생물의 개발은 수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한 기후변화 대응 양식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양식생물인 넙치와 전복 등을 대상으로 고수온 내성 품종을 개발하고, 대량 보급을 통해 고수온 폐사를 획기적으로 저감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품종 개발뿐만 아니라, 아열대성 양식품종의 양성기술을 개발하여 상업화하는 것도 수산분야의 기후변화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실제로 대왕붉바리 등 고수온에 적합하며, 상업적인 가치도 높은 아열대성 양식품종의 양성기술에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수온이 높아지면 아열대성의 수산질병 발생 가능성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고수온에 대응하는 양식어류의 면역 활성 연구와 새로운 아열대성 수산질병 발병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통해 수산질병을 제어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또한 최근 태풍의 잦은 빈도와 높은 강도로 인해 해상가두리 양식어장의 피해 발생이 매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태풍 등 악천후에 견딜 수 있는 양식 기자재를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양식 어업인들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올 여름, 폭염 대비 철저한 고수온 대응 필요
 5월말 기상청에서는 3개월 기상전망을 발표하면서 라니냐 종료와 북태평양 및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온 상승에 따라 올 여름의 우리나라의 폭염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재작년 태풍, 작년의 장마가 큰 영향을 준 여름에 비하여 2018년 여름과 같이 폭염에 따른 수산업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양한 기후 요소 영향에 따라 이상기후 발생의 불확실성도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실시간 수온정보와 예측정보에 어업인들의 많은 관심이 요구되며,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양식어가의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선제적인 지원 준비와 함께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이용을 위한 장기적인 이상기후 대응 방안 마련에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 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