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행정편의 발상으로 단체 고유 업무 헷갈려
전문가 “전문화된 집단 필요한 시대 업무 뒤죽박죽”

한국수산회는 ‘만물상’... 모든 사업 싹쓸이 단체로 만들고
한국원양산업협회엔 회원들 이익단체에 공적 업무까지 맡기고
한국해양안전교통공단, 여객선 안전운항관리업무 끼워넣고
한국어촌어항공단 선원송입 업무 맡기려 반발 속 개명 추진하고

 

 수산단체 및 기관의 정체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행정편의에 따라 단체및 기관의 업무를 조정해 단체의 고유 업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및 기관은 이름만 보면 그 기관이 뭐 하는지 알아야 할 텐데 수산인들마저 그곳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장이 수산단체장 협의회장까지 맡고 있는 한국수산회는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과 수산인의 권익향상을 위해 1965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수산단체 및 수산회사, 일선수협까지 아우르는 수산단체 중 최상위 단체다. 때문에 한국수산계를 대표해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민간어업협력. 수산업과 관련된 정책 및 제도 연구, 수산물 소비 촉진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단체는 한마디로 ‘만물상’이다. 자율관리어업, 수산물 이력제, 수산물 소비촉진 및 수출지원, 수산정책 및 제도 연구, 인터넷 수산시장, 수산과학관 운영 등 속된 말로 ‘돈 되는 것’은 이것저것 다 쓸어 담고 있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그간 ‘한국수산회’를 부양하기 위해 이런 사업들을 마땅히 줄 데가 없다는 이유로 몰아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체는 이런 개별사업을 할 전문성을 가진 집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前 해양수산부 간부는 “사업 효율성과 전문성, 또 다른 단체의 육성을 생각하면 한국수산회에 이런 사업을 몰아 주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전문가 집단을 육성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원양산업협회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원양산업협회는 원양업체를 회원으로 1964년 설립된 이익단체다. 그러나 이 단체는 현재 법적으로는 해외 어업협력은 물론 심지어 공적 업무인 해외 수산투자시설 자금지원 사업자 선정 심의까지 맡고 있다.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에 이런 공적 기능을 갖도록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업무가 서로 충돌하지 않다고 해도 객관성과 공정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하에 해외수산협력센터까지 둬 경상비까지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해외수산협력센터는 현재 국제협상지원팀, 해외진출지원팀, 지역수산기구협력지원팀 등 3개의 부서가 있으며 1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조직은 정부 편의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어디 부칠 데가 없으니까 여기에 부쳐놓은 꼴이다.

국책연구기관 한 연구원은 “이익단체에 공적 기능을 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경상비 보조 등 특혜를 주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한 이런 형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해양안전교통공단도 1979년 어선 검사를 위해 설립된 한국어선협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어선검사기관에 어선협회라는 명칭을 붙인 게 애매한데다 사업 확장을 위해 1999년 선박기술협회로 명칭을 바꾼다. 그리고 2017년 공단 설립 붐이 일면서 다시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개명하고 2019년 7월 세월호 사고로 여객선 운항관리, 여객선 안전관리 업무 등을 맡으면서 한국해양안전교통공단으로 이름이 다시 바뀐다.

어선검사가 주업무인 이 기관에 여객선 운항관리, 안전업무까지 더해지면서 주업무가 뭔지. 또 이 기관이 해운관련 기관인지, 수산관련기관인지 기관 성격마저 애매해졌다. 이러다 보니 규모는 커졌지만 전문 능력 향상과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어촌어항공단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1987년 설립된 한국어촌어항협회를 모태로 어촌·어항·어장 분야의 다양한 사업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그러나 최근 해양수산부는 한국어촌어항공단에 해외선원송입 업무를 맡도록 하기 위해 공단 명칭을 한국수산어촌공단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선원들의 인권에 문제가 있다는 국회나 언론의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업무를 맡길 마땅한 데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나온 게 이런 궁여지책이다. 이는 단체나 기관의 고유업무를 발전시키기 위해 확장하는 사업이 아니라 행정 편의를 위해 이질적인 업무를 끼워 넣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국책연구기관 한 연구원은 “지금 수산단체 및 기관의 정체성 상실은 부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업무나 해수부 직원들의 성의없는 업무자세, 또 행정편의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상황에 따라 업무가 바뀌고 추가할 수는 있지만 전문화된 집단이 필요한 시대에 업무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오히려 전문성을 퇴보시키는 행위는 이제 제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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