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순 유진수산 회장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가만히 있어도 월세 1,000여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고생하며 얼마 벌지도 모르는 생선 초밥집을 내는 ‘수산 바보’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장공순(77) 유진수산 회장.

 장공순 회장은 최근 자기 소유인 서울 잠실 석촌호수 앞 금싸라기 땅 70여평에 생선 초밥과 연어 등 수산물을 파는 가게를 준비 중이다. 이 자리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팥빙수 등을 파는 ‘설빔’이 있던 자리로 평당 200여만원의 월세를 받던 곳이다.

 장 회장은 이 자리 70여평에 생선 초밥과 수산물을 팔 계획이다. 코로나 시대 아무리 장사가 안된다고 해도 한달이면 1,000만원 이상 월세를 받을 수 있는데도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초밥과 수산물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변에서 뭐하러 힘들게 그런 일을 하느냐고 반대했다. 하지만 장 회장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는 내가 수산물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수산물 판매는 내가 사는 이유라고도 했다.

 장 회장은 수산물 유통가에선 전설적인 인물이다. 70년대 후반 우리나라 수산물 납품업자로는 처음으로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국내 굴지의 호텔에 수산물을 납품했다. 또 삼청각, 오지남 등 내노라하는 요정에 납품을 처음 시작한 것도, 삼성이라는 굴지의 재벌 회사에 수산물 납품을 시작한 것도 그였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에도 수산물을 납품했다. 이 모든 게 국내 유통업자로서는 처음 그가 개척한 길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납품도 그가 처음 시작한 일이다. 그가 2004년 인천 서운동에 문을 연 유진수산에 찾아오는 고객만 연간 5만여명. 유진수산이 연간 거래하는 금액이 연간 6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하니까 더는 말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평당 200만원의 월세를 받던 석촌호수 앞 가게. 장회장은 이 자리에 초밥집을 만들 계획이다.

 

주변 얘기에 따르면 그는 몇백억을 가지고 있는 부자다. 하남시에 가지고 있는 땅만 해도 3만여평에 가깝고 인천에 있는 유진수산, 지금 얘기하고 있는 잠실 석천호수 건물 등이 모두 그의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굳이 이런 가게를 내는 것은 아쉬움 때문이다. 그는 한국수산물유통가공협회 회장을 하면서 ‘100만인 초밥 먹기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 운동은 그가 그 자리를 떠나면서 ‘미완’으로 끝났다. 인천 유진수산 마트에서 잠시 그 운동을 이어가긴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장공순 회장은 “내 인생과 수산물은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적 관계”라며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수산물과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인천 유진수산을 리모델링 할 때도 그렇고 이 가게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아들들이나 가족들이 이제 이 일을 그만하라는 얘기들을 많이 했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시대에 젊은이들이나 가족들이 석천호수에서 초밥을 먹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보면 절로 흥이 난다”고 했다.

 편안하게 앉아 1,000여만원의 월세를 받는 대신 100만원을 벌지, 200만원을 벌지 모르는 어려운 일을 자청한 장공순 회장. 그가 초밥집을 만들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로 거리를 재면서 자기 구상을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수산 사랑’을 느끼지 못하면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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