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깨고 여성으로서 가보지 않은 길 개척
보선에 성공한 뒤 재선에서는 무투표로 당선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어려움보다 혜택 더 많아
수협 회장 도전 질문에 ‘저 높은 곳을 향해’ 선문답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유리 천장을 깨고 수협 100여년 역사상 처음 여성조합장이 된 김미자(55)서귀포수협 조합장이 서귀포수협을 이끈 지 벌써 4년째다. 김 조합장은 여고를 졸업한 후 30여년 간 수협에 근무하면서 대리, 과장, 경제·유통상무를 거치는 동안 ‘여성 최초’라는 꼬리표를 한번도 떼본 적이 없다. 경매를 책임지는 경제 상무 시절에는 갈치 뿐 아니라 고등어 배, 참조기 배를 유치해 서귀포수협 창립 이래 처음으로 위판고 1천억을 넘기는 실적을 만들었다. 공제보험 유치에서는 개인 대상수상은 물론이고 연도대상에서 서귀포 수협이 대상을 차지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가 가는 길은 서귀포수협 뿐만 아니라 모든 수협의 역사가 됐다.

 2017년 6월 조합장에 당선된 그에게 안겨준 첫 번째 시련은 대풍으로 인한 은갈치 가격 하락이었다. 그러나 그는 취임 3일 만에 경제상무 경험을 살려 390억원의 정부비축자금을 얻어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19년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란 또 하나의 기록은 그런 과정이 만들어 낸 결과다.

 중앙회에서의 활동 역시 만만치 않다. 수협중앙회의 첫 여성 조합장 출신 비상임이사,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첫 여성조합장의 지도경제 대표 추천위원 등 그가 가는 길은 여성으로선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다.

 그러나 그에게 이런 면만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지난해 조합장으로선 제일 하기 어렵다는 조합원 정비를 했다. 2019년도부터 무자격 조합원 정비계획에 따라 사망자, 거소불명자 등을 대상으로 소극적인 정비를 해오다가 무자격 조합원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대두되면서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800여명 무자격 조합원을 정비하게 된 것이다. 서귀포수협의 역사를 같이해오며 조합 발전과 수산업 발전에 기여한 조합원들을 내 보내는 그의 마음은 각별했다. 그는 대의원 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조합을 떠나는 이들에게 1억 9,000만원 상당의 은갈치를 선물로 줬다. 그러면서 ”부득이하게 정부 방침에 따라 나가시는 게 조합장으로서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며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중앙회에 와서도 조합을 위해 별다른 로비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직원들은 그를 도와준다. 마음을 놓고 가기 때문이다. 첫 여성조합장이란 타이틀만으로도 서귀포수협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 그가 2021년 신축년 새해 어떤 꿈을 꾸는지 궁금하다.

-취임한 지 얼마나 됐나?
”2017년 6월 29일 재선거로 당선돼 2019년 3월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다시 무투표로 당선됐으니까 4년째다.

-왜 조합장을 하려고 했나?
“해녀인 어머니 곁에서 자라오면서 어업인들의 힘든 삶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그래서 ‘내 가족이 덜 힘들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보자’는 소박한 소망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음속 깊이 상처를 입고 힘 있는 여성이 돼야 모든 여직원들이 좋은 직장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조그만 바램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당초 생각 되로 잘 되고 있는지?
”작년에는 유독 궂은 날씨와 어황이 좋지 않아 어민들과 우리수협 임직원들이 전부 힘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풍어로 인해 어업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경제사업이 활성화 되면서 상호금융사업과 동반성장하는 안정적인 구조를 조성하게 된것 같다“

-여성이라 어려움은 없는가?
”여직원으로 근무 할 때는 사표 쓰라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그러나 조합장이 되고 나서는 여성이라고 불이익은 없다. 오히려 최근 정부의 여성정책과 맞물리면서 혜택보는 것 같아 다른 조합장님들께 조금은 미안하다“

 

-조합장 재임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우리 수협은 경제사업 위판고 1,000억원대의 수협으로서 지역에서의 자금조달에 한계를 느껴 주위의 우려를 무릅쓰고 지난해 7월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수도권에 개포동지점을 개설했다. 2년차부터 수익을 실현함은 물론 서울에서도 제주의 싱싱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2017년도부터 수산물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우리수협 수산물처리저장시설이 부족해 타지방 및 타업체에 수산물을 보관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우리수협에서는 수산물 수용능력을 개선코자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1757-12번지에 약 120억원을 들여 1,500평 규모의 수산물처리저장시설을 유치해 우리수협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신선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위판액 1,200억원을 달성했다고 했다. 일반인들은 1,200억원 달성이 얼마나 많이 한 건지 감이 잘 안 온다. 1,200억원 위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것이 달성되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
”올해 위판액 1,200억원은 전국 12위의 실적이다. 전체적으로 수산물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전년대비 생산물량 또한 200톤이 증가했다. 우리 조합 위판장(1,627.66㎡)은 다른 조합에 비해 협소하지만 단일어종인 갈치와 관내어선만으로 위판액 1,200억원을 달성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실적이다. 이러한 위판실적은 어업인 지원사업에 매년 약 20여억원의 지도사업비를 집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협동조합을 끌고 가려면 운동과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두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하다. 어업인에 대한 지도·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사업에 매년 20억원 이상 예산을 세우고 주소득원인 갈치가격은 매취사업을 통한 가격지지를 하고 있다. 또 신용사업으로 어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수산자금을 조달해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어업인과 수협이 함께 같은 길을 가야지 나 혼자만 잘 했다고 되는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이 행복해야 수협이 잘 운영되기 때문에 조합원을 위한 파격적인 환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가장 어렵다는 조합원 정비를 800여명이나 했다. 어렵지 않았나?
“왜 어렵지 않았겠나? 입사때부터 늘 봐오던 어머니 아버지였고 수협 발전에 이바지하다가 이제는 여러 가지 사유로 수산업에 종사할 수 없는 원로 어업인들을 무자격이라는 이유로 정비를 하게 돼 참으로 안타까웠다. 하지만 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법환해녀학교와 수산인대학을 개설해 신규 조합원 가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각 어촌계를 대상으로 신규 계원 육성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등 신규 해녀 육성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수협중앙회에 바라고 싶은게 있으면 들려달라?
“정부, 수협중앙회, 조합 이렇게 3박자가 맞아야 된다고 본다. 임준택 회장님을 비롯한 홍진근 경제대표님, 그리고 임직원들이 항상 어업인들을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어업인들의 어려움을 파악해 해결해 주시길 바라며 공적자금이 빨리 상환돼 어려운 수협과 힘든 어업인들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해양수산부에 부탁하고 싶은게 있나?
 “한일어업협정이 2016년 7월 이후 표류하면서 일본 EEZ에 입어해 조업하던 어업인들이 원거리인 동중국해로 조업을 나가면서 안전사고 등 대형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며 어업인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현장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 줬으면 한다”

-새해에 조합원이나 조합을 위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
“현재 서귀포항은 항내 어선세력 증가 및 어선의 대형화, 수산물 생산량의 증가로 어항구가 매우 협소하다. 이로인해 명절, 태풍 내습시 밀집 접안으로 대형화재 등 사고 위험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상항구로 이용중인 제2부두를 어항구로의 확장을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FTA 확대에 따른 수입 수산물과의 경쟁력 향상과 어업인 소득증대를 위해 FPC(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 건립 및 어민 복지회관 등 수산업 기반시설 확충을 통해 서귀포 지역경제 활성화 및 어업인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저와 우리 임직원은 최일선에서 어업인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행복한 삶의 유지를 위해 만전을 다하겠다”며 “수산종묘 방류, 소라가격 안정지원, 해녀 어업인 안전보험, 어업인 안전교육비 지원, 고령조합원 한방진료, 불우조합원 위문 및 장학금 지원 등 우리 수협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소라판매가 힘들어 해녀분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판로개척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서귀포수협이 되겠다”고 했다.
 그에게 끝으로 “수협 사상 첫 여성조합장 등 그 동안 유리천장을 깨 왔는데 앞으로 수협중앙회장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 책상앞에 놓인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글귀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축구를 월드컵에서 세계 4강까지 올린 히딩크 감독의 “아직도 나는 배가 고프다”는 얘기가 갑자기 생각났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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