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통상환경 변화의 의미와 우리나라 수산업 전망

수산자원 보호 조치가 수산물 통상과 연계될 듯
환경이슈·공정 행위가 수산물 통상과 연계될 가능성 높아져

조정희 KMI수산본부장

 2020년 급속히 확산된 코로나 팬더믹으로 세계 경제와 무역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국경을 봉쇄했고, 경제 및 산업 활동의 중단은 비록 일시적이었다고 해도 수요와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 세계 경제의 성장은 급락했고 세계 무역도 급격히 축소됐다.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해 온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도 국경 봉쇄와 산업 활동의 중단에 따라 일시에 전체 공급망이 끊기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세계 경제와 무역 환경 급변
 세계 통상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본격화된 미-중간 갈등은 미 대선을 거치면서 더욱 격화됐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와 이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됐다. 내년 1월 바이든 신행정부가 출범한다고 해도 중국과의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신행정부가 미국 경제회복과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함에 따라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기구 기능 약화 시도로 인해 WTO의 사법 기능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다자 무역주의를 옹호하는 바이든 신행정부 출범으로 WTO 기능의 조기 개선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 무역주의가 잰 걸음하는 사이 거대 지역무역협정이 탄생했다. TPP를 계승한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이하 CPTPP)이 2017년 7월 출범했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중·일과 아세안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 동반자 협정(이하 RCEP)이 2020년 11월에 만들어졌다. 두 거대 지역무역협정은 환태평양의 역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경쟁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RCEP 가입에 이어 CPTPP 가입 검토도 밝힌 바 있어, 우리나라를 둘러싼 통상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고 할 수 있다.

 거대 지역무역협정 이외에도 대륙간 통상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 대륙의 영국은 2020년 1월 EU 탈퇴 선언을 하고, 올해 말까지 EU와 미래관계 및 브렉시트 합의문 세부 사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EU간 합의문 세부 사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영국과 EU 시장 진출을 두고 여러 환경 변화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북미 지역의 경우,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FTA(이하 USMCA)가 2020년 7월에 출범했다. CPTPP의 협정문을 계승하면서 이전 NAFTA에 없던 노동과 환경에 관한 규율을 추가한 USMCA는 향후 미국이 동맹국간 FTA의 체결 또는 재협상의 중요한 준거 조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통상변화가 우리나라 수산업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환경 이슈에 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수산자원 보호 조치가 수산물 통상과 연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해양 환경을 저해하고 생산된 수산물의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 통상 규제를 마련했다. 미국이 이러한 통상 조치를 마련한 배경은 미국 상무성이 2년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국제어업관리보고서(International Fisheries Management, IFM)’에 잘 나타나 있다. 미국의 어업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의 어업관리 노력 부족이 자국의 노력을 약화시키고 공유 어족을 고갈시킨다는 인식이 통상 조치 마련에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업관리 노력에는 과잉어획 근절을 통한 수산자원 보호뿐만 아니라 해양포유류, 바다거북 등 해양생물의 보호 노력도 포함되어 있다. 해양생물이 혼획으로 인한 개체수 감소 및 멸종 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은 해양생물의 적절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어업에서 생산된 수산물의 교역이 제한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산업은 수산자원의 과잉어획 노력 근절과 함께 어업에서 발생하는 해양포유류의 혼획을 저감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둘째, ‘공정’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 이슈가 될 것이다.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요소(input)와 생산 과정(process)에 요구되는 일련의 공정 행위가 수산물 통상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IUU 어업 행위, 어선원 노동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이하 IUU 어업)에 관한 시장 조치가 강화되어 준법 조업뿐만 아니라 어업의 보고(reporting) 의무를 잘 이행하는 것이 수산물의 공정한 생산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반대로 불법 행위를 통해 생산된 수산물뿐만 아니라 보고가 잘 이뤄지지 않은 어업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공정하지 않게 생산된 어업으로 간주될 개연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업 과정에서 어업인 종사자에 대한 무차별 대우와 준법 노동 규정을 준수하며 생산된 수산물에 대해서는 시장의 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그렇지 않은 수산물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비난은 물론이거니와 소비자의 소비 거부 행동으로 연계될 수 있다.     

 통상 환경 변화 주목해야
 셋째,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이다. 효율성에 기초한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던 국제 공급망이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일시에 무너지면서 세계의 생산이 일시에 중단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의 안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재인식하게 됐다. 글로벌 가치 사슬에 참여하는 국내 수산업의 경우 선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고, 원양어선은 RFMO에서 요구하는 비율의 국제옵저버를 확보하는 데에도 차질을 겪었다. 코로나19가 비용 최소화를 위한 국제 분업이라는 GVC 본질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어선의 안정적 입항, 선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연안국간 협력 및 국내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어 질 것이다.

 이러한 통상환경의 변화가 위기일 수 있지만 우리 수산업을 좀 더 혁신적이고 선진화된 수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통상 환경의 변화로 인해 COVID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산업계가 설상가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더욱 복잡하고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에 정부 및 관계부처는 CPTPP 가입 등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정립하고 여기에 기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