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는 예산·정책으로 평가해야
해수부 내부 일부 인사 홀대로 ‘치환’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신설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해수부 폐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수산 쪽에서 나오는 얘기다. 그 이유는 해수부 내 주류 세력인 해운항만청 출신들이 좋은 자리를 독식하고 수산을 홀대한다는 이유에서다.

 기획, 인사, 총무 등 공통부서 자리는 물론이고 수산정책관 등 수산 쪽 주요 보직도 그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수산업과 어업인을 홀대한다는 직접적 이유가 될 수 있는지는 한번 세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누가 그 자리에 앉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해수부 내 모든 직원은 서로 적들이 아니다. 여당과 야당으로 나눠서 자기들 정파를 대표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냥 해양수산 정책을 담당하는 해양수산부 공무들이다. 특별히 편을 갈라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보편적 시각이다.

 그런데도 수산을 홀대한다는 이유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누군가 이를 통해 득을 보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전에 해수부 간부로 있던 한 인사는 “누군지 모르지만 해수부 내 일부 세력들이 ‘수산 홀대’ 얘기를 계속 외부로 방출하고 있다”며 “그러면 장· 차관은 여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이것이 인사에 반영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해수부 내 일부 세력들이 인사와 관련된 내용을 ‘수산 홀대’로 포장해 내보내면서 사익을 챙기려 했다는 얘기다.

 또 해수부 산하 일부 단체도 해수부를 폐지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로 다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시 명분은 ‘수산 홀대’다. 그러나 속내는 비슷하다. 그들이 농식품부로 갔을 경우 농업 쪽 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으면 성격이 비슷한 단체이니까 크게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같은 성격의 단체인데 왜 농업 쪽만 지원하느냐. 우리도 지원해 달라”고 하면 간단히 숟가락을 얹을 수 있다는 셈법이다. 물론 그들 생각이 전적으로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다만 그들 생각이 전체 수산업과 수산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논리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최근엔 해수부가 생긴 지 25년이 됐는데 해운항만청 출신 장관은 4명이나 되는 데 수산 쪽 출신 장관은 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차관도 그들 숫자가 훨씬 많다고 했다. 얼핏 들으면 해수부가 수산을 홀대하는 그럴듯한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장· 차관은 해수부가 시키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해양수산부가 수산을 홀대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다. 그런데도 장·차관 임명과 ‘수산 홀대’를 연결하는 것은 한 마디로 난센스다. 해양수산 국책연구기관 한 연구원은 “이것을 어떻게 수산 홀대와 연결시키느냐”며 “이 얘기는 오히려 수산 쪽 사람들이 부끄러워 할 얘기”라고 했다. 행정수요자가 훨씬 많고 산업의 중요도도 적지 않은 데 왜 그 쪽 사람만 장관이 되는지 수산계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얘기가 확장되는 것은 해수부의 특정 인사를 가지고 일부 사람들이 ‘스피커’를 통해 이것을 부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수부 인사가 다 잘된 것은 아니다. 한쪽은 담을 넘기 어렵고, 한쪽은 문을 만들어 마음대로 들고 난다면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또 부 설립과정과 양측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할 때 배려를 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수산청 출신 사람들 숫자가 적다. 게다가 최근 임용되는 수산직 공무원들은 한해 2~3명에 불과하다. 공무원 임용 고시가 개방되면서 수산을 전공한 사람들이 임용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 게다가 20년이 지나면서 이제 해수부가 생긴 이후 들어온 직원들이 많다. 편가르기를 해야 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산직에 좋은 보직을 안 준다고 이것을 ‘수산 홀대’로 얘기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국회 농해수위 한 관계자는 “수산정책관을 해운항만청 출신으로 앉힌다고 이것을 수산 홀대라고 하는 것은 맞지않다”며 “젊고 능력 있는 사람을 승진시켰다고 이것을 연공서열을 무시하고 나이든 사람을 홀대한 인사 횡포라고 말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홀대는 사업과 예산을 독식하거나 정책을 한쪽으로 편중되게 할 때 나올 수 있는 현상이지 일부 인사를 가지고 그것을 홀대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홀대는 사업과 예산 보면 알수 있어
 해수부의 ‘수산 홀대’를 합리적으로 들여다보려면 먼저 예산과 사업,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아야 한다. ‘홀대’인지 아닌지 실체를 객관적으로 들여 다 볼 수 있는 게 사업과 예산이기 때문이다. 해수부에서 수산이 차지하는 예산이 정말 형편없는지, 일부 수산인들이 부를 해체하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맞는 건지 봐야 한다. 이를 보려면 해수부와 농식품부 예산을 비교해 정책의 무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한번 분석해 봐야 한다.

 내년도 해수부 예산은 6조 1,628억원이다. 이는 2020년도 예산(5조 6,029억원)보다 5,599억원, 10% 증액된 수준으로 2013년 해수부 재출범 이후 역대 최대 증가율이다.
 부문별로는 수산·어촌 부문에 2조 6,736억원, 해운·항만 부문에 2조 1,099억원, 물류 등 기타 부문에 9,015억원이 편성됐다. 비율로 따지면 수산부문은 전체 예산의 43%, 해운항만 부문은 34%, 물류 등 기타 부문은 14%다. 그러니까 부문별로 따지면 수산 예산이 가장 많이 책정돼 있다. 물론 물류 부분 중에 일부 해운항만 쪽 예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큰 골격 상으로는 수산 비중이 제일 크다. 예산과 함께 중요한 것은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는 해수부가 사업과 정책의 무게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무게 중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개발원 한 연구원은 “해수부의 전체 예산의 절반 가까이가 수산예산이기 때문에 주주로 따지면 수산이 해수부 최대 주주”라며 “현재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여건은 해수부 내에서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그러면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예산에 한번 수산을 넣어보자. 농식품부 내년 예산은 예산 및 기금 총지출 규모를 합쳐 16조 2,856억원이다. 이는 올해(15조 7,743억원)보다 5,113억원, 3.2% 증액된 것이다. 부문별로는 농업·농촌부문에 14조 7,498억원, 식품부문에 8,915억원, 기타 사업비 397억원과 기본적 경비 4,515억원으로 짜여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등 기후변화 대비, 농산물유통·판로확보 지원,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구축, 농업재해보험, 식품분야 등이 주 예산 사용처다. 농업·농촌 및 식품분야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과 주요 농정과제의 체감 성과 창출을 위한 예산으로 짜여져 있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농식품부 예산은 내년도 국가전체 예산 중 2.9%. 이는 해수부 예산(1.1%)보다 비중이 1.8%나 높다. 이명박 정부처럼 해수부를 해체하고 수산부문을 농식품부와 통합한다고 가정해보자. 농식품부 예산 18조 9,592억원(농식품부 예산 16조 2,856억원 +수산·어촌 예산 2조 6,736억원) 중 수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4.1%다. 해양수산부에선 수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는 데 반해 농식품부에서는 전체의 1/10 수준을 조금 넘는 셈이다. 예산만 보면 수산이 비중이 높은 농업이나 다른 부문과 이해 충돌이 생긴다면 정책적 홀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과거 수산청 때 받았던 '설움'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 그러니까 수산청이 농수산부 외청일 때 시절이다. 매년 연초 보고된 농수산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수산 쪽 보고 내용은 30~40쪽 중 1~2쪽에 불과했다. 자료엔 농어촌, 농수산이란 단어가 붙어 있지만 실제는 농업 얘기가 전부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수부가 폐지되고 수산부문이 농식품부로 갔을 때도 수산은 어느 외딴 섬에 있는 그런 형국이었다. 농식품부 본부 직제는 장관 밑에 2명의 차관과 3실(기획조정실·식품산업정책실·수산정책실) 3국(농어촌정책국·농업정책국·국제협력국) 13관 53과 등으로 이뤄졌다. 제1차관은 운영지원과·기획조정실·농어촌정책국·농업정책국 및 국제협력국의 소관 업무를, 제2차관은 식품산업정책실·수산정책실의 소관 업무를 관장해 장관을 보조했다. 수산 쪽 직제인 수산정책실은 3관 12과로 구성됐다. 하지만 수산 쪽 사람들은 대부분 수산정책실 안을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 통합할 때 방기혁 국장을 기획정책관으로 잠시 앉혔다가 불과 몇 개월도 안 돼 그 자리를 빼고 그다음부터 농업 쪽 국장 자리에 수산 쪽 국장이 가본 적이 없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국립식물검역원,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등 농수산 관련 검사검역본부를 하나로 통합할 때 수산 쪽 직제(현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는 본부장 밑에 있는 4개의 직제 중 하나인 수산안전부로 편입돼 사실상 하부 조직으로 전락했다. 지금 해양수산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보다도 못한 결과인 셈이다.

 어디로 가야 주인 대접 받을지
 그럼 수산이 어느 자리로 가야 서자 소리를 안 듣고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을까. 확률적으로는 해양수산부에 있는 게 주인이 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예산과 사업, 부의 비중으로 볼 때 수산이 최대 주주다. 그러나 농식품부로 간다면 10% 주권 뿐이 행사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해양수산개발원 한 연구원은 “해수부선 수산 생태계를 확장시킬 여지가 많다”며 “얼마든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통할 수 있는데 그쪽으로 가면 농업과 축산, 식품 등 다른 부문의 논리에 함몰돼 새로운 논리를 펴거나 영역을 넓히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수산인도 “농식품부는 어민들이 가서 시위를 해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도 그런 경험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일부에선 다시 수산청으로 가자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국가의 주요 정책에서 수산을 밀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국회 농해수위 한 관계자는 “수산이 농식품부로 가면 국무회의에 가서 대부분 농업을 얘기하지, 수산을 얘기하겠느냐”며 “해수부는 수산이 부의 중심 업무이기 때문에 국무회의에 가서 농업과 똑같이 수산의 중요성을 얘기할 수 있는데 농식품부로 가자는 애기가 나온다는 게 참 이상하다”고 했다.
또 수산청이 농수산부 외청에 있을 때는 부령 하나를 고치려고 해도 몇 날을 기다려야 했다. 농수산부 담당자가 자료를 놓고 가라고 하면 그냥 놓고 갈 수밖에 없다. 산하기관인 외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령 하나 고치는 데 마음만 먹으면 한나절도 걸리지 않는다.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은 수산청 때 “수산이 발전하려면 수산청이 부가 돼야 한다”며 “외청으로선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해수부 신설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외청으로선 수산이 도저히 발전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선 수산 관심 없어
 부처 상황으로 봐도 농식품부는 수산이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 부처다. 그러나 해수부는 수산이 빠지면 공중분해 된다. 해수부는 이런 상황에서 보면 아주 절박한 입장에 있는 부처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로 가야 수산이 이득을 볼 수 있는지는 보다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아직도 ‘수산 홀대’가 나오고 농식품부로 가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부 신설 때 나온 화학적 결합이 아직도 구두선에 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 일부 직원이 외부로 ‘수산 홀대’를 퍼 나르는 것을 보면 부내 소통도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부를 해체하자는 명분으로 작동시키는 것은 어업인과 수산인을 위한 일이 아니다. 수산은 지금 아까운 시간을 쓸데없는 논쟁으로 보낼수 있는 그런 한가한 시간이 아니다. 코로나는 일단 제쳐둔다고 해도 내부적으론 자원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상기후에다 보조금 감축 등 외부 파고가 결코 만만치 않다. 바이든 미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어떤 정책을 펴낼지도 모르는 일이고 미국의 정책에 따라 한·중·일 관계가 미묘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일부 수산인과 일부 수산전문지는 흘러간 노래인데도 과거 레코드판을 다시 틀고 ‘수산 홀대’라는 판에 박은 기사들을 쏟아 내고 있다. 해수부장관이 수산 쪽에서 안 나왔다고, 또 수산 쪽 주요 자리에 수산 쪽 사람을 안 앉혔다면서 ‘수산 홀대’라고 얘기하는 것이 과연 수산을 살리자는 얘기인지 이제 확실한 개념 정리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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