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번식전략...툭 건드리면 터져 나오는 생물학적 구조

완숙 수컷 내장기관(표시)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NIFS, 원장 최완현)은 최근 온라인에서 “오징어에서 기생충이 나온다”는 소문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기생충이 아니라 수컷 오징어의 정자덩어리다”고 밝혔다.

 올해 오징어 어획량 증가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반 가정에서도 오징어를 직접 구입해 요리하는 사례가 많아졌는데 성숙한 수컷 오징어의 내장을 손질하다가 “기생충이 있어 못 먹겠다”는 다수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송혜진 박사는 “소비자들이 오징어 내장을 손질하다가 툭 튀어 나온 것은 기생충이 아니라 수컷 오징어의 정자덩어리 즉, ‘정협(精莢, spermatophore)’이다”고 설명했다. 

 수컷 오징어의 정협은 이들의 번식전략의 하나로, 살짝만 건드려도 터져버리는 독특한 생물학적 구조를 하고 있다.

 오징어를 포함하는 두족류의 암컷과 수컷은 어류와는 달리 교접행위를 하는데, 수컷은 흔히 우리가 다리로 알고 있는 팔 중의 하나인 교접완(交接腕, hectocotylized arm)을 이용한다.
 즉, 생식기를 이용해 자신의 체내에서 성숙한 정협을 꺼내 암컷의 입주변 구강막에 정자를 부착시키는데, 이때 정협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마찰, 또는 생리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캡슐 내부의 스프링 구조물이 작동하여 얇은 막에 싸인 정자 덩어리가 터져 나오게 된다.
 이 덩어리들은 암컷의 구강막에 계속 붙어 있다가 1~2개월이 지난 뒤 산란 시에 암컷의 난과 수정하게 된다.

 최광호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연구센터장은 “수컷 오징어 정협의 모양새가 얼핏 보면 기생충으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지만 함께 제공하는 동영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해결되고 수산물 소비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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