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칼럼/문영주 편집국장
직원들 희망과 꿈 잇는 사다리 만들어야
“누가 이런 인사 납득하나” 직원들 속앓이

 수협은행에 희한한 인사가 벌어지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 30일 임기가 끝나는 A모 부행장이 다시 연임했다고 밝혔다. 2년 임기가 끝난 후 1년, 1년씩 2년을 연장한 뒤 다시 1년을 연장해 준 것이다. 수협은행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그는 지난달 수협은행장에 응모했던 사람이다. 신임 행장과 경쟁을 했던 경쟁자 중 한사람이다. 게다가 신임 행장과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그렇다면 그동안 관행으로 봐 퇴임이 정도다. 그런데도 그가 그 동안의 관행을 깨고 다시 연임에 성공한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많은 직원들은 부행장 인사가 누군가에 의해 조정됐다고 보고 있다. 신임 행장의 본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직원들은 신임 행장이 ‘새술은 새부대에’ 담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뜻을 접었다. 행장이 되는 과정에서 은혜를 입은 사람에 대한 보은(報恩)을 생각했을지 모른다. 선공후사(先公後私)가 아니라 선사후공(先私後公)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자기 자신의 안위를 위해 힘 있고 희망에 찬 새로운 세력들의 진출을 행장이 스스로 막아버린 셈이다. 김진균 행장이 행장이 되자마자 행장의 권위를 발로 차 버렸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행장이 해야 할 큰 일은 수협은행이 영업을 잘하게 하고 새로운 인재를 키우는 일이다. 행장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AI가 장착된 신형 자율주행차를 버리고 낡았지만 과거 길들인 자동차를 선택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그것을 자의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인사는 행장의 권한이고 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 담력이 없다면 그는 행장이 되선 안 된다. 어려움이 있다면 설득하고 결단해 그것을 돌파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보인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이라고 해도 그렇게 무르면 앞으로 어떻게 큰 일을 감당하겠는가. 수협직원들이 주인의식이 없다는 것도 바로 이런 것들이 쌓여서 나오는 얘기다.

 또 부행장 자리는 실제적으로나 관념적으로나 의미가 적지 않은 자리다. 그 자리는 단지 부행장 한자리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수없는 사다리를 만드는 자리다. 젊은 직원들의 희망과 꿈이 담긴 게 바로 그 사다리다. 그렇다면 행장은 직원들이 나도 부행장이 되고 행장이 되고 싶은 꿈을 갖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행장의 존재 이유다.

 가뜩이나 정부나 외부로부터 외압이 많은 게 수협이다. 과거 행태를 보면 요직 여기저기에 낙하산이 내려 오고 수협은 당연한 듯이 이를 받아 들인다. 그런 상황에서 내부의 ‘보이지 않는 손’까지 계속 활개를 친다면 차라리 수협은 용역회사나 AI에 인사를 맡기는 게 더 낫다. 유례없이 장수하는 부행장이 앞으로 어떤 열정을 가지고 1년을 보낼지도 의문이다. 행장 응모까지 한 사람에게 남은 의지와 에너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새술은 새부대에 담는 게 정석이다. 순천하는 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 했다. 상식이 실종된 조직을 만들면 안 된다. 

 수협중앙회 한 임원은 언젠가 수협은 인사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수협 어느 구석에선 인사를 잘못해 ‘잃어버린 시간’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수협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지 않기 위해선 인사권은 인사에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수협을 위하고 어민을 위하는 길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끝나는 이런 인사를 언제까지 봐야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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