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계, 부지 동작구청에 넘겨 주려고 그동안 몇 년간 싸웠는지…
“시민위한 체육시설 만들면 돌려받기 쉽지 않다” 우려 팽배
“코로나 시대 맞는 수산물 소비 시장 만들면 서울 명소 될텐데…”

 

옛날 조감도는 어디로

수협중앙회가 2016년 만든 노량진수산시장 복합리조트 조감도. 그러나 지금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중앙회가 세금을 면제받기 위해 동작구청이 4년 간 동작구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장 현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舊노량진수산시장 일부 상인들의 반발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협중앙회가 舊노량진수산시장 부지를 동작구청이 4년 간 체육시설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3일 동작구와 舊노량진수산시장 유휴부지를 생활체육시설로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개발 전까지 특별한 용도 없이 장기간 방치되는 부지를 합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양 기관이 상호 협력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개발 전까지 내야 하는 토지 보유세 등 관련 세금을 안내도 되고 동작구는 이 부지를 지역주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작구는 옛 노량진수산시장 일대 약 4만 8,000㎡(약1만 5,000여평) 규모의 유휴부지를 수협에서 업무시설 등의 용도로 개발하기 전까지 약 4년간 지역주민을 위한 야구장, 축구장, 풋살장, 조깅트랙 등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협은 체육시설 공사 후 무상으로 이 부지를 동작구에 제공하고 동작구는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공용 또는 공공용도 시설 설치에 따른 제반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올 12월까지 설계 등을 마치고, 내년 3월 중 공사를 완료해 내년 4월부터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는 게 동작구 구상이다.

 수협은 나대지로 둘 경우 연간 125억원 가량, 그러니까 4년간 600여억원의 토지 보유세 등의 세금을 내야하는 데 동작구가 이 부지를 활용할 경우 이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누이좋고 매부좋은 형태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이 다음 동작구로부터 이 부지를 돌려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 부지가 주민들의 체육시설로 활용될 경우 이 다음 주민들이 반환을 반대해 민원이 발생하면 구청은 주민들의 반대와 청원을 거부할 수 없는데다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거들 경우 이를 돌려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게다가 수산물 유통시장이 비대면 언택트 추세로 갈 경우 4년 후 이 부지 활용을 놓고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반드시 수협에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외부에서는 이번 협약이 너무 성급하고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업무협약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김홍철 전수협중앙회 지도경제 대표는 “이 부지는 수협이 어렵게 확보한 부지”라며 “어업인들의 자부심이 걸린 이 부지를 수협이 이 다음 부지 반환을 놓고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졸속, 무모한 협약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등산로 입구를 사유지라고 막으면 등산객들이 가만히 있느냐”며 “동작구민들이 반대할 경우 지금 일부 구시장 사람들 반발보다 훨씬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은 수협이 구시장 상인 문제가 풀리면 곧바로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마스터 플랜도 없이 몇 년째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한 결과”라며 “이렇게 하려고 몇 년간 구시장 일부 상인들과 갈등을 빚으며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면서 추한 모습을 보였느냐”고 집행부의 경영 부재를 질타했다.

수협중앙회는 지금 구노량진수산시장 부지를 동작구청에 활용할 수 있도록 부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구노량진수산시장 부지 정리 장면.

 게다가 동작구는 최근 노량진 역 옆에 있는 빗물과 오수를 배출하는 폭 2.5m, 높이 3.3m, 길이 90m, 총면적 366㎡ 규모의 사각 형태 구조물인 노량진 근대하수박스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조성하고, 노량진수산시장의 접근성도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1년간 3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노량진로 일부 구간 접근성을 개선하고 통행로를 조성하며 관광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량진수산시장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도 노량진역 철길 위에 데크를 깔고 그 위에 고층 빌딩을 세워 공공주택과 상업시설을 한번에 공급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거주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청년 1인 가구 등에게 공공주택 대부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옛 노량진수산시장 부지, 서울수도자재관리센터 부지까지 개발 일정을 맞춰 주택공급량을 크게 늘리고, 낙후한 거주여건을 개선한다는 포석도 그리고 있다. 노량진역 일대에서만 약 3,000가구가 공급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당장 시급하지도 않은, 그래서 동작구에 4년간 부지 이용을 위임하는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는 앞으로 어떤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

 국회 농해수위 한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수협의 악수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며 “정치권에서 볼 때 앞으로 4년 후 수협은 동작구청으로부터 이 부지를 넘겨받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역 주민과 시민들이 연판장을 돌려 체육시설 유치를 청원하고 진정서를 내고 시민단체와 정당이 가세하면 구청이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수협이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수협이 어떻게 든지 자체적으로 이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며 “예고된 상황인데 아무런 대비가 없다가 세금을 아끼려고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김홍철 전 대표는 “2만평 가까운 땅을 코로나 시대에 맞게 야외 점포도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수산물 소비시장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휴식도 제공하는 쉼터 역할까지 하게 되면 서울의 명소가 될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며 “시설 본격 개발 전에 그라운드 디자이너를 통해 구시장 부지에 이런 정도 설계를 하면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세금도 절약할텐데 집행부가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수협의 좋은 이미지를 서울시민에게 심어줄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수협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수협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어업인들이 저것이 우리 것이라며 자랑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리고 서울에 명소가 될 수 있는 금싸라기 땅을 수협은 지금 주인 자리를 내 놓은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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