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내부 출신 행장 추천했으니까 행장에 모든 인사 권한 줘야
행장 추천하자마자 인사 관여는 수협은행도 죽이고 행장도 죽이는 꼴
은행 직원들 “같이 경쟁하던 행장 응모자 인사서 제외하는 것이 마&

문영주 편집국장

 수협은행장 후보자로 수협은행 사상 첫 내부 출신이 뽑혔다.

 수협은행이 2001년 공적자금을 받고 신용사업부문으로 독립한 뒤 20년 만이다. 그동안 3명의 대표이사와 1명의 행장이 재임했다. 2명은 은행가이고 2명은 정부에서 공직을 갖고 있다 내려온 이른바 낙하산이다.
그러다가 이번 운 좋게(?) 수협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김진균 수석부행장이 후보로 추천됐다. 그는 10일 중앙회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이 확정된다. 은행 직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조직문화와 특수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데다 업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여러 난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맞닥뜨릴 수 있는 게 인사다. 연말연시 정기 인사도 문제지만 당장 자리를 메꿔야 할 수석부행장 등 고위급 인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있던 수석부행장 자리에 누굴 앉히느냐는 그의 앞으로 2년을 좌우하는 중대사다. 수석부행장은 기획, 예산, 직제, 인사 등 수협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담당해야 하는 자리다. 삼성으로 치면 전략기획실 같은 자리다. 정부 부처의 기획조정실장보다 어쩌면 조직 내 권한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자리다. 
그 자리를 놓고 벌써 설왕설래가 시작되고 있다. 특정인을 놓고 누가 그 자리에 갈 것이다, 누구 오더가 내려올 것이라는 온갖 설이 난무한다. 그 배경은 이렇다. 한쪽에서는 이번 행장 응모에서 괜히 가만히 있는 사람을 나가라고 해 떨어졌으니까 그에게 뭔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반대쪽에서는 그건 아니라고 한다. 같이 경쟁했던 사람인데 그런 이유로 그를 턱 밑에다 있게 하는 건 구도 상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두 사람 사이도 껄끄러워 오월동주가 될지 모른다는 얘기 마저 나온다.

 어쨌든 수석부행장 인사는 신임 행장 권한이다. 주주는 그가 2년을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그의 선택과 권한을 인정하고 보호해 줘야 한다. 행장이 되자마자 자기가 바라지 않는 인사를 하라는 것은 신임 행장을 거친 풍랑 속에 몰아넣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내부 출신을 행장으로 뽑아 놓고 주주가 사사건건 인사에 개입하는 것도 정도가 아니다. 그러고 싶어 내부 출신을 행장으로 뽑았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나올 건 불 보듯 뻔하다. 이번 행장 내부 선임은 앞으로 수협은행에 내부 출신이 계속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지금 수협은행은 코로나 시대에 시중은행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지혜를 모으고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금리 인하로 이자 수익은 줄고 비이자수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안 돼 있어 치고 나갈 방법이 마땅치 않다. 또 자산 규모와 안전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활로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문제로 수협은행이 기우뚱한다면 갈 곳은 뻔하다.

 김영삼 대통령 말대로 인사는 만사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어려움에 처하는 것도 상당 부문 인사 때문이다. 모든 것이 인사에서 시작해 인사로 끝난다. 신임 행장이 소신껏 인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가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주주의 정도다. 그래야 이 다음 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임원들에게 불문법처럼 돼 버린 ‘2+1’이 특별한 경우가 아닌데도 누구한테는 적용이 되고 누구한테는 적용이 안 되면 안 된다. 과거 좋은 관행을 깨고 남이 별로 동의하지 않는 새로운 관행을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도 않고 성공할 확률도 높지 않다. 지금 시간은 행장이 시험대에 있는 시간이 아니고 주주가 시험대에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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