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시설물, 과거에 머무른 심해설계파 기준
맹성규 의원, "설계 기후변화 대비 따라가지 못해"

맹성규 의원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비해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인천 남동갑,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여름 동해안 태풍 피해의 원인이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전국적인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동해안에 소재한 울릉 사동항과 경주 감포 해양공원의 피해가 막심했다.

 울릉 사동항은 태풍 피해로 동방파제가 220m 유실되고, 남방파제는 50m 파손 및 변위가 발생했으며, 접안시설 상치콘크리트에는 이격이 생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경주 감포항 친수호안인 해맞이 공원은 블록포장, 조형물, 화장실 등 시설피해뿐만 아니라 배후지역에 이재민 26세대(55명)와 인명피해 9명(골절 등)이 발생하고, 주택 및 상가 37가구, 주차차량 다수 침수 등 주민 피해가 뒤를 이었다.

 동해안 태풍 피해 원인은 설계파고와 유입파고간 현저한 차이에 있었다. 시설이 재해에 견딜 수 있는 파고인 설계파고는 울릉이 최대 10.3m, 경주는 최대 6.6m였다. 하지만 이번 태풍때 울릉 사동항은 최대 15.7m, 감포항은 최대 13.3m의 파도가 발생했다.

 설계파고와 유입파고간 차이가 사동과 감포 각각 10.7m, 8.3m까지 발생해 설치물이 버틸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파도와 바람으로 월파가 생겨 시설물 파손 및 배후지역 침수가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데에는 기후가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의 대비 속도에 있었다.

 울릉 사동항 남방파제는 2005년, 동방파제는 2018년에 준공됐고, 북방파제는 2020년에 준공 예정이다. 그런데 설계 근거가 되는 심해설계파 추정치는 각각 1988년, 2005년에 머물러있어 남방파제는 17년, 동·북방파제는 13년에서 15년 전 파도 기준으로 공사가 이뤄졌다. 또한 실시설계 준공 후 실제 공사 준공까지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계획 수정이 없이 공사가 끝났다.

 항만·해안시설물 설계의 가장 기초가 되는 ‘먼바다 기준 설계 높이’인 심해설계파 추정도 정기적으로 실시되지 않고 있었다. 전국(전해역) 심해설계파 추정은 1998년 처음 산출돼 2005년, 2019년에 개정됐다. 개정 간격은 각각 17년, 14년으로 매우 길고 부정기적이다.

 한편 현행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상 사동항, 감포항을 포함한 모든 해안시설등 해안시설물의 일반적인 설계빈도(재현빈도)는 50년인데, 설계빈도는 50년 만에 올 수 있는 파고에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다양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100년 만에 나올 대규모 자연재해가 1~10년 빈도로 찾아올 수 있다며 설계빈도 강화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맹성규 의원은 “최근 대형 태풍의 발생 빈도와 외력이 강화되고, 파괴적인 고파랑이 증가함에 따라 정기적으로 심해설계파 추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며 “기후변화의 속도, 시설 안전을 고려할 때 최소 5년, 10년 단위로 추정치를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맹 의원은 “기존 50년의 재현빈도 또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을 강화해 바다에 살고 있는 어촌 주민과 바다를 찾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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