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의원, “사고율 높은 어선 등 국내 모든 선박 보급해야”

정운천 의원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한 e-네비게이션 혜택을 정작 네비게이션이 필요한 소형어선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국비 약 1,118억원을 들여 세계 최초 LTE 기반의 지능형 해상교통서비스인 한국형 e-네비게이션을 개발했으며, 지난해부터 국비 약 170억원을 들여 e-Nav 단말기의 보급을 지원(단말기 가격의 50% 정액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우리나라가 직접 개발한 기술을 정작 우리 국민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운천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e-Nav 단말기 보급 지원 사업이 당초 계획 대비 지연된데다 지원 대상도 전체 등록 선박 7만 5,796척 중 1만 5,500척(20%)에 불과하고, 특히 3톤 미만의 어선의 경우 e-네비게이션 단말기를 부착할 수 없고, 단말기 보급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해수부는 2017년부터 세계 최초 해상에 LTE 기술을 적용하여, 연안 100km까지 디지털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와 함께 LTE-M 망 구축 협의를 진행해왔다. 협의를 통해 망 구축을 완료한 뒤 2019년부터 보급 지원 대상 선박 1,940척에 대한 보급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행안부와 국토부의 의견 차이로 인해 망 구축 협의가 지연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2019년 보급 지원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등 사업이 지체되었다. 이에 따라 해수부가 당초 확보했던 2019년도 보급 지원 예산 37억원이 이월됐으며, 해수부는 당초 계획했던 1,940척과 올해 계획된 2,005척 총 3,945척에 대한 보급 지원을 올해 안에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e-네비게이션 구축사업은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는 국내 등록된 선박 약 8만 척에 단말기 부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있었으나 실제 보급 지원 대상 선박은 전체 등록 선박의 20%인 1만 5,500척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예산 협의 과정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재부와 해수부가 여객선·유조선·예선·3톤 이상 어선으로 대상을 한정하면서 지원 대상 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3톤 미만 어선의 경우 단말기의 안테나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지붕 등)이 없어 단말기 부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연히 보급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으며, 해수부는 이들의 경우 각자의 휴대폰 앱을 통해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게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에도 3톤 미만 어선에 대한 보급 지원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정운천 의원은 “3톤 미만의 어선의 경우 대부분이 영세 어민이며, 고령자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과연 휴대폰 앱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여객선, 유조선과 같이 대형 기업에서 운영하는 선박에는 지원해 주면서, 영세 어민들에게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내년 1월 30일부터 e-Nav의 근거법인 「지능형 해상교통정보서비스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e-Nav 단말기 설치가 내년 1월 30일부터 의무화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현재 이 법의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수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3톤 미만의 어선에서도 사고가 계속 발생함에 따라 단말기 의무설치 대상을 3톤 이상이 아닌 2톤 이상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2톤이 아닌 3톤 이상으로 규정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될 예정이다.

 3톤 미만의 어선의 수는 약 42,000척으로 국내 등록 선박의 약 5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3톤 미만 어선의 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어선 사고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정운천 의원은 “막대한 국민 혈세를 들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정작 우리 국민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향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늘려 지원 대상 선종과 척수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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