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도 못 뽑고 임시 의장 회의 중 퇴장
수협측 양보로 행추위원장에 김윤석씨 선출

 수협은행장 선출을 위한 행장추천위(이하 행추위)가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수협은행에 따르면 10월 24일 임기가 끝나는 이동빈 행장 후임을 뽑기 위한 행추위가 지난 11일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하는 추천위원 2명을 확정하면서 구성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날 행추위는 임시의장을 맡은 양돈선 추천위원(금융위측 사외이사)이 위원장 선출을 놓고 수협 측 사외이사와 의견이 갈리면서 회의 중 그냥 퇴장해 버리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써 행추위는 이날 1차 회의는 열었지만 위원장 선출은 물론이고 공모로 할 건지, 추천으로 할 건지 선출 방법이나 공모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회의를 종료했다. 14일부터 공모에 들어가겠다던 당초 계획도 자연히 연기됐다. 누구를 행장으로 추천할 건지 앞으로 갈등이 예상되는 메인게임을 앞두고 부수적인 문제 때문에 초반부터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날 정부 측 행추위원인 기재부와 금융위 측 사외이사는 기재부 출신인 김윤석 사외이사를, 수협중앙회 측은 김석원(전서남구기저조합장) 사외이사를 행추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추위원장은 호선으로 뽑기로 해 사실상 만장일치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행추위원장 선출을 놓고 추천위원 간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사건은 행장 선출을 위한 주도권 싸움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행장 추천 시 위원장 역할이 적지 않아 정부 측에서는 수협에 그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반면 수협중앙회는 자기들이 의도한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그 자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게 수협 안팎의 분석이다.한 수협은행 관계자는 “행장 선출주도권을 갖기 위한 정부와 수협 간에 샅바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어쨌든 이번 일로 인해 수협은행장 추천은 앞으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 정관에는 60일에서 40일전까지 행장추천위를 구성토록 했다. 이 규정은 비록 권고사항이지만 이번엔 이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임기 40일 전인 14일 선출 절차와 공모 일정이 정해져야 하는 데 위원장 선출을 놓고 파행을 격으면서 시간을 넘겼기 때문이다. 행추위는 17일 2차 회의에서야 선출방법, 공모 일정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수협은행 및 중앙회 측은 “이날 추천위가 구성되고 1차 회의가 열렸기 때문에 정관을 위배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행추위가 선출 관련 일정 등을 정하라는 규정이지 행추위 구성 만을 얘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또 행장 선출이 행장 임기를 넘기게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17일 열린 행장 추천위 2차 회의에서 공모기간을 21~25일로 정해 행추위는 한달 안에 행장 선출을 마무리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이 기간 내 행장 선출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현재 추천위 분위기는 1차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위원장 선출 문제로 추천위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다 자존심 싸움까지 벌일 경우 현재의 선출 구도로는 선출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1차에 행장 추천이 가능하다 해도 시간이 촉박한 데 2~3차 늘어질 경우 연말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럴 경우 제일 힘든 게 수협은행 임직원들이다. 중요한 사업을 결정해야 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를 결정할 행장이 공석이거나 대행체제 시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수협은행 한 간부는 “은행 임직원들도 모든 관심을 여기에 쏟을 수밖에 없다”며 “빨리 행장 추천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행추위는 17일 2차 회의를 열고 위원장에 기재부 출신 김윤석 사외이사를 선출했으며 공모기간을 21~25일로 결정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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