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마 재고 넘치는데 또 생산… 어민들 ‘대란’ 우려
코로나 위기 속 판로 없는데 다시마 다음달 본격 생산
어업인들, 추가 대출 위해 사채 빌려 대출 ‘돌려막기

▲ 이 물량을 어떻게...완도금일에서 다시마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완도 지역 다시마 양식어업인이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코로나 감염증으로 생산을 해도 판로가 없는데 다음 달 초 본격 생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딱히 물량을 소진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완도 분위기는 태풍 전야 같은 분위기. 고요함이 무서운 공포로 느껴진다는 게 현지 어업인들 얘기다.

서광재 완도금일수협 조합장은 “다시마 파동이라는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며 “파동이 생기면 어업인은 물론이고 조합도 같이 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다.

■ 완도는 지금 태풍 전야

다시마는 다음 달 초 본격 생산이 시작된다. 2017년부터 3년간 연평균 생산량은 4,085톤. 2017년 3,184톤, 2018년 4,720톤, 그리고 지난해 4,353톤을 생산했다. 그러나 소비가 안 돼 2017년 38톤이던 재고물량은 2018년에는 983톤으로 30배가량 늘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4,709톤으로 이보다 5배가량이 증가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탓이다.

다시마는 사용 용도가 극히 단순하다. 대부분 국물용으로 쓰이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학교, 군등 단체 급식을 하는 곳이다. 일반식품회사의 국물용. 라면 스프, 튀각 등에 사용되지만 물량은 많지 않다. 아직까지는 보조식품에 그칠 뿐 다시마를 주상품으로 한 독자 상품 개발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생산도 크게 늘 것이라는 게 현지 얘기다. 완도금일수협 분석에 따르면 올해 예상량은 6,977톤. 이는 지난 해보다 무려 2,600여톤이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로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완도가 5,978톤, 고흥이 946톤, 장흥 52톤이다.
코로나 감염증이라는 미증유의 사건 속에서 재고와 생산물량까지 합치면 무려 9,000톤 가까운 물량이 대기 상태인 것이다. 평년에 4,000여톤을 생산하는 데도 팔지 못해 재고가 쌓이는 데 이보다 두배 이상 되는 물량이 나오면 결과는 물어보나 마나다. 다시마 파동이 거론되는 이유다.

■ 올해 생산까지 증가 예상

현재 다시마 생산 어가는 완도733, 고흥 92, 장흥 37어가 등 총862어가다. 이들이 다시마로 벌어들이는 돈은 지난해 356억원이다. 때문에 다시마 파동이 생기면 이들 어가는 파산신청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이들 어민에게 생산자금을 지원하는 수협 역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지 얘기다. 어업인 손실이 발생하면 그것이 그대로 조합에 전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다시마 양식 어업인 중 상당수는 생산지원자금을 많이 받은 어업인 후계자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사람 당 최대 3억원까지 대출을 받는다. 만일 부부간에 대출을 받는다면 최대 6억원까지도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현재 여건 상 생산을 통해서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게 현지 어업인들 얘기다.

서광재 조합장은 “5월 다시마가 생산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이를 해결할지 막막하다”며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감염증 때문에 학교 급식용이나 일반회사용으로 전혀 소비가 안 되고 있다”며 “해조류는 양식이라는 이유로 비축 자금 지원도 안 돼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도산 이외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 예고된 파동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예상된 것이라는 게 현지 얘기다. 다시마가 과잉 생산으로 파동이 우려되는 데 다시마 양식은 늘어나고 일반 소비는 정체돼 이런 파동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7년 다시마 단가가 좋으면서 생산 쏠림현상까지 생기면서 구조가 더욱 악화됐다. 게다가 정부는 귀어귀촌 정책을 추진하면서 어업인 후계자들을 다시마 양식 쪽으로 유도했다는 애기도 나온다.
서광재 조합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어업인 후계자를 육성할 때 2,3차까지 보면서 육성해야 하는데 우선 귀어귀촌에만 매달려 쏠림현상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다시마 생산 어업인들은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 사채를 끌어다 일단 수협 부채를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부채를 갚지 못하면 더이상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출 ‘돌려막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어촌사회는 물론 지역 사회까지 치명적 타격을 입힐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해법은 가격을 지지하면서 물량을 소진하거나 비축하는 것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현 여건에서는 답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판로가 없고 가격을 지지할 ‘실탄’도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도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협중앙회는 대안이 없어 손을 놓고있고 정부는 아직까지는 ‘강 건너 불’ 수준이다.

서광재 조합장은 “현재 500여명의 어업인 후계자 중 5억 이상 대출을 받은 사람이 부지기수 일 것”이라며 “현재의 어업수익구조로는 당장 이자도 갚을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한적한 어촌에 몰려오는 다시마 쓰나미를 정부가 어떻게 막아낼 지 궁금하다.<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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