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박신철수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

오늘날 주요 기업들에게 AI, 클라우드, 플랫폼 등이 핵심적인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금년 연초 미국 LA에서 개최된 CES 2020에서 전 세계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역시 AI를 기반으로 한 미래사회의 신기술을 선보였다.

그런데 우리 수협조직은 어떤가? 아직도 구시대적인 경영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고 있진 않나 하는 반성 차원에서 우리 조직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 의사 결정 구조

조직 경영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의사결정 구조, 조직문화 그리고 미래성장동력은 시대와 무관하게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이다.

우선 의사결정 구조, 흔히들 협동조합의 최대문제는 역시 CEO 리스크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단위조합이나 중앙회 관계없이 공통적인 문제이다. 중앙회의 주요 정책의결기구는 이사회나 총회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인 의결기구 이전에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조직 내부의 건전한 토론이나 정책대안에 대한 임원진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 중앙회의 의사결정 과정은 거의 일방통행이거나 결정 과정에 계층별 책임자나 임원진의 의견 개진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CEO 리스크로 인한 잠재위험이 미래에 나타날 가능성을 늘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속히 건강한 비판과 토론을 통해 조직의 중지(衆智)를 모으는 의사결정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조직 문화

둘째는 조직문화이다. 필자가 수협 직원이 된 이후 가장 의아스러운 것이 우리 조직의 형식적인 의전과 경직된 조직문화가 공무원조직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공(公)조직과 사(私)조직의 중간지대에 장기간 위치하면서 그러한 경직된 조직문화가 생긴 것은 일면 이해가 되나, 이제는 하루속히 바뀌어야 한다. 정성적 성과평가의 어려움은 있겠으나, 적당하게 시간만 지나면 되고, 실력이나 조직에 대한 헌신보다 특정 지역이나 상층부에 읍소하는 식의 일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할 것이다.
소위 ‘튀면 총 맞는다’ 식의 눈치 보기식의 문화가 만연된 조직에는 사실 발전 가능성이 없다.
조직이 어려울 때 아이디어를 내고 도전(挑戰)하고 실패하더라도 용인되고, 아니 격려받는 조직만이 경영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소통(疏通)하는 조직문화는 건강한 의사결정 구조와도 연결되는 만큼 건강한 조직문화가 위험에 직면한 작금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 미래 성장 동력

마지막으로 미래성장동력이다. 중앙회는 수산업 분야 생산자 단체의 모임으로 신용사업인 은행, 회원들 수산물의 건전유통을 위한 위판과 냉동창고, 어업용 면세유와 군납 등 단체급식, 보험업과 자금 운용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가 협동조합의 기본 기능과 이익 창출을 위해 포진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그래서 어지간한 금융환경의 변화에도 그럭저럭 잘 견디어 왔다. 허나 이제는 미래에 대한 혁신(革新)적인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곧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어찌 보면 협동조합 본연의 업무와 동떨어진 금융이나 자금 운용중심의 조직이라면 일반 은행이나 운용사하고 무슨 차이가 있으며, 이런 조직의 존재 이유와 동떨어진 조직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현재의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비한 조직의 미래 청사진이나 나아갈 방향설정이 없는 깜깜이 조직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한때 잘나가던 핸드폰의 최강자였던 노키아도 시대변화를 예측지 못해 어느 순간 사라져 갔으며, 작금의 삼성그룹도 당장은 반도체 산업으로 성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제 수협중앙회도 현재의 금융업을 기반으로 해서 협동조합의 본래 취지에 맞고 또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을 하루속히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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