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2020 신춘대담/박남춘 인천시장에게 듣는다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 시 남북 어민 간 해상파시도 조성 가능
“수산업 6차 산업 형태로 진화해 가도록 지원해 드리겠다”
해양수산부는 21년 동

박남춘 인천시장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그는 행시(24기) 출신으로 21년 간 한 번도 해양수산부 경계를 넘지 않았던 관료였다. 그의 ‘팔자’가 바뀐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문.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왔을 때 노 대통령 강요(?)로 그는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총무과장을 맡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노무현 정부 시작 때 청와대로 건너갔다. 거기서 국정상황실장을 시작으로 인사수석까지 5년간 권부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대통령을 모셨다. 그리고 야인으로 나와 한 번도 민주당에게 의석을 허용하지 않던 인천 남동구갑에서 내리 재선을 했다. 재선 2년 뒤, 인천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던졌고 그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2년차 인천시장, 그의 하루는 ‘25시’를 차용해도 바쁘다. 300만이 넘는 인천시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자리에 서 있는 까닭이다. 구랍 19일 오후 5시, 박 시장의 굵은 목소리가 비서실 밖에 까지 흘러나왔다. 아직도 에너지가 넘쳐 나는 것 같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다사다난이다. 인천시도 수돗물 문제 등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낸 것 아닌가.

“뜻하지 않게 시민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드린 일도 있었다. 수돗물 피해나 태풍 링링, 아프리카 돼지 열병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서구나 강화처럼 북서부 권역에 피해가 집중돼 마음이 너무 아팠고 지역 시민들께 참 죄송했다. 저로서도 예상치 못한 불가항력적인 일을 겪으니 몸과 마음이 참 힘들었는데, 그래도 연말이 되면서 여러 좋은 결실들이 나서 시민들에게 면목이 조금은 서는 것 같다”

-해양박물관 유치 등 좋은 일도 많지 않았나.

“올해 국립해양박물관이 드디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지금까지 인천에 국립박물관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는 세계문자박물관과 해양박물관이 들어서게 됐다. 해양박물관은 경쟁력 있는 테마와 콘텐츠를 갖추는 게 관건이다. 수도권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해양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하겠다”

-인천은 해양수산과 연관이 많은데 새해 인천시의 수산정책은 어디에 중점을 둘 생각인가.

“수산업은 수산자원 감소, 어촌사회 노령화 등 위기에 직면하고 있어 수산업 체질 개선을 통한 지속가능한 혁신성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인천시는 수산자원 증대를 위해 해마다 치어 방류 사업에 힘쓰고 있다. 또 어촌사회 재생을 위해서는 정부의 어촌뉴딜300 사업을 적극 유치하고 서해5도 정주여건증진 사업 등도 활용하려고 한다. 어촌체험, 섬 여행 등 관광 활성화 사업 등도 적극 추진할 것이다. 또한 ‘살고 싶은 어촌, 함께 가꾸는 수산업’이라는 비전을 기반으로 어촌지역도 300만 인천의 균형발전의 한 축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특히 서해평화수역 조성, 해양수산 분야 남북교류협력 거점도시 등의 사업을 통해 해양수산 중심도시가 될 준비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인천 바다와 한강하구 등에 산재한 오염물질 제거 등을 통한 청정화 사업도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한강하구와 서해접경지대는 그간 북한과의 긴장으로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했는데 해양 오염이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인천도 적극적으로 여기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가장 수혜지역이 인천지역 아닌가.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 가.

“남북관계는 국제적,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서 참 어렵다. 국제사회나 정부 간 관계보다 앞서 나갈 수 없다.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에서의 긴장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해5도에서의 긴장이 낮아지고 한강하구 강화 지역에서 남북 간에 물길 공동 조사 등이 이뤄지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남북 간 정치적·군사적 문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협력해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양수산분야나 경제·문화협력처럼 남북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분야는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계속해서 발전해 가야하고 퇴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천시민들도 이러한 점에는 공감해 주시기 때문에, 인천시도 순리에 맞게 잘 해나가겠다”

-지난해 서해 5도 어장이 확대되고 조업시간도 연장됐다. 이에 대한 어업인들 반응이 엇갈리는 것 같다. 문제가 있는가. 어떻게 이 어장이 활용됐으면 하는 가.

“지난 3월 서해5도 어장에서 27년 만에 245㎢에 이르는 최대 어장이 확장됐다. 또 55년 만에 야간 조업도 허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획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업인들로서는 더 많은 확대를 원하고 계신다.
그러나 서해 5도 어장은 여전히 군사 긴장 지역이기 때문에 인천시가 마음대로 확장할 수 없고 국방부 등 관련 기관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다만 향후 남북 간 긴장이 더욱 완화되고 당국 간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면 더 좋은 성과들이 있지 않을까 한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어장 확대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수산자원 감소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지만 남북관계가 좋아져 남북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된다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 시, 서해안의 화약고와 다름없는 서해 5도가 평화의 바다로 바뀌게 되고 서해5도는 바다 위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자 중심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한 어민들의 어획이 증대될 것이고 이를 통해 남북 어민 간 해상파시도 조성 가능해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서해5도 어장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고, 서해5도 어장과 공동어로구역의 자원조사 및 어장환경 개선사업 등을 통해 수산자원 감소에도 함께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11월 중국 산둥성 출장을 다녀왔는데, 백령도를 중간 기착지로 하는 산둥성~백령도~인천 관광 코스 개발도 논의했다. 중국 관광객 유입은 남북공동어로 구역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관리해야하는 한강 하구 공동이용도 어떤 변화가 있을 수 있는가.

“한강하구는 정전협정 상 자유항행이 보장되었지만 그동안 국방부와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중립수역 항행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5대 추진사업’ 중 하나로 한강하구 공동이용이 최초로 언급됐다. 그러나 이후 남북관계 악화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가 2018년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 부속문서로 합의한 ‘판문점선언 이행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한강하구를 공동이용수역으로 설정하면서 남북 간에 공동수로조사와 민간선박 항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을 합의했다. 지난 2018년 11월부터 12월까지 남북 공동으로 한강하구 공동조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만큼, 향후 남북 협력 사업 재개에 따라 더 좋은 성과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 인천은 과거엔 수산세가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산이 뒷전에 있는 것 같다. 인천의 수산업을 활성화 시킬 계획이 있는가.

“수산업의 상대적 비중이 작아진 것뿐이지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인천 연안의 해양수산 환경이 변한 것도 크다. 이것은 비단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업이 전업의 비중이 줄고 도시농업이나 가족텃밭, 교육과 체험 농업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되는 것처럼 수산업도 다양하게 분화되고 발전돼야 한다. 일반인들도 낚시나 갯벌체험에 대한 수요가 많다. 이런 일반인들의 레저 활동으로서의 수산업을 활성화하면 어업인들도 꼭 조업활동이 아니더라도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 같은 경우 갯벌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갯벌을 관광상품화 하는 일도 필요하다. 또한 농업이 생산·가공·유통을 결합한 6차 산업 형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수산업도 이러한 6차 산업 형태로 진화해 가야할 필요성이 있다. 인천시도 이러한 부분들을 잘 지원해 드리도록 하겠다”
그는 인천시 관내 수협조합장들이 “그 전에는 직접 만나기도 했는데 시장이 되고나서 잘 보지 못했다. 서운해 하는 것 같다”고 전하자 특유의 화법으로 어려움을 얘기했다. “사람들은 단체로 만난 것은 만난 것으로 안치고 둘이 개인적으로 만나야 만난 것으로 친다. 그런데 시장 자리는 정말 바쁜 자리다. 자주 만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청와대 수석, 국회의원, 인천시장 중 어느 자리가 가장 맘에 드나.

“청와대는 제한적이다. 국회의원은 전투기 조종사와 같다. 몸집이 가볍다. 하고 싶은 일을 신속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천시장 자리는 덩치가 너무 크다. 의원과 성질이 전혀 다르다. 의원은 입법기관이고 시장은 인허가권이 있는 거대 행정기관의 장이다. 시장이 시민들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 국회의원 6년 재직 때 한 번도 농해수위에 오지 않았다. 친정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인가.

“아니다. 왜 가고 싶지 않겠는가. 6년 동안 행정안전위원회에 있었는데 상임위를 당에서 배정했고 재임 때는 행안위 간사를 맡다보니 그렇게 됐다. 지역 현안 때문에 지역 요청도 있었다. 남동갑구는 민주당 깃발로 처음 당선된 곳이다. 그런 저런 이유가 작용했다”
그러면서 “해양수산부는 21년 동안 나를 키워준 곳”이라며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라고도 했다.

오후 5시30분 경, 박 시장은 “오늘 저녁에만도 6개의 약속이 있다”며 비서실에 “지금 나가야 되느냐”고 물었다. 한시가 급한데도 그는 집무실 밖 2층 난간까지 나와 “해양수산부 직원들 잘 있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전해주세요”라고 했다. 해양수산부가 눈에 밟히는 모양이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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