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는 여성 상무 1명이 고작...부장은 ‘제로’
여성 직원 올라갈 사다리 만들고 조직 문화 개선해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또 양성 평등이 완전하진 않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양성 평등에 인색한 지대가 있다. 바로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기존 관념으로 보면 남성 전유물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합원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다를 상대로 하는 수협은 말할 것도 없다. 그 틈바구니에서 여성이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농협도 마찬가지다. 수협보다는 다소 낫지만 여전히 여성에게는 ‘유리 천장’이다. 1,100여개 일선 조합 가운데 여성 조합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해수부는 여성 간부 해마다 늘어

반면 수협과 연관이 있는 해양수산부만 해도 상위 직에 여성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0년 중반 본부에 첫 여성국장이 탄생했으며 내년 초 또 여성국장 탄생이 예상된다. 수산자원과장 등 본부 과장은 물론이고 해양수산부 인사, 운영을 총괄하는 운영지원과장까지 여성이 맡고 있다. 다른 공기업, 사기업도 마찬가지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여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은 이런 현실과 거리가 멀다. 수협은행이 얼마 전 단행한 부행장 인사에는 여성이 한명도 없다. 물론 대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지금 여성의 상위직 사다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짜여 있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다.

현재 수협은행은 본부에 1명, 지점에 2명 등 3명의 여성부장이 있다. 은행은 다른 곳과 다르게 여성의 임원 진입을 확대할 수 있는 업종이다. 방카슈랑스 등 비이자 수익부분이 확대되면서 은행은 신뢰와 무형의 자산을 팔아야 하는 서비스업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성의 임원 발탁은 ‘하늘에 별 따기’다. 어디 들어갈 틈이 없다. 남성 위주의 관행 인사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쉽게 깰 수 없는 ‘유리 천장’ 앞에서 수협은행 여직원들은 마냥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은행은 중앙회에 비하면 약과다. 현재 중앙회에 여성 상무(집행 간부)가 한명 있다. 하지만 그 밑에는 절벽이다. 여성부장 한명 없고 팀장 한명이 고작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확대되고 있고 역할도 커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대기업들은 40대 여성 임원을 만들고 그것을 조직문화로 정작시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수협만 남성위주의 네트워크를 고집한다면 이것은 시대를 읽지 못하는 ‘퇴행’이다. 군대도 전략을 짜는 사령관까지 여성을 임명하는 게 지금 시대다. 3,000명 가까운 직원이 있는 수협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 수협 모습 너무 초라

해마다 수협 국정감사에서는 왜 여성 임원이나 간부 비율이 다른 데 보다 낮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잘 알겠다”는 집행부의 공허한 답변만이 언제나 감사장 허공을 가를 뿐이다. 협동은 동성 간에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 또 이뤄질 수도 없다. 서로 부족한 것을 메꾸고,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남성 못지 않게 여성 참여자들의 지지와 관심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 수협은 이제라도 여성 임원이나 간부 참여비율을 인권위나 여성가족부 권고 수준 정도까지는 높여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알겠다”는 정도가 아니고 이를 제도화시킬 수 있도록 조직의 책임자가 생각하고 결단해야 한다. 여성 직원들이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임준택 수협회장의 ‘여성 참여 비율 확대'라는 평소 소신이 연말 인사를 통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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