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방송서 연어 레시피 소개하면 광어 수요자 연어로 옮겨 가"
수협중앙회, 언론사에 협조 공문 보내 자제 요청해야

 “연어를 소개하는 신문기사나 방송 프로가 나가면 우리 어민들은 염장이 터집니다. 가뜩이나 소비가 줄고 있는데 수입산 연어를 소개하면 우리 어민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 이런 기사나 프로들이 수입산 연어나 방어를 엄청나게 홍보한다는 것을 아마 신문사나 방송국은 모를 겁니다. 신문도 던져버리고 텔레비전도 발로 차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
지난 28일 제주도에서 만난 한 광어양식업자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듯이 지금 양식어민들이 이 꼴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중파나 종편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먹방 등을 내보낸다. 또 신문에서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연어를 원료로 다양한 요리를 소개한다.

그들이 일부러 연어를 소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연어를 원료로 각종 요리를 만들면 젊은 층에서 연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먹음직스럽게 촬영한 그림만 봐도,  그것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절로 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 ‘국민 횟감’ 광어는 소리 없이 죽어간다.


지난해 연어 수입량은  3만7335t. 이는 전국 광어생산량 3만7,267톤과 비슷하다. 연어가 본격 수입 된 게 2000년 대 중반이니까 10여년 만에 이뤄낸 성장세다. 광어가 3만7천여톤을 생산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30년, 그러니까 연어는 20년을 뛰어넘은 셈이다.


이런 빠른 성장세는 방송과 신문 등이 만들어 낸 것일 수 있다는 게 양식 어업인들 생각이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한 때 연어 요리나 레시피를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한 게 사실이다. 그것도 광고도 아닌 기사나 먹방 등을 통해 소개하면 신뢰까지 더해진다. 이런 홍보 도움으로 연어는 빠르게 젊은 층을 공략하고 급기야 국민 횟감인 광어를 코앞에서 추격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광어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제주도에서 30여년간 광어 양식을 했다는 한 어업인은 “지금 광어 양식은 살아 있는 고기를 수매해 폐기 처리하는 그런 상황까지 몰려 있다”며 “무심코 돌을 던지지 말라”고 했다. “연어가 광어 수요를 잠식해 생산을 해도 제값을 못 받고 있다”며  “신문 방송도 이제 더 이상 아무 생각 없이 연어를 소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협중앙회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런 기사를 내 보내거나 방송을 하면 우리 양식 어업인들이 어떤 피해를 입을지 전혀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이 수협중앙회에 모여 있다”며 “수협중앙회는 양식어업인을 위해 최소한 신문사나 방송국에 그런 기사나 방송을 자제하는 협조 공문이라도 보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어업인들이 살아 있는 고기를 수매해 폐기하는 상황까지 왔는데 우리 광어 등을 홍보해 달라는 요청도 못하는 수협중앙회가 있으면 뭐하느냐는 것이다.

광어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젊은 층의 식생활 변화와 식품 안전성 문제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가장 대표적인 양식 어종이 광어다. 그런 광어가 퇴조를 보인다는 것은 머지않아 다른 ‘횟감’도 퇴조할 수 있다는 전조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 수산물 수입업계 관계자는 “수산물은 대체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한 수산물의 선호도가 높으면 다른 수산물의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며 “반드시 국내에서만 생산되는 것이라고 경쟁력이 있으리라 생각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제주에서 오래 동안 광어 양식을 해 온 오태곤 전한국수산업경영인전국연합회장은 “내년 광어양식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언론도 우리 국내 양식산업 보호를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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