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전망 어둡다…일선수협 전체 위기 올 수 있어”
중앙회 상호금융 예금자 보호기금 투명하게 공개해야
“내 지역에 맞는, 남이 안하는 사업 추진해 보겠다”

정승민(57세) 경기남부수협 조합장은 수협 조합장 중에서는 그래도 젊은 조합장이다. 전국 수협조합장 평균 나이는 62세. 그러니까 정 조합장은 평균보다 5살이 적은 셈이다. 젊은 탓 일까? 그는 말도 빠르고 성질도 급했다. 그는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상호금융 얘기부터 끄집어냈다. 뭔가 절실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올해 까지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지만 내년이 문제입니다. 우리 조합 수익은 97%가 상호금융에서 나옵니다. 때문에 상호금융이 위기를 맞으면 조합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대안 마련이 절실한 때 입니다”

경기남부수협은 91개 수협 중 상호금융 점포가 2번째로 많은 데다. 인천수협이 24개, 그 다음이 경기남부수협 23개소다. 그러니까 경기남부수협 수익 대부분은 상호금융에서 나온다. 의존도가 97%다. 그러나 지금 상호금융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상호금융을 얘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보다는 내년이, 내년보다는 그 다음해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조합장은 “앞으로 예상되는 난국에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 수협뿐만 아니라 일선수협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이제 정부가 규제만 강화할 게 아니라 숨통도 터줘야 한다”고 했다. 문제가 있다고 한꺼번에 이런 식으로 규제를 강화하면 예금을 받을 수도, 대출을 할 수도 없다고도 했다. “중앙회 역시 예상되는 난국에 대비해 대처방안을 철저히 마련해야 합니다. 적당히 생각하면 안 됩니다.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상호금융이 수협의 젖줄이라고 하면서 중앙회 대응이 너무 안일하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상호금융을 줄이고 다른 것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남부수협은 지난해 위판사업을 160억원 가량 했다. 여수신금이 1조3,000억원 수준이니까 경제사업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경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 수준. 게다가 장 조합장은 위판수수료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다. “조합이 위판수수료를 4.5% 받고 있는데 이는 조합원의 살을 깎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위판도 좋지만 조합원 돈으로 조합을 꾸려 가는 게 영 마뜩치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생각하고 있는 게 가공사업 진출이다. 어민들이 잡아 온 수산물을 부가가치를 높여 팔아보겠다는 것이다. 새 길을 가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길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우선 그가 11월 착공키로 한 김 가공센터는 경기남부수협의 최대 경제사업이다. 경기도 화성시 궁평리 에코팜랜드 내 2만1천767㎡ 규모로 조성되는 이 가공센터는 정부보조금 135억 원 등 150억 원이 투입된다. 그는 이곳을 김 생산, 가공, 체험학습 프로그램 운영 등을 아우르는 식품산업 거점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상호금융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조합 수익이 다각화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볼 생각입니다”
그는 또 “조합원 소득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경기남부수협은 어촌계가 36개다. 또 어촌계마다 각기 업종이 다르다. 어선어업, 유어선, 내수면, 새우 등 민물양식, 자망, 통발, 김 양식, 호패어업 등 어촌계 수만큼 업종이 다양하다. 그는 이런 다양성을 특화해 볼 생각이다. 자기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내 지역에 맞는, 남이 안하는 사업을 추진해 보겠다”고 했다.

또 나이 드신 조합원들을 앞으로 어떻게 대우해 줄지도 그의 관심사다. 어촌의 현안 중 하나가 고령화다. 그는 “나이 드신 조합원들이 조합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대우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 드신 조합원들과 젊은 조합원들이 같이 협동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보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노소 막론하고 모든 조합원들을 동등하게 주인으로 모시겠다는 생각에서다. “현재 관할 사업장 내 어업인의 대다수가 70대 안팎의 고령으로, 이들에게 남은 어업 종사 기간은 채 10년도 되지 않는다”며 “공동어장이나 체험어장 운영 등 어촌 내 사업을 다각화한다면 이 들도 편리하고 윤택한 어업활동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촌계장들의 의견을 구하는 단계다”고 했다.

정 조합장은 당초에는 농사를 주업으로 한 전업농이었다. 1977년 서울대농업생명과학대학 최고농업경영자 과정을 수료했으며 궁평리 이장 6년, 서신농협 이사직을 4년 간 맡았다. 농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러다 농업 보다 어업 소득이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 아래 어업을 전업으로 택했다. 그 후 궁평리 어촌계장 4년, 경기남부수협 대의원 2년, 궁평항 수산물 직판장 감사 6년. 경기남부수협 비상임 감사로 6년을 보냈다. 정직함과 타고난 근면이 20년 가까이 그를 조합의 주요 자리에 앉게 했다. 그리고 지난 3월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조합장에 당선됐다. 그는 조합장 선거 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합원 애로 사항을 함께 하고자 조합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작지만 강한 수협, 보여주기 식 성장이 아닌 내실이 튼튼한 알찬 경기남부수협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그가 강조하고 있는 유휴어장 활용 역시 이런 선거 공약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시화, 화옹지구의 방파제 내측 일부 유휴 어장을 어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정면허’를 해달라고 했다. 어민들이 그 어장을 활용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데 앞으로 문제가 발생할까봐 어장을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선박도 15년 되면 무조건 폐선하라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배 안에 장착돼 있는 부품들이 충분히 쓸 수 있어 선박검사기관에서도 안전성을 보장한다면 배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조합장은 중앙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조합은 여신이 1조3천억원 가량 된다. 중앙회에 내는 예금자 보호기금만 지난해 29억원이었다”며 “그런데 우리는 이 기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중앙회가 1년에 한번 결산이라도 해서 기금을 낸 조합에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기금이 차면 줄일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예금자보호기금 위원회 구성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조합장이 이 위원회에 들어가 있겠지만 더 많은 조합장이 참여해야 하고, 특히 기금을 많이 낸 조합장이 참여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했다. 1억원을 기금으로 낸 조합장과 몇십억원을 낸 조합장은 기금 운용에 있어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의롭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겠으며 △법과 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겠으며 △조합원이 우선되는 일이 아니면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것은 지난번 조합장 선거 때 그의 선거공보에 나와 있는 공약이다. 정의, 공정이 시대의 화두가 되기 전에 이미 그는 조합원 들에게 이런 선거 공약을 제시했다. ‘정직’과 ‘패기’로 상징되는 그가 성장해 전임 조합장 두 사람이 두드리다 열지 못한 ‘수협중앙회장’ 문을 열지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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