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6주년 기념 특별기고/ 김현용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장

<어업은 어민·선원, 어촌, 어장(자원), 어선, 시장, 제도 모두의 합작품 : 그래도 안전이 제일 중요>

어업은 자연에서 주어지는 수산자원을 활용하는 지극히 원천적인 생산 그 자체의 활동이다. 이 원천적인 생산활동이 있음으로 인해 어선건조, 기자재 제작, 어망/로프 제작 등 어업이 가능하도록 밀어주는 전방관련산업이 존재할 수 있고, 수산물을 활용하는 유통·가공과 판매하는 후방연관산업이 따라 올 수 있다.

이처럼 어업은 그 혼자만의 잔치가 아니라 전후방 연관산업 모두를 가능케 하는 원천이 된다. 어업과 수산자원은 자연이 인간에 주는 혜택이지만, 자연은 인간의 노력 없이 그저 주지는 않는다. 어선이라는 자본과 선원이라는 노동력이 동원돼야 인간의 소유로 비로소 허락한다.

어업이라는 원천적인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경영주로서의 어업인, 협조 노동력으로서의 어선원, 어업인과 선원이 더불어 살고 어업을 준비하는 터전인 어촌, 자원을 제공해주는 어장, 그 위를 종횡하며 자연이 주는 수산자원을 채포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자본으로서의 어선이 필요하다.

경제학에서 예전부터 말해오던 생산의 3요소인 노동, 토지, 자본이다. 기본요소인 노동에는 선원이 대치되고, 토지는 어장, 자본은 기술로서 어선이 대칭을 이룬다. 이외에도 잡은 자원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기능 장소로서의 시장이 있고, 이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시스템으로서의 제도가 있다.

이 모두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래도 인간의 노력과 자본이 동시에 펼쳐지도록 실질적 장소를 제공하는 어선은 가장 중요한 어업의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선은 어로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장소이자 선원의 안전을 지켜주는 그 자체이다.

이러한 어선의 안전을 위해 국가는 엄격한 어선검사제도를 두고 있다. 선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여 꼭 필요한 제도지만, 너무 엄격하여 어업인이 오히려 많이 불편해 할 지경이다. 소중한 어선검사제도의 한계점을 살펴보고, 개선방향을 찾고자 한다.

<해양사고 현황>

해양사고는 해양 및 내수면에서 선박의 구조, 설비, 운용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사고를 의미한다. 해양사고의 종류는 충돌, 접촉, 좌초, 화재·폭발, 침몰, 기관손상, 추진축계 손상, 조타장치 손상, 인명사상, 안전저해, 운항저해, 행방불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어선세력은 2008년 80,766척에서 2017년 66,736척으로 17.3%가 감소하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어선의 해양사고는 773건에서 1,788건으로 131% 증가하였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어선검사가 대폭 강화되었음에도 어선사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어선검사와 직접 관련이 높은 기관손상으로 인한 해양사고 발생건수는 2008년 390건에서 2017년 557건으로 42% 증가하였다. 전체 해양사고 발생 증가율 131%에 비해 기관손상을 원인으로 하는 사고는 42%로 전체 사고 증가율의 1/3에도 못미치고 있다. 원인별 사고 비율에서 기관손상은 2.9% (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분 기준, ’08, ’13, ’17년 3개년

평균)이고 운항과실, 취급부주의, 기타 원인으로 인한 사고율은 97.1%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인적과실에 의한 사고가 85%를 차지하여 기술보다는 운항실수 등을 줄여야 진정한 어선안전을 담보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어선검사제도 들여다 보기>

1996년부터 그 동안 이원화되어 있던 어선과 일반선박(여객선, 상선 등)에 대한 선박검사제를 통합하여 운영하였다. 1996년 이전에는 어선검사의 경우 수산청이, 일반선박에 대한 검사는 해운항만청이 실시하고 있었다.

1996년 해양수산부의 출범과 함께 「선박안전법」을 개정하여 어선과 일반선박의 검사기준을 통폐합하고, 어선검사기준을 일반선박과 동일하게 적용하게 되었다.

어선과 일반선박에 대한 검사제도가 통폐합됨으로써 일반선박 검사기준을 어선검사에 적용하여 일반선박 수준으로 검사가 강화되었다.특히, 2014년 4월의 세월호 사건 이후, 어선에 대한 정기검사, 중간검사 등이 더욱 강화되었다.

어선검사는 어업인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검사다. 소형어선에 대한 검사제도는 규제가 아니라 어선 및 어업인의 안전성, 국민 복지의 향상과 신기술 발전의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어선감사는 어업인의 안전을 담보하므로 강화가 필요하지만, 검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중첩되는 정기검사, 중간검사 항목에 대한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어선종합검사제’의 신설이 필요하다. 자동차종합검사와 같이 정기 및 중간검사를 통합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어선운항의 안전성에 관한 핵심 검사를 위주로 실시하여 검사기간 및 비용 단축 등 어업인의 경제적 손실을 감소시키면서 실질적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어선의 선형 및 어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어선과 일반선박의 검사제도를 분리해야 한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어선검사는 일반선박의 검사 기준을 적용하고, 어업과 어선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어선은 10톤 미만 소형선이 84.4%에 달하고, 많은 여객을 운송하며 승객을 보호해야하는 항행위주의 일반 선박과는 달리 선원의 작업인 조업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어선이다. 항행보다는 조업중 발생하는 사고가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이 어선이다.

셋째, 기관개방 검사를 축소하고, 운항과실 및 취급주주의와 관련된 선체 안전검사를 중심으로 검사를 실시하여 어선의 안전성과 어업인 편익을 도모해야 한다. 기관검사시 전면개방을 일부개방으로 변경하고, 선체안전과 관련된 핵심검사에 더 힘을 솟을 필요가 있다. 기관손상을 원인으로 하는 사고가 3%이하일 정도로 기관의 제조기술 발전으로 기관 손상율은 매우 낮아졌다. 기타 선체 안전검사를 중심으로 어선검사를 실시할 기술수준이 되었다.

넷째, 어업인의 편익확보와 어선안전 담보의 균형을 통한 실효적인 어선검사를 위해 선박감사원의 증원과 지역별 어선수리소의 활용이 필요하다. 어선검사시 검사원의 인력한계로 인해 1척의 어선에 대한 검사는 평균 6일이 소요되고 있다. 세월호 이후 강화된 검사체계 하에서 2017년만 기준으로 보면, 선박검사원 1인당 검사실적은 692척으로 껑충 뛴다. 검사기간의 단축을 위해서는 지역별 조선소 126개와, 수협중앙회가 연계하고 있는 270개의 지정어선수리소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어선검사시 발생하는 소요비용과 더불어 과도한 소요기간으로 인해 조업기간이 단축된 어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섯째, 사회적 약자인 영세어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어선검사 비용에 대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어선검사 비용은 500만원에서 6,000만원이 소요되어 영세어업인에게는 조업기간 단축과 함께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상남도에서는 영세어업인들의 경영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안전조업분야인 기관개방검사비 지원, 노후기과 대체, 어업용기자재 이동수리소 운영 등에 47억원의 예산을 배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종합검사에서는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해 30∼100%의 수수료 면제를 실시하고 있다. 어선검사에서도 20톤 미만의 소형어선에 대해 정부차원의 검사비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발달에 따라 기관손상 등 기술적 사고원인은 줄어들고 인적과실의 비율이 높아지는 시대인 만큼, 어선검사 체제의 합리적인 정비와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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