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6주년 기념 특별대담/ 양창호 KMI원장
“수협 이익의 일부 ‘쉬핑 커뮤니티’ 유지하는 데 사용돼야”

미래수산업 핵심인력 생물학적 지식 ·데이터 분석 소유자로
연구원 핵심은 연구보고서…연구 방향성 잘 아는 사람 필요


 
해양수산개발원(KMI)의 양창호 원장은 8월29일 3년간의 임기를 마친다.KMI는 우리나라 최고의 해양수산정책연구기관. 양 원장은 이곳에서 35년간 근무하다가 인천대에서 9년 가까이 교수로 재직했다. 그리고 3년간 KMI를 이끌었다. 해양수산 연구계의 산증인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그런 그가 본 우리 수산의 문제는 뭘까. 그리고 우리 수산업이 앞으로 희망이 있는지 등을 물어 보기 위해 서초동 외교센터에서 양 원장을 만났다. 외교연구센터에는 경제 ·인문사회연구기관 회의실 등이 마련돼 있다.
 

-원장 취임한 지 벌써 3년이 다 돼 간다.
“일을 많이 벌여서 인지 3년을 했는데 5년 정도 한 것 같다. 그 안(KMI)에 있을 땐 몰랐는데 대학교수로 밖에 나와서 보니까 KMI 방향성 등이 보였다. 한 달 만에 조직 개편, 인사평가제도 등을 바꿨고 그 기조대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1년에 한 두건 쓰던 연구보고를 현안보고로 바꿨고 연구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노력했다”

-수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 가.
“옛날에는 그냥 단순히 해운과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해양수산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수산하면 단순히 고기를 잡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촌의 문제까지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인구소멸지역의 80%가 어촌지역이다. 어촌이라는 사회를 유지시키는 가치는 고기 몇 마리 잡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대로 아무런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산업을 단순히 업종으로 볼 게 아니라 ‘쉬핑 커뮤니티’를 유지시키는 방법으로, 또 어촌을 유지하는 기본업으로 봐야 한다. 어업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어촌을 유지시키는 데 얻는 사회적 가치가 더 클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협이 경제 사회적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수협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경제적 이익만을 쫒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익의 일부가 ‘쉬핑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 어촌에 수협만한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수협에서 창출되는 이익의 일부가 어업인들의 소득 향상을 위한 사업, 공공 · 의료서비스에 들어가야 한다.
또 많은 사회적 기업이 양성돼야 하고 사회적 기업이 수산업과 어촌을 유지시키도록 해야 한다. 간척을 못하게 하거나 어족자원을 회복하는 일 등은 단순히 수산업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농촌은 사회적 기업이 많은 데 어촌은 없다. 어촌을 유지시키는 노력을 이제 어업인들 스스로가 해야 한다”

-지금 수산분야에 필요한 게 뭔가.
“수산분야는 인프라 및 R&D 투자가 절실하다. 급증하는 수산물 수요에 대응하고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정책 전환과 양식 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특히 노르웨이 등 선진국과 같이 스마트 양식 등 양식업 첨단화 및 규모화가 절실하다”

 -모든 산업이 4차 산업과 연결돼 있다. 수산업 역시 4차 산업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4차 산업과 어떤 연계가 가능하며 그것이 수산인들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수산업의 근본은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경제적 · 생태환경적 생산, 위생적 생산이 4차 산업 혁명기술과 연계되면서 진일보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산업은 기후변화, 글로벌화, 친환경소비 확산 대응 방법으로 신기술 활용이 증가할 것이다. 자연환경에 의존적인 수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은 생산 환경은 데이터 기반의 예측력 향상으로 자원관리형 어업이 가능해 질 것이다”

그는 “노동환경이 취약하고, 위험성이 높은 어선어업의 작업환경은 자동화 기술의 보급으로 어선원의 안전도가 높아져 직업매력도가 상승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재 여건으론 낯선 얘기가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희망을 얘기했다. 그는 “여기에 태풍, 적조 등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의 예측 정확성이 향상되면서 양식장의 피해도 최소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래 수산업의 핵심 인력은 생물학적 지식과 데이터 분석 지식을 갖는 융합형 인재들로 채워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수산업이 갖는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예측 가능한 산업으로의 육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어촌 뉴딜 300’이 어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촌 뉴딜 300’은 해양수산부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이다. 어촌 주민들의 소득 향상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찾아내서 사업화하라는 것, 사업화하면 사업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도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이 일은 어촌어항공단 등 실행기관이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에게 맡기고 있다. 지자체에서 일자리를 만들거나 사업 시발점은 되겠지만 지자체에서 100억~200억원을 풀다보면 비슷한 것만 만들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면 그걸 할 수 있는 사람한테 지원하고 해보라고 시키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다. 민자 개념을 확대하고 수요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우선 샘플로 몇 개만 해야 리스크도 줄이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대안을 파악할 수 있다. 일률적으로 지원하면 지자체에서 감당할 시스템도 없고 연구용역도 없어서 진행이 안 될 수도 있다. 과연 수산업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년 수산전망대회를 개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솔직히 외화내빈 같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KMI 해양수산전망대회'가 2009년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로 11년차로 접어든다. 어업을 경영하는 이들이 올 한해 어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을 가늠할 수 있도록 국내외 경제, 해양수산 동향에 대한 진단과 전망, 정책현안을 공유하는 해양수산부문 최대의 연례행사다. 그러나 지적하신대로 외화내빈의 행사라는 비판도 있고, 개선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를 개선하고자 올해는 4월부터 원내에 ?2020 해양수산전망 TF?를 구성해 신규 전망지표 발굴, 발표의 질적 개선, 중장기 해양수산 정책방향 제시 등 전망대회 내실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또 “작년에 ‘경제산업연구실’을 신설해 해양수산 전망모형 구축, 산업규모 추계를 위한 해양수산 위성계정 도입, 해양수산 구조분석 및 기업 모니터링(BSI) 등도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런 기초연구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것들”이라며 이 대회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1~2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정부, 업계의 기대에 더 부응하도록 해양수산 전망대회의 청사진을 다시 그리는 노력을 하겠다”며 “관심을 갖고 좀 더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KMI 원장 자리를 놓고 벌써 물 밑에선 샅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서 원장 얘기를 슬그머니 끄집어냈다.
-차기 원장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해양수산부도 마찬가지이지만 KMI도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 항만도 전혀 다른 분야이고, 수산은 말할 것도 없고 해양도 다양한 분야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야하기 때문에 특정한 한 분야에서 연구했던 분들은 업무를 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KMI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던 분들이 원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융복합시대에 맞는 연구원장을 데려와야 한다”

그는 “어떤 분들은 연구원도 행정인데 행정을 잘 아는 사람이 와야 하는가 하는 말도 하는데 연구원의 핵심은 연구보고서”라며 “헤드라고 하는 사람들은 연구의 방향성을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연구에 식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장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장이 교체되는 기간에 원장이 누가 될 건가. 누가 오네.  누구에게 줄을 서야 하나. 이 같은 이유 때문에  6개월을 버린다”고 했다. 그는 “아까운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가급적 인사 얘기는 피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뒤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했다. 어느 원장보다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임기를 앞둔 지금 KMI를 어떻게 보고 있는 지 궁금하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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