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오픈 한지 6개월 만에 완전 폐쇄...3년 만에 20억원 손실 "책임지는 사람없다"
해수부도 강 건너 불 보듯...“‘신이 부러워 하는 직장’인가 ‘감사의 사각지대인가’”
돈 먹는 하마처럼 보였던 고양 덕이점 바다마트가 개장 3년 여만에 완전 폐쇄됐다.
지난 6일 오전 11시, 덕이점 마트 유리창에는 “당점은 2018년 12월31일까지 영업 후 2019년 1월1일부로 영업 종료되었습니다”는 안내판이 미세먼지와 섞여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붙어 있었다. 바다마트 문을 닫았으면 문을 닫았다고 알리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이 마트는 소리 소문도 없이 지난해 말 숨을 거둔 것이다. 문상객이 하나도 없는 상가(喪家)처럼. 어쩌다 이렇게 됐을 까.
“개장부터 싹이 노란 점포”
“개장부터 싹이 노랬습니다. 어떻게 이런 계약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노예 계약도 이보다는 나을 것입니다”2015년 12월, 그러니까 3년전 쯤 일산 덕이점 수협바다마트를 개장했을 때 나온 얘기다.
덕이점은 수협유통이 2015년 11월 17여억원을 들여 개장했다.
이 점포는 고양시 덕이동에 530여평을 10년간 임차키로 하고 임대보증금 10억원에 시설비만 7억여원을 들여 만들었다. 매월 2,75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4년 후부터는 매년 평균 10%를 올려주기로 했다.
장사가 잘 되면 계약기간이 끝난 뒤 임대인과 다시 임대료 협상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 계약에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도 아닌데 덜컥 4년 후부터는 10%를 올려주기로 한 것이다.
“아무리 장사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해도 이런 계약을 난 본적이 없습니다” 당시 이 사업을 감사했던 한 고위 관계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 점포는 개장 1년 만에 재임대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1년도 안 돼 재임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수협 경영진의 판단 미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엉터리라는 말 이외에는 다른 말을 찾기가 어렵다.
2016년 12월, 그러니까 임대를 한 지 딱 1년 째 되던 달, 수협은 재임대 방식으로 식자재업자에게 보증금 2억원에 월3,000만원을 받고 재임대했다. 늘어나는 손실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협이 냈던 10억원 보증금은 1년 사이에 80%가 깍였다. 몇 년 간 영업을 하다 이런 일이 생겼다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고작 1년 만에 10억원 짜리가 2억짜리로 변해 버린 것이다. 1년 만에 시설비 7억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시설비가 들지 않아 그 나마 계약을 한 이 업체마저 2018년 4월, 그러니까 임차를 한지 1년4개월 만에 부도로 넘어지면서 이 점포는 폐장 위기를 맞는다. 새 임차인을 구했지만 아무도 임차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잘못하면 책임 문제가 중앙회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돼 가고 있었다.
2018년 6월8일, 수협은 휴장 두 달만에 이 점포를 다시 연다. 장사가 될 가능성보다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는 것이 주변 상가들의 얘기였지만 수협은 꾸역꾸역 가게를 열었다.
“문을 닫고 있으면 뭔가 결론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점포는 결론을 낼 수도 없었고, 결론을 낼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문을 닫고 있으면 책임 추궁을 할 수 있지만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데에는 책임 추궁을 하기 어렵습니다. 문을 열고 손해를 보는 게 오히려 책임에서 좀 더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전수협 경제파트 임원의 분석대로 적자가 개선될 상황이 아니면 접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도 문을 닫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지적을 의식해 적자를 감수하면서 문을 연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왔다.
손해 날 줄 알면서 재오픈
그러나 수협은 이 가게에 다시 물건을 들이고 특판 형식의 장사를 시작했다. 간판만 바다마트지 내용은 과일 특판 등 농협 하나로 마트나 다름 없었다. 당시 마트 사장이 농협 유통 출신이었던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잡화 위주의 마트가 돼 버린 이 덕이점 마트는 주말 반짝 몇백만원을 파는 게 고작이었다. 평일 낮에는 마트에서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다. 한 외식업계 대표는 “이곳에 분점을 내보려고 점포에 갔는데 20분간 3명의 손님만이 왔다가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3년 간 손해를 본 금액만도 줄잡아 20억원(추정). 게다가 임대인과 협의가 잘 안 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손해가 더 늘어날지 모른다. 계약이 잘못됐다고 설령 재판을 한다 해도 오히려 재판 비용만 날려 손해가 더 커질수도 있다. 계약서를 그렇게 작성해 놓고 어려우니까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겠다면 하면 법원이 이를 인정해 줄 리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다
그런데도 이 마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윗선에서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당시 이 가게를 계약했던 수협유통 대표, 이 마트 개설 때 중심에 있던 수협중앙회 임원은 책임을 묻지 않고 수협유통의 별급 3명, 1급 2명, 3급 1명에 대해서만 감봉 등 징계를 물었을 뿐 책임을 지는 사람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다.해양수산부 역시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수협을 지도감독하는 게 해양수산부 아니냐.그러면 해양수산부가 이런 내용을 감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는 그냥 허공에 부서진다.
‘신이 부러워 하는 직장’인가 ‘감사의 사각지대인가’ 하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잘잘못을 가려 구상권을 행사하던지, 합당한 벌을 주던지 뭔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3년 만에 20억원 씩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면 어업인들의 복지와 경제적 혜택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지 궁금하다. <문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