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칼럼/ 문영주 편집국장,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돈 선거 얘기 나온다”

 
수협중앙회장 선거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수협중앙회장 자리는 어업인 13만여명, 직원만 3,000여명 (수협은행 포함), 사업비 규모가 3조5,000억원에다 전국 91개 조합을 회원조합으로 가지고 있는 막강한 중앙회 수장 자리다. 이 자리는 정치권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어업인을 대표하는 데다 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장 선거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회장 후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 지 전혀 노출이 안 된다. 후보들은 잠행하듯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표를 가진 조합장들을 만나는 게 전부다. "난 회장이 돼 앞으로 이런 일을 하겠다"는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출마의 변이 고작이다.

최근 SNS가 발달해 일부 후보는 자기 홍보를 위해 홍보물을 만들어 돌리기도 하지만 내용은 빈약하다. 수협의 설립 목적처럼 어업인들의 경제적 · 지위향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어업인들도 어떤 사람이 회장 후보인지, 어떤 자질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데도 ‘깜깜이’다. 어업인을 대표해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조합장이 우리를 대신해 제대로 된 회장을 뽑는 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이러다 보니 중앙회장 선거는 중앙회장 투표권을 가진 ‘그들만의 리그’다. 민주주의 사회의 필요조건인 ‘알 권리’ 가 완전 무시된 선거다.

그 이유는 선거법 때문이다. 너무 불법, 부정선거를 의식하다 보니 다른 선거운동을 하기 어렵게 돼 있다. 후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13일 동안 조합장을 만나거나 공개적인 자리에 나와 명함을 돌리거나 핸드폰으로 홍보물을 전달하는 게 고작이다. 명함을 돌린다는 규정도 사실은 의미가 없다. 후보를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에게나 명함을 주지 이미 조합장들이 후보들을 다 알고 있는 데 명함을 줄 필요가 없다. 물론 문호가 열려 있으니까 조합장 출신이 아닌 외부 사람이 수협회장에 출마할 경우 명함을 줄 수 있지만 현행 선거법상 이렇게 무모하게 회장에 도전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투표 당일 조합장들 앞에서 10분 이내에서 소견발표를 하는 게 전부다. 그것도 자기 얘기만 하고 끝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수협중앙회 전 임원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회장을 뽑는 선거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돈 선거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이런 선거를 하다 보니 선거 후 선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임원 등 주요 자리를 나눠 가지며 이미 퇴직한 사람들이 다시 중앙회 요직을 맡는 퇴행의 길을 가고 있다”고도 했다.

한 중앙회 간부는 “열심히 해 봤자 선거 끝나면 외부에서 다시 들어와 요직을 맏는데 누가 열심히 하겠느냐”며 “중앙회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열심히 일을 하지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 제도를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후보들이 잠행하지 않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지질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공개적인 자리로 불러내야 한다. 회장을 뽑는 투표인도 확대해 그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질을 검증받지 않으면 회장이 될 수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92명(회장 포함)이니까 50명만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해 50명을 확보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쓰게 해선 안 된다. 돈으로 매수해 봤자 아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돈도 안 쓰고 투표자들도 냉정하게 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비전을 가진 새로운 지도자가 나올 수가 있다. 돈이 없으면 정말 능력이 있어도  회장이 될 수 없는 건 수협의 불행뿐만 아니라 수산계 전체의 불행이다. 표의 등가성도 문제다. 만명이 있는 조합도 1표이고 몇십명도 안 되는 조합도 한표라면 이건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난다.

설령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해도 최소한 투표자들 앞에서 상대적인 비교가 가능한 정도의 공개 토론이리도 하도록 해야 한다. 또 조합원들이 회장감이 아닌데 뽑았다며 조합장을 닦달할 정도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조합장들도 제대로 된 회장을 뽑을 것 아닌가. ‘깜깜이’ 회장 선거가 눈앞인데 지금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게 너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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