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바다 표층수온 50년 동안 1.23℃ 상승
같은 기간 0.48℃ 상승한 전 세계 수온의 약 2.6배

 
 
 
2018년도는 참으로 변화무쌍한 날씨였다. 연 초부터 몰아친 한파는 지난 30년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혹한이었다. 1월 26일 당시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를 찍어 체감온도는 더 떨어졌고, 한강 하구를 비롯해 서해 바다 일부는 마치 북극에 온 것처럼 바닷물이 얼어붙는 광경이 펼쳐졌다. 얼마나 추웠으면 ‘서베리아(서울+시베리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번엔 더위가 문제였다. 8월의 더위가 중동에서나 있을 법한 40℃를 넘긴 것이다. 8월 1일 홍천군의 기온이 41℃까지 올라 기상관측사상 최고의 온도를 기록했다. 장기간의 폭염과 무더위로 바다도 끓어오르기 시작해 한반도 일부 해역에서는 표층수온이 30℃를 넘는 곳이 속속 나타났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연 상태의 물고기는 이상수온이 닥치면 수온을 피해 달아날 수 있지만 양식되는 물고기는 피할 곳이 없다. 그래서일까? 올해 자연재해로 발생한 수산피해는 컸다. 수산과학원에서 제공하는 수온예측 정보, 특보발령, 그리고 해수부, 수산과학원, 지자체가 연계해 선제적인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한파에 의한 피해금액이 약 100억원, 여름철 폭염에 의한 고수온으로 발생한 피해가 약 600억원이 발생했다. 
 
이렇게 예전과 같지 않은 날씨와 바다의 이상 현상들을 우리는 이상기후라 부른다. 기후란 매일매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기현상을 의미하는 날씨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종합해 평균한 것을 말하고, 따라서 이상기후란 평상시의 기후와 다른 상태를 의미한다. 올해 우리나라에 찾아온 강력한 한파와 저수온, 그리고 여름철의 살인적인 폭염과 고수온이 바로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상기후의 원인은 화산폭발, 태양활동 변화와 같은 지구 내·외부의 자연적 요인뿐만 아니라 인간활동에 의해 대기 중에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인위적인 요인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근래에 이상기후를 얘기할 때는 주로 인위적 요인에 의해 야기된 전 지구적 대기·해양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961년부터 정기적으로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해양조사를 수행하여, 50년 동안 우리나라 바다의 표층수온이 1.23℃ 상승한 것을 밝혀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0.48℃ 상승한 전 세계 수온의 약 2.6배에 해당하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로는 추세나 경향을 봐왔던 수온의 연평균 값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예외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즉, 겨울철에는 평년보다 낮은 저수온이 빈번히 발생하고, 여름철에는 고수온 발생과 기간이 증가하는 등 기후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역대급’, ‘역사상’이란 수식어가 자주 붙고 있다. 
 
여름철 한반도 주변의 수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 경향과 일치하지만 겨울철 수온이 이처럼 낮아지는 것은 북극 지역의 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북극증폭’현상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2018년 2월에는 북극 일부 지역 온도가 평년보다 무려 30℃ 이상 높았고, 이런 이상고온 현상이 약 60시간이나 지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와 같은 북극의 급속한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를 감싸고 회전하는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우리나라가 포함된 중위도 지역까지 북극의 한기가 내려왔고, 이에 한반도 주변의 표층수온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8월 중위도 지역의 제트기류는 평년보다 약화되고 속도가 느려져 대기가 정체되면서 여기에 강한 일사량 증가로 열이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최악의 폭염이 발생했다. 2018년을 비롯한 근래 수 년 간의 이상기후는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가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 수온변화에 대한 2100년까지의 시나리오별 예측연구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 없이 배출되는 상황을 설정할 시 한반도 표층수온이 3~5℃상승되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주요 어종인 살오징어와 고등어의 산란장 변동을 예측한 결과, 살오징어의 경우, 2100년 가을계군의 산란장이 감소한 대신 겨울계군의 산란장은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등어는 기후변화에 의한 수온상승으로 전 연안에서의 산란장이 확대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어획량이 급감한 명태와 같은 찬물에 사는 냉수성 어종은 산란장이 축소되거나 지금보다 더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양식산업 또한 수온상승으로 인해 우리나라 대표 양식어종인 넙치의 경우, 양식생산량의 60%를 제주도가 차지하고 있는데 2040년대가 되면 제주도는 더 이상 넙치 양식의 적합지역이 아닌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같이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이상기후 및 관련 현상들을 나열하자면 우선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겨울철 한파와 저수온, 여름철 폭염과 고수온 등이 빈번히 그리고 장기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표층수온의 상승으로 저층의 찬물과 강한 성층이 생겨 발생하는 산소부족물덩어리 발생기간도 점차 장기화 될 것이며, 고수온과 환경오염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바닷속 갯녹음이 발생하여 지금보다 바다사막화가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또한 IPCC 보고서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구 온난화에 의해 태풍의 강도가 점점 강해져서 더욱 큰 피해를 줄 것이며,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지역의 침수피해 발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해수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로 해양산성화가 촉진되고, 적조 및 해파리 등 대량발생 뿐만 아니라 아열대성 유해생물의 출현빈도가 높아지고 그 피해도 커질 것이다. 
 
이러한 이상기후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은 전국 연안에 실시간 수온 관측시스템을 설치하여 상시적으로 인터넷, 앱, SMS 메세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고수온·저수온과 같은 이상수온 발생시 대응반을 운영하여 관련 실시간 현황 정보를 신속히 배포하고, 필요시 주의보·경보와 같은 특보를 발령하며, 해양수산부·지자체 등과 협력하여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더불어 수치모델 기반의 예측시스템을 구축하여 이상기후 발생을 미리 예측하고 관련 정보를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상기후 대응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바다를 더욱 촘촘히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실시간 관측시스템을 확충하고, 수치모델뿐만 아니라 빅데이터?AI 기법을 추가해 이상기후 예측 역량을 향상시키며, 이렇게 생산된 실시간 및 예측정보의 신속한 전파 체계를 구축하는 등 기존의 해양환경 모니터링과 예측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영향을 고려한 체계적인 정책수립을 지원할 것이다. 변화된 기후에 적합한 목표어종 또는 양식어종으로 전환, 기후변화를 고려한 해양환경 개선 및 관리(폐어구 수거, 바다 숲·바다목장 조성, 종자 방류 등) 추진, 조업·양식 시기 및 구역 변경, 수산재해를 대비한 시설개선, 어종별 금어기 조정 및 신설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하는데 앞장서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이상기후에 의한 우리나라 수산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수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이상기후 발생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의 현실이 되어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직시하여 지금 당장 체계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서장우 국립수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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