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만 20억여원…운영하겠다는 건지 망해 먹겠다는 건지
한달 4,000여만원 적자…한 시간 동안 고작 10명도 안 오는데
계약도 상식 이하, 처리도 상식 이하…모든 사람들 혀 차

 
 
지난 18일 오전 11시30분 경,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에 자리 잡고 있는 바다마트 고양 덕이점, 건물 앞에는 “신선한 수산물 수협바다마트”라는 큰 간판 아래 “세상의 모든 과일! 과일장터가 수협바다마트와 함께 합니다”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겉보기엔 제법 그럴듯했다. 그러나 300평 가까운 매장 안에는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계산원 한명과 앞치마를 두른 수산물 판매원, 물건을 정리하는 알바생 같은 청년 한명 등 3명만이 넓은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기자가 사진을 찍어도 누구하나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계산원은 무료한 듯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며 앞치마를 두른 수산물 판매원만 무슨 일인지 매장을 분주히 왔다 갔다 했다. 
한 10여분 쯤 지나니까 한 손님이 포도 상자를 계산서에 올려놨다. 매장에서 처음 보는 손님이었다. 손님 인기척은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점포를 왔다 갔다 하는 한 점포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데 괜찮습니까” 그는 이상한 듯이 위아래를 쳐다봤다. 경계의 눈빛이 역력했다. “누구시죠?” “아. 내가 이 점포를 얻어 장사를 해 볼까해서요” 
“뭘 하실려고요. 어떤 가게를?” 
“이런 마트요” 
“마트를…, 이렇게 크게요”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기자를 쳐다봤다. 
“하루에 300만원 어치는 팔리나요?” 
“많이 팔릴 때가 있긴 하지만…그저 그래요”
그러면서 다시한번 기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미쳤군요” 하는 얘기가 목구멍까지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 
 
이 바다마트는 수협유통이 2015년 11월 17억원을 들여 개장한 마트다. 수협유통이 수협중앙회와 협의를 거쳐 고양시 덕이동에 있는 점포 530여평을 10년간 임차키로 하고 임대보증금 10억원에 시설비만 7억여원을 들여 만든 곳이다. 매월 임대료로 2,750만원을 내고 4년 후부터는 매년 평균 10% 가량을 추가로 올려주기로 했다. 장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런 계약을 했다는 게 상식적으론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의혹이 뒤따랐다. 
그러나 수협은 이 마트를 개장한 지 1년도 안 돼 적자가 계속되자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수협의 재임대 검토는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설비 7억원은 이미 공중에 뜬 돈이 돼버렸다. 임대한 것을 다시 임대하는 전대를 결정한 뒤 수협은 식자재업체와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 2억원에 월 3,000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2025년까지 9년 간 이 매장을 임대했다. 수협이 10억원의 보증금을 주고 시설비 7억원을 들여 임대한 점포를 불과 1년여만에 시설비는 날려버리고 보증금 3억원에 임대를 준 것이다. 간단히 계산해도 시설비에, 보증금 이자 비용만 해도 1년 만에 손실이 10억원 가량됐다. 그러나 식자재 업체도 불과 몇 달을 못 버티고 손을 들었다. 인근 10여군데 부동산에 매장을 내 놨으나 살 사람이 없는, 그야말로 장사를 하기 어려운 매장였기 때문이다. 
당시 근처 유통 관계자는 “지금 상태라면 1년도 안 돼 보증금을 날리고 시설비 회수는 고사하고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수협은 2016년 11월 소사장제를 도입, 점포를 다시 운영했다. 그러나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수협은 한 때 이 점포를 폐쇄했다. 3,000만원 가까운 임대료가 나가는 점포엔 폐가처럼 천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다 수협은 몇 달 전 매장을 다시 열었다. 특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냥 놔두면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길 거니까 일단 손해가 나더라도 문을 열어두자는 속셈 아니냐는 게 주변의 시선이다. 
사람 인기척도 없는, 한달 적자만 5,000만원 가까이 내는 이 점포를 꾸역꾸역 열고 있는 이유가 뭘까. 
문제는 매장 개설 때부터 찾아야 한다. 돈이 20억원 가량 드는 매장을 개설할 때 이런 엉터리 같은 계약서를 쓰고 계약을 하는데도 아무도 걸러주는 데가 없었다는 게 이상하다. 이 매장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지, 규모는 적정한지, 사전에 걸려야 할 것이 많다. 그런데도  수협은 이 매장을 개설할 때 매장개설심의위에서 대면 심의를 하지도 않고 서면 심의만 해 놓고 대면심의를 한 것처럼 위장했다. 
수협 감사실이 감사에 착수했다. 공노성 대표가 경제상임이사로 있을 때 덕이점 개설과 관련, 대다수 직원들이 영업전망 등에 회의적이고 개설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공 대표가 개설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지, 덕이점 개설 시 이사회 서면 결의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사회 서면 결의를 한 이유 등에 대한 경위 및 답변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 결의는 수협법 및 수협법 정관에서도 금지하고 있다. 
또 철저한 시장 조사와 물가 상승률 등을 전혀 고려치 않고 계약 시부터 10년간 임대료를 인상해 주기로 한 이유와 서면결의를 해 놓고 대면결의를 한 것처럼 의사록을 만든 이유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감사 결과 임원은 징계를 할 수 없어 일부 직원만 처벌을 받았고 매장 개설 시 중심에 있던 당시 이사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한 수산계 인사는 “이런 마트를 서둘러 개장할 때 관계한 중앙회 임원 및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남이 내 놓은 자리를 서둘러 임차한 뒤 불과 1년도 못 돼 문을 닫고 이런 적자가 계속되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되겠느냐”고 했다. 
한 일선 수협 임원은 “어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중앙회와 자회사가 다 없애고 있다”며 “지자체장을 주민 소환 형식으로 불러 내 탄핵 할 수 있듯이 여기에 관련된 임원과 책임자를 소환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기자가 이 바다마트를 찾아오는 데 몇 번의 신호를 위반해야 했다. 바다마트에 차를 대기 위해서는 신호나 접근로가 잘 연결돼야 하는 데 그런 연결이 전혀 안 돼 있다. 조그만 도로에 오가는 사람도 드물다. 어떻게 이런 데에 점포를 얻었는지 기가 찬다. 기자는 회사로 돌아오는 내내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도 이 점포는 내일 다시 문을 열 것이다. 변명과 책임 회피를 위해서다. 어민들의 돈을 탕진하지 않기 위해 임대인과 어떤 방법으로든 계약을 파기하고 단 돈 몇푼이라도 보증금을 건질 수 있는 방안을 수협중앙회는 이제라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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