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팔월 은어 곯듯 한다’
갑자기 수입이 줄어 살아가기 곤란한 경우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

 
‘칠팔월 은어 곯듯 한다.’
갑자기 수입이 줄어 살아가기 곤란한 경우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

꼴뚜기 때문에 어물전은 이미 망신살이 뻗쳤다지만, 개중에는 뛰어난 맛과 영양으로 어물전의 명예를 빛낸 생선들도 꽤 있다.
이름난 먹을거리들이 대부분 그렇듯 어물전에서도 행세깨나 한다는 놈들은 임금님의 수랏상에 올랐다는 걸 최고의 영예로 치는데, 은어도 그 옛날 진상품 가운데 하나였다.

진상품이었다는 보증수표가 있으니 은어의 맛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특유의 오이향(혹은 수박향)은 은어의 주가를 올리는 한 요인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은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은 고아하게 느껴진다. 작은 몸을 흔들면서 헤엄치는 자태는 귀족처럼 품위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죽는 것은 괜찮으나 상놈의 입에 들어갈까 슬프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과연 진상품다운 자존심이 아닐 수 없다.
‘궂은 물에 은어 달아나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칠팔월에 은어 곯듯’이란 말은 갑작스럽게 수입이 줄어서 살기가 어려움을 나타낸 말로서 은어는 음력 오뉴월이 제철이다. 그런데 칠팔월경이 되면 가을 물이 줄어들어 은어가 배를 곯는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은어는 오염된 물에 대단히 민감하다. 맑은 물이 아니면 숨을 쉬지 않는다. 흙탕물을 먹은 은어는 흙을 토해내고 죽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은어는 맑고 순수함을 상징한다.
한양의 물장수들이 한강 물을 퍼다 팔았는데, 그중 비싼 물이 우중수와 은어수였다고 한다. 한강에 흐르는 물 가운데 웃물도 아랫물도 갓물도 아닌 복판물을 우중수라 하며 약 달이는 데 좋고, 은어가 놀고 있는 3척 둘레 안의 물이 은어수로 이 물로 밥을 지으면 밥맛이 나고 잔병을 물리친다고 알았기 때문이다.

은어는 1㎡를 자신의 세력권으로 삼고 그 속을 정화해 다른 어족의 침범을 경계하는 습성이 있는데 우리 조상들이 3척 둘레 안의 물을 식수로 삼았음은 무척 과학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은어는 새끼 시절에는 바다에서 지내다가 이름 봄 강을 거슬러 올라와 가을까지 강에서 산다. 가을의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은어는 자신이 올라온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간다. 생을 처음 시작한 곳까지 다시 온 은어는 그 곳에서 알을 낳고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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