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어로구역 설정보다는 북한수역 조업권 확보 필요
한국과 북한, 수산자원 공동관리 방안 마련 합리적
“중국 어선세력이 내밀지 못하는 협상조건 있어야”

 

남북회담이 북미회담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평화는 다양한 남북협력 사업의 희망감으로 변하고 있다. 이미 각 분야의 다양한 남북 협력사업들이 언론상에서 논의 되고 있다.

▲현실적 대안=해양수산부는 수산협력사업으로 북한 조업권 확보를 위한 협상과 수산자원 공동관리를 연계한 중국 어선 남획 및 불법조업 통제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NLL 문제로 진척이 어려운 공동어로구역 설정 보다는 북한 수역 조업권 확보 및 불법어획 통제를 위한 협력은 우선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사실 수산업은 개별 국가들의 영해 안에서 행해지더라도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국제적인 수산규범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를 포함한 국제기구는 북한을 단절된 섬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 수산업 조업실태 등 수산관련 통계가 국제사회에 보고되지 않은지 오래이다. 세계 수산규범의 이행을 위한 주체로서 북한은 사실상 빠져 있다. 국제 수산규범의 사각지대에서 수산자원이 남획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될 뿐이다.

▲중국과의 관계=그 중심에는 중국어선이 빠지지 않는다. 강원도를 중심으로 오징어 조업 어업인들은 북한 동해 수역에서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을 우려해 왔다. 오징어 회유 경로를 가로막아 우리나라 오징어잡이 어선과 관련 가공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측 수역에서 중국어선들의 오징어 조업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오랜기간 북한과 중국간의 협력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남북한 평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당장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 조업권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북한 수역에서의 조업권 확보를 위한 협상을 위해서는 북한 수역에서 이미 조업하고 있는 중국 어선세력에 대한 북한의 관계 재설정을 위한 명분이 필요해 보인다.

▲국제기구와 협력=이를 위해서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인도해 FAO를 중심으로 조업국들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사업이 선행돼야 한다. 북한 수역의 수산자원을 조사하고 이 수역에서 조업하는 어선세력, 어획량 등을 조사해 남획과 불법어업이 발생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이 가능하도록 불법어업 통제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할 수 있다. 국제기구와 한국, 북한이 공동으로 진행할 때 그 명분과 의미가 있다. 한국이 공적개발원조사업으로 국제기구에 펀딩하고, 그 재원으로 한국의 전문가를 포함한 국제기구와 북한이 자원을 조사한 뒤 인접 해역을 이용하는 한국과 북한이 수산자원 공동관리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새로운 협상 조건 필요=수산자원 조사와 공동관리 방안 마련만으로 조업권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해 보인다. 중국 어선이 지불하는 입어료 이상으로 입어료를 내고, 불법어업을 통제한다고 우리가 조업권을 확보하기에는 북한측에 큰 유인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국 어선세력이 내밀지 못하는 협상조건이 필요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오징어 수출국가로 성장했다. 북한 동해안 수역은 물론이고, 칠레, 페루 등의 남미 연안 국가와 포클랜드 어장에서 오징어를 조업하거나 하와이, 대만, 한국 등에서 오징어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 내에는 세계 최대 오징어 가공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 중국이 전세계 오징어 자원 확보에 목을 매는 이유이다.

▲오징어와 연계=더욱이 북한 해역에서 선상 동결된 오징어는 중국 내 가공 공장에서는 최상의 상품군에 포함한다. 북한 수역에서 어획된 살오징어는 선도가 좋고, 남미산 일렉스 오징어, 자이언트 오징어에 비해 내장 비중이 적어 수율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북한 수역에서 조업한 오징어를 전량 중국 가공공장으로 옮겨와서 가공 이후 유럽 시장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오징어채 등 오징어를 가공한 가공품은 인건비가 많이 들어 1990년대 국내 사업자들이 중국으로 이전해 위탁생산하면서 중국의 오징어 가공산업이 성장한 측면도 있다. 북한 수역에서의 오징어 조업, 하역, 가공 등의 조건은 중국내 가공공장 운영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국 선단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유사한 사례로는 서부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도 무조건적 하역을 외국의 상업적 조업 선박에게 요구하고, 법제화 한 사례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도양 트롤어선의 입어 조건으로 수산물 가공공장 건립 또는 운영을 증빙하도록 요구한바 있다. 북한도 자국의 수산업 발전을 위해 단순 입어가 아닌 북한 어항에서의 하역과 가공공장 연계를 법제화 시킬 수 있고, 국제적으로 사례가 있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는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조치로도 명분이 있다.

▲제2의 개성공단=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에서의 오징어 가공공장 운영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 중국으로 이전한바 있어 북한 수역 조업권 확보를 조건으로 제2의 개성공단과 같은 수산가공단지 조성은 중요한 협상의 조건이 될 수 있다. 남북 수산협력이 더 진전된다면 개도국의 수산업 발전 단계에서 외화벌이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하는 선원의 승선문제까지도 논의할 수 있다. 한국 수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선원부족 문제이므로 조업권 확보의 조건을 북한 선원 승선까지 연결시킨다고 하더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에 비해 불리할 것이 없다. 이는 선원 및 해기사 양성사업까지 연계될 필요가 있다.  <마창모 KMI 양식어촌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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