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도 새로운 형태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출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등 첨단 신기술 접목
TAC 대상어종과 업종 확대… 사료용 수산물 위판 금지 필요

 
국내 양식업도 변화 필요…전체 생산량 76%가 해조류
노량진수산시장도 저온유통시스템의 관점서 보면 미흡


전 세계적으로 미래 메가트렌드의 파고가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산업 생태계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 신기술이 확산되면서 수산물의 생산, 유통·물류, 소비 등에 있어서도 새로운 형태의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고 있다. 국내 수산업·어촌 역시 이러한 메가트렌드와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미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수산업의 현 주소는 어떠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길에 서서 우리 수산업계는 한국 수산업이 나아가야할 길을 묻고 있다.

▲연근해어업 100만톤 붕괴=기후변화, 수산자원 감소, 어장환경 악화, 자연재해 등으로 수산물 생산의 변동성이 커지고, 국제 수산물 시장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국내 수산물 수급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2016년~17년 2년 연속으로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톤 아래로 떨어진 것은 국내 수산업계에 큰 충격과 위기의식을 안겨주었다. 최근에는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오징어가 소위 ‘금징어’가 되었으며, 갈치, 고등어, 참조기 등의 대중성 수산물도 어획 감소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등 수산물 식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어장환경 변화, 무분별한 남획, 중국의 불법조업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정부의 수산자원관리가 너무 느슨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어업현장에서는 수산자원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산지위판장에서는 상품성이 없는 사료용 어린물고기가 대량으로 위판되었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수시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다양한 수산자원관리 대책이 논의될 수 있겠으나, 시급한 몇 가지를 지적하면 우선 TAC(총허용어획량)를 수산자원관리의 핵심수단으로 발전시켜 TAC 대상어종과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금지체장의 현실화, 세목막 규제 강화, 혼획 저감장치 개발, 사료용 수산물 위판 금지 등 특단의 대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폐어구 수거, 휴어제를 연계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산란 어미를 보호하고 유령어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의 수산자원관리 노력에 소비자들과 어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다. 미래세대가 이용할 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이미 미국 등 수산선진국에서는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업인들은 당장 연료비라도 충당하기 위해 어린 물고기를 잡고 있지만 이 악순환의 폐해는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해조류 중심의 양식산업=2017년 국내 양식업 생산량은 232만톤으로 10년 전에 비해 84% 가까이 늘어났다. 실로 대단한 양적 증가임에도 불구, 그 이면을 보면 전체 생산량의 76%가 해조류이며, 이중 전복양식장의 먹이로 투입되는 사료용 미역, 다시마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김과 같이 수출 5억불을 달성하며 글로벌 수산식품으로 우뚝 선 고부가가치 품목도 있으나, 다른 해조류는 가공·상품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수준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전체 양식업 생산량의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류의 2017년 생산량은 약 8만 6,000톤으로 지난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5% 줄었다. 동 기간 동안 갑각류와 패류의 생산이 소폭 늘기는 했으나 해조류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성적표는 초라하다.
과연 양식산업이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고,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 되는 어패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지, 고부가가치 산업화가 되고 있는지 현 주소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양식산업의 제반 여건과 미래 수산식품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중장기 양식산업 육성계획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양식산업의 기술수준, 양식경영체 규모, 해역환경과 양식품종 등에 대한 특성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수산식품 유통환경 급변=수산식품산업의 대내외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인구구조와 식생활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수산식품 소비가 간편화, 다양화, 고급화되고 있다. 수산식품에 대한 국민적 수요, 위생·안전에 대한 질적 요구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수산식품의 유통환경과 산업적 인프라는 국민들의 식품 위생·안전에 대한 인식이나 요구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과거 정부의 수산식품산업 육성정책이 시설·장비 지원 중심의 하드웨어적 투자에 집중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까지 해당 분야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산식품 유통환경은 1980~90년대 수준과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 넣듯 비효율적으로 예산이 투입되어서는 안 된다. 국내 수산물 위판장 중 단 한 곳만이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과 첨단기술이 접목된 선진 수산물 유통의 표준모델로 만들어보자. 사실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한 노량진수산시장도 수산물의 품질·위생·온도관리 등 저온유통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미흡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초 수산물 유통혁신 로드맵(18~22)을 수립·발표했다. 핵심내용을 살펴보면, 산지와 소비지의 수산물 위생 개선, 저온유통체계 개선, 수산물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안정 도모, 수산물 유통산업 도약기반 마련 등을 위한 세부 실천과제를 담고 있다. 과제 하나 하나가 우선순위를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수산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것들이다.
수산물 유통혁신 로드맵이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도 중요하나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수산식품산업의 고도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직제에 수산식품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국’ 규모의 부서 신설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 직제에는 수산식품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부서가 없고, 수산정책관 소속의 유통정책과와 수출가공진흥과, 2개 과에서 수산물 유통, 수출, 가공 등과 관련된 업무가 분산·수행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산업정책실 직제에 식품산업정책관, 유통소비정책관, 창조농식품정책관과 같은 3개 국을 두고, 총 14개의 과(팀)에서 식품산업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과제로 식품산업기반 조성, 수산물 수출확대, 수산식품 개발 등이 포함되었는데, 정책 추진의 효율성 제고와 내실화를 위해서는 수산식품산업 정책을 전담할 수 있는 해수부 조직 확대·개편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기회의 바다로=지금까지의 어촌정책은 어촌계를 중심으로 공동체의 소득 향상, 어촌인프라 확충, 정주여건 개선을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공동체의 폐쇄성,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어촌의 고령화와 공동화는 더욱 심화되었고, 결국 어촌공동체의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일부 섬지역과 연안어촌에서는 최소한의 어촌계 운영이나 어업생산이 이루어지지 못할 정도로까지 공동체의 해체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도 매년 어가수와 어가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앞으로도 감소세가 전망됨에 따라 수산업에 있어서도 생산가능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 이미 현실화되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어촌’, ‘어업이 존재하지 않는 어촌’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 어촌정책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참신한 어촌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우선 어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주기반의 강화가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인구감소 지역에 대한 지원체계 구축, 어촌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국가최소기준(National Minimum Standards) 마련이 필요하며,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는 어촌·섬 정책을 해양수산부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 어촌에 대한 정책도 기존의 연안어촌 중심에서 보다 넓어져야 한다. 국민의 여가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도시형 어촌, 섬, 내수면 등으로 정책영역이 확대돼야 한다. 과거 수산도시의 재생, 강마리나 개발, 내수면 강마을 개발, 매력적인 항·포구 만들기를 통해 수산업·어촌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사고의 범위를 넓히려는 노력을 수산업계 스스로가 주도해야 한다. 더 이상 어촌공동체가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으로서 다양한 국민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현실화된 남북수산협력=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됨에 따라 남북간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합의했다. 남북수산협력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어로, 해상파시를 통한 수산물 교역, 북한해역 양식단지 조성, 수산자원 공동연구 등 단기적으로 협력 가능한 사업의 구체화된 실행계획 마련이 요구된다. 물론 협력의 물꼬를 튼다는 점에서 단기협력사업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수산협력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서 국제사회에서의 수산협력 대응도 중요하다. 특히 UN이 국제개발협력의 목표로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채택함에 따라 지역수산기구 및 국제기구의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이행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작년말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IUU 어업과 과잉어획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 금지 관련 협상을 2019년으로 예정된 제12차 각료회의까지 계속하기로 합의하는 각료결정이 채택됐다. WTO 수산보조금 문제는 수면에 가려져 있으나 면세유를 포함한 수산보조금의 금지는 우리 수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발력이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수산보조금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 개발, 국내대책 마련,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국제수산 협상 대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산업·어촌의 가치=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해양수산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수산업이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해양수산’이란 단어에서 ‘수산물/수산자원’, ‘바다/바닷가’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사실상 ‘해양수산’으로부터 수산업·어촌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수산업·어촌이 직면한 대내외 여건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수산업·어촌의 중요성과 가치,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도 육성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산업임을 인식시키는데 산·학·연·정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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