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사람 보이지 않으면 보이게 해야"
양평로 칼럼/ 문영주 편집국장

수협중앙회 갈등이 막다른 골목에서 반전을 맞았다.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갈등이 협동조합이란 두꺼운 벽 앞에서 흩어졌다. 중재에 나선 조합장들이 만들어 낸 ‘협동의 하모니’다. 당사자들이 ‘선공후사(先公後私)’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도 어떻게 보면 조합장들 행동 때문이다. 이런 게 협동조합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 시간이었다.

 손상된 이미지 복원해야

이제 이런 에너지를 손상된 수협이미지를 다시 복원하는 데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사혁신이 필요하다.  인사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 인사가 선행되지 않으면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협에 이런 갈등이 생겨도 크렘린처럼 꿈쩍도 안 하는, 꿈쩍도 못하는 임원이 있다면 그는 마땅히 물러나야 한다. 위기 때도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그는 조직을 이끌 자격이 없다. 자신이 피해가 가더라도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려는 의지나 행동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있다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의 불행이다. 


이 갈등 와중에 수협중앙회 모 임원이 본인 입으로 자신의 거취를 거론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유가 뭔지 몰라도 이런 와중에 자신의 거취를 거론한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감당할 수 없는 쓰나 미가 몰아치는데 자신의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는 그럴 때가 아니다.


정체성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 직책은 있는데 그 자리에 누가 있는지 모른다면 그 인사는 실패한 인사다. 사장 자리는 있는데 사장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회사가 돌아가는 게 이상한 일이다. 지금 수협은 그런 사람들이 있다. 국정원처럼 ‘음지’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전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아무리 유능한 회장이라도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수협을 끌고 가는 것은 무리다. 이제 변화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인사 개혁을 해야 한다.
 

수협 근처 배회해선 안 돼

또 내부 단합을 해치는 요인이 있는지도 찾아봐야 한다. 특정대학, 특정지역이라는 얘기가 더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PK, TK 등 이런 망국적인 얘기는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수협을 끌고 가는 선장의 발목을 잡는 외부 인사도 배척해야 한다. 수협 근처에 배회하면서 인사에 관여하는 이런 풍토는 더 이상 용납돼 선 안 된다. 회장 위에 누가 있다는 이런 얘기는 회장을 모독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을 모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앞으로는 제도가 인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인사추천위원도 중앙회장 의도대로 추천하게 해선 안 된다.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을 개선해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갈등 시작도 결국 이런 데서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다시 시작돼야 한다. 사람은 가지만 수협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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