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람 살랑거릴땐 주꾸미가 제철’
피로 회복에 좋은 타우린의 보고

 
주꾸미, 낙지, 문어 같이 몸뚱이가 부드러운 연체동물들은 언뜻 보면 그놈이 그놈 같아 구별이 잘 되질 않는다.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소모적인 논쟁들 가운데도 대부분이 원재료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하는데, 주꾸미의 경우가 그렇다. ‘숏다리 낚지’라는 주장부터 ‘낙지 새끼’나 ‘문어 새끼’라는 의견까지 설이 분분하다.

영어권에선 문어를 옥토푸스(Octopus)라 하는데, 그리스어로 여덟이라는 의미의 옥토(octo)와 발이라는 푸스(pus)가 합쳐진 말이다. 그래서인지 문어와 한집안인 주꾸미는 옥토푸스를 패밀리 네임(姓)으로 한 물갈퀴 발 문어(webfoot octopus), 낙지는 채찍 팔 문어(whiparm octopus)라 부른다.

주꾸미는 야행성(夜行性)으로 낮에는 바위구멍이나 틈에 웅크리고 숨어 지내면서 바닥을 기어다닌다. 문어와 같이 지형지물을 이용해 거주지를 만들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작은 구멍, 소라 껍데기, 심지어는 빈깡통을 집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자산어보≫에서는 한자어로 준어, 속명을 죽금어(竹今魚)라 하고, “크기는 4∼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이다”라고 기재했다.

≪난호어목지≫와 ≪전어지≫에서는 한자어로 망조어(望潮魚), 우리말로 죽근이라 하고, “모양이 문어와 같으면서 작다. 몸통은 1∼2치이고 발은 길이가 몸통의 배이다. 초봄에 잡아서 삶으면 머리 속에 흰 살이 가득 차 있는데 살 알갱이들이 찐 밥 같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이 반초라 한다. 3월 이후에는 주꾸미가 여위고 밥이 없다”고 기술했다.

전장은 큰 것이 약 30㎝ 정도로 문어과의 종으로서는 작은 편이다. 몸통 색은 회자색·황갈색·흑갈색 등으로 변이가 심하나, 대체로 회자색이다. 머리의 너비는 몸통의 너비보다 좁고, 두 눈은 등쪽으로 돌출하고 각 눈의 윗부분에는 2개씩의 뚜렷한 육질 돌기가 나 있다.

눈 근처인 제3다리의 기부 양쪽에는 각각 한 개씩의 황금색의 눈 모양 무늬가 있다. 8개의 다리는 거의 가지런하지만 제1다리가 가장 길다. 각 다리의 빨판은 2줄로 배열한다. 수컷에서 왼쪽 제3다리는 교접기로 변했다.

연안에서 서식하는 저서성이고 야행성인 종이며, 보통 바위 구멍이나 바위 틈에 숨는다. 산란기는 10∼3월이며, 얕은 바다의 굴이나 해조, 빈 조개껍데기 속에 산란한다. 부화기간은 40∼45일이다.

우리 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 일본·중국·인도·태평양 연안에 분포한다. 피뿔고둥 따위의 큰 고둥류의 껍데기로 주꾸미 단지를 만들어 연해의 바닥에 집어넣어서 잠입한 것을 잡는다.

주꾸미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과 DHA가 함유돼 있어 두뇌발달, 치매, 기억력 증진에 좋으며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주기 때문에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타우린과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간장의 해독기능을 강화시키고, 시력보호, 시력회복, 근육의 피로 회복 등에 좋다. 특히 주꾸미 다리에 있는 빨판에 시력회복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하니 빼놓지 않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주꾸미 100g당 인이 120mg, 철분이 0.70mg이 들어있다. 인과 철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빈혈이 있는 여성에게 좋으며 생리불순에 도움을 준다. 지방이 매우 적어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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